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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행복②
바람 불지 않는 세상 어디 있겠습니까
기사입력: 2020/12/15 [08:1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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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지 않는 세상 어디 있겠습니까 

 

어제부터 감기와 몸살로 부대꼈네요. 순간 겁도 났습니다. 그러나 약 먹고 종일 잤더니 지금은 거의 말끔합니다. 99.9% 완쾌. 믿고 의지하던 아내가 진짜 누워버렸으니, 이제부터 함부로 아파서는 절대 안 될 처지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건강할 때는 엄살도 하며 어리광부리느라 꾀병 앓은 적도 이따금 있었는데. 자상한 하나님은 나약한 인간 담금질시키려고 조그마한 시련을 이렇게 일부러 보내주시는 모양이네요

 

어제저녁 온몸이 몸살기에다가 배는 괜히 으쓱으쓱 아프고 폭풍 설사를 하길래, 몸살약 한 봉 먹고 그냥 떨어져 자버렸습니다. 혹시 코로나 아닐까 잔뜩 겁도 나더라고요. 오랜만에 저녁을 안 먹고 그냥 잤습니다. 우리 딸이 아마 좋았을지 모르겠네요. 매번 아버지 저녁 챙기느랴 너무 힘들었을 텐데. 늦게 일어났고, 몸이 신기하게 좋아지는 거 있지요. 의사 친구가 처방해준 몸살감기 상비약이 매번 저를 살려줍니다.

 

푹 자기는했는데 아침 컨디션이 그래도 약간 안 좋네요. 그래서 두 번째로 약 한 봉지를 먹고 아내가 가래 빼달라고 부를 때만 일어나 석션(suction)하면서 오후까지 잤더니, 몸이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괜히 보채고 짜증내는 이쁜 손녀 지율이를 달래려고, 방금 바람 쐬러 지하 슈퍼에 다녀왔습니다.

 

자다 일어나 딸이 주는 된장국 점심을 조금 떴었고, 몸이 다시 정상이 된 듯싶어, 평소처럼 식사 전까지 아내를 휠체어에 앉혔네요. 우리는 라떼 커피믹스 한잔을 타 둘이 사이좋게 나눠마셨습니다. 데이트를 즐기며 이제껏 놀다가 아까 아내에게 저녁도 먹였네요. 참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세상이 바로 천국이네요.

 

그래도 살면서 슬며시 일어나는 스트레스가 사람 은근히 잡지요. 작은 걱정에 괜히 조바심 나고 손바닥이 바짝바짝 타면, 저는 제 정신이 아니더라고요. 삶의 바다에 끊임없는 잔파도가 출렁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때마다 뜨겁게 발바닥이 타는 느낌을 저는 받곤 합니다. 별수 없습니다. 가장으로 아내를 업고 두 아이 뒷바라지 하며 사는 일이라. 나약한 인간이 거대한 시련을 맞대며 버티고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바람 불지 않는 세상 어디 있겠습니까.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잘 살아왔는지 이럴 때마다 새삼 깨닫게 되면서, 혼자 속 눈물 짓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아내와 꼭 붙어서 같이 살아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정말 고맙고 고맙기만 합니다. 잘 알고 있으니 저는 크게 불평하지는 않지요. 제가 실은 호강에 초친 겁니다. 행여 신의 노여움을 타지 않도록 조신하고 또 긴장하려고 합니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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