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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범종교시각
인생 4季, 광교산 4季-하늘소풍길 단상
박재삼 시인의 ‘산에서’ 시비 앞에서 죽을 때까지 메꿀 수 없는 ‘뻥 뚫린 허전함’을 달랜다
기사입력: 2020/12/10 [07:5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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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인의 시비 앞 에서 죽을 때까지 메꿀 수 없는 뻥 뚫린 허전함을 달랜다 

 

광교 평생 보금자리로 이사와 봄 여름 가을 3계절 보내고 겨울을 맞고 있다. 광교호수공원 산책이 단조롭게 느껴지던 초여름부터 시작한 광교산행에 빠져 들었다. 숲속 산책에 나설 마음에 서둘러 일과 마치고 늦은 점심 식사 후 발길 내키는데로, 마음 내키는데로 쏘다니는 흥에 넘쳤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풍요로운 생활이다. 수십 년 나의 위안처였던 대모산, 우면산, 수리산, 법화산, 개화산에서의 산책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한 나날이다.

 

실상 예전 숲속 산책이 상처난 마음의 치유를 위한 것이었다면 광교산 산책은 그저 숲을 즐기고 숲에 동화되는 산책이다.

 

이전 숲속 산책에서는 삶의 아픔과 고통, 시련을 헤쳐나가려고 발버둥쳤었다. ‘하늘소풍길 단상이란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고달픈 생활을 위로하는 작업을 했다. 고달프면 고달플수록 하늘소풍길 단상은 늘어났다. 한 때는 숲속 산책하는 주말마다 하늘소풍길 단상을 스마트폰에 기록해나갔다. 그러면서 아픔과 고통을 직시하면 그들이 하잘 것 없어지고 아름다움과 깨달음으로 승화되는 듯 했다.

 

손끝에서는 지혜가 나왔고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후의 산책 발길에선 결단의 용기가 샘솟았다. 비록 하산 후 고달픈 생활은 반복되었지만 행복해지는 마음도 반복 할 수 있었다.

 

숱한 시련들은 눈녹듯 사라졌고 삶의 아픔과 고통은 딴 세상 이야기가 된 광교 생활에선 자연히 하늘소풍길 단상도 사라졌다.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하늘소풍길 단상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저 과거에 썼던 단상들에 감탄하며 되새기는 것으로 족했다.

 

10년 동안의 습관대로 하늘소풍길 단상을 작성해려 해도 도저히 글이 나오질 않게 되었다. 적절한 아픔과 고통이 있어야 생각이 깊어지고 글도 쓰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 없이 만족하는 생활에 언뜻 허전함이 생겼다. 자연과 숲에 동화되어 세상에 초연하고 달관한 경지가 범인에게 가당키나 한가. 세 계절이나 그런 기분으로 산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청춘 시절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 뿐' 이었듯 이제 세상 초연하고 달관한 듯 생활하지만 뻥 뚫린 허전함은 죽을 때까지 메꿀 수 없다. 고매한 종교인도 다를 바 없다. 누구나 겪은 인생 4, 생로병사의 고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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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형제봉 정상에 오르는 길목에 인생 4, 광교산 4계를 노래한 박재삼(1933~1997) 시인의 산에서시비가 있다.

 

시인의 생로병사와 생활의 고단함을 서정미로 승화시켰듯이 시나브로 찾아온 내 허전함도 해소해주는 시다.

 

<산에서>

 

그 곡절 많은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중년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로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

 

 

내가 시인과 그의 시가 슬프고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는데는 근 40년 가까이 걸렸다.

 

80년대 초반 시인은 꾹꾹 눌러쓴 시 원고를 직접 들고 신문사에 왔다. 몇푼 안되는 윈고료 인데도 새파랗게 젊은 기자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그를 보며 참 궁색하게 느꼈었다. 시도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구차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1997년 시인이 고혈압·뇌졸중·위궤양 등 병마에 시달리다 별세했다는 부음을 보고서야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가난과 설움 속에 살면서 그 정서를 아름다운 언어로 승화시킨 서정시인의 면모를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인을 완전히 이해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뭔가 허전함을 짊어지고 오른 광교산에서 그의 산에서를 마음으로 읽게 되었을 때 나는 시인에게 부끄러워졌고 참회의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 4계의 고단함을 공손하게 받아들이며 아름다운 서정으로 승화시킨 시인의 경지를 궁색하게 보았던 나의 시건방지고 어린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숲속 하늘소풍길을 10년 넘게 다니면서 나는 시인의 정서를 흉내만 냈을 뿐, 시인이 체득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라며 체념과 달관을 동시에 보여주는 시인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했고 공감하려 하지 않았다.

 

시인이 별세한 나이를 넘서서야 인생과 산을 노래한 그의 시에 감동하고, 새롭게 시인을 추모할 수 있음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형제봉에서 내려 오며 다시 산에서를 음미한다. 그리고 백년수 쉼터에서 시를 떠올리며 하늘소풍길 단상을 오랜만에 정리해본다.

 

광교산 산새가 쪼르르 내 옆에 날아와 앉는다. 시인이 찾아온 듯 반갑다, 더 이상 시인이 어눌하거나 궁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나의 허전함도 사라졌다,

 

반복되는 고달픈 생활에서 하늘소풍길 단상으로 행복해지는 마음을 반복할 수 있었듯이 죽을 때까지 메꿀 수 없는 뻥 뚫린 허전함도 하늘소풍길 단상을 하는 산에서반복해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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