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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행복①

박길수 | 기사입력 2020/12/14 [07:56]
일상의 어느 것 하나 행복 아닌 것 없다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행복①

일상의 어느 것 하나 행복 아닌 것 없다

박길수 | 입력 : 2020/12/14 [07:56]

일상의 어느 것 하나 행복 아닌 것 없다 

 

모처럼 쉬는 날, 늦게까지 눈만 감고 그냥 자리에 누워있는데, 딸은 언제나처럼 정갈한 아침 식사를 침상 옆 아버지 앉은뱅이 탁자에 가만히 가져다 놓고 나갔다.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맛있는 아침을 말끔히 비울 때, 세면장 전기 포트 물도 펄펄 끓고 있었다.

 

일부러 달콤한 커피믹스 한 개를 금이 조금 간 머그잔에 쏟아부어 놓았었다. 이제 뜨거운 물은 절반가량만 느긋이 붓는다. 동네 마트가 세일할 때 딸은 아버지 생각이 나서, 백 개들이 커다란 커피믹스 한 봉지를 얼른 샀다. 이 대형 선물이 아버지는 정말 얼마나 오지던지.

 

아침 내내 지율이는 이 방 저 방 뜀박질하고 깔깔거리며 날갯짓했다. 그러다가 종달새 노래처럼 낮고 맑게 흩어지는 내 손녀의 가느다란 웃음소리는 자기 엄마의 굵고 짧은 으름장 위협과 뒤섞여 간간이 이어진다. 아마 벌써 9시 가까워져 온 모양이다.

 

유치원 등교 시간이 참으로 일한일망(一閑一忙)하다. 노란 유치원 버스를 또 놓치면 절대 안 된다는 엄마의 결의는 아주 단호한 듯했다. 타시락대는 모녀의 주장이 아른아른 술래잡기 놀이처럼 즐겁고 편안하게 그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지금껏 겪은 지옥같던 불안의 시달림이 실은 그렇게 절망스러운 현실은 결코 아니었다는 안도감 때문인 모양이다. 그동안 어떤 도깨비도 나타나지 않았다.

 

들어오자마자 늘 방문을 살짝 닫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라디오를 낮게 틀었다. 생각 깊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일부러 사다 준 라디오는 깜찍하게 앙증맞지만, 그 작은 상자 속에서 울려 퍼지는 풍성한 소리가 너무 맑고 곱다. 주변의 작은 것에 감격하는 순진함이 새삼스러운 꼴불견이라고 알면서도, 기쁜 마음이 너무 커서 일부러 숨기지 않고싶다.

 

저 먼 아프리카 가난하고 외진 오지를 평화롭고 행복하게 연주하는 목관악기 독주를 너무 사랑한다. 싸리울에 뒤덮인 분홍 메꽃을 노래하는 합창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고향집이 너무 그립다. 방안 가득 노래 소리가 넘칠 때, 슬쩍 그 속에 끼어 들어가 흐트러지지 않게 따라서 흥얼대는 일이 이제 새로운 일상의 버릇이 되어버린 듯싶다. 그래서 삶 자체는 온통 행복의 연속일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의 작은 일이 어느 것 하나 행복 아닌 것은 없을 것 같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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