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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대주교,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성직자성 장관 임명과정 밝힌 서한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21/06/12 [21:44]
“저도 깜짝 놀랐다...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

유흥식 대주교,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성직자성 장관 임명과정 밝힌 서한

“저도 깜짝 놀랐다...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

이중목 기자 | 입력 : 2021/06/12 [21:44]

기자회견 “프란치스코 교황 북한 가고 싶어해 방북 주선 노력” 

 

한국인 가톨릭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가 교구 사제와 신자 등에게 장관 임명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유 대주교는 12일 천주교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에게 전하는 서한글을 통해 장관 임명 과정을 돌아봤다.

 

유 대주교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셨으리라 생각한다, 저도 깜짝 놀랐다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로 살기 위해 라는 대답을 드려야 함이 올바른 자세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서한에 따르면 유 대주교는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했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 대주교에게 내가 주교님(유 대주교)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하니 로마에 와서 나와 함께 살면서 교황청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유 대주교는 저는 부족하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모르는 아시아의 작은 교구의 주교라고 말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교님에 관한 의견을 듣고 기도 가운데 식별했다교황청은 주교님이 지닌 특유의 미소와 함께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친교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밀유지를 당부하며 한국으로 떠나기 전 대답을 달라고 유 대주교에게 요청했다. 유 대주교는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자세였다, 그날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며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후 유 대주교는 교황에 찾아가 대화를 나눈 뒤 “‘라는 대답을 기쁘게 드렸다, 무릎을 꿇고 교황님의 강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 대주교는 장한 순교자들의 후예로, 베드로의 후계자 교황님 곁에서 보편교회를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하겠다때가 되면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킨대전 교구민의 모습으로 여러분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며 대전교구 수도자 등에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교황님과 저를 위한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도를 부탁드린다특별히 전 세계의 모든 사제와 신학생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서한을 마쳤다 

▲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12일 오후 세종시 반곡동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과 관련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유 대주교는 12일 세종시에 있는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 대주교는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성직자성 장관의 역할과 관련, “교황님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일이라고 했다. 유 대주교는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서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이 있는데 아시아 출신은 한 분뿐이라고 하시며, 장관직을 제안하셨다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높아진 위상을 교황청도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교황님께서 발표하실 때까지 장관직 제안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하셔서 공식 발표 때까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주변 누구도 몰랐다“(장관 임기가 시작하는) 8월 이후 행사 일정도 잡지 못하며 50일 동안 보안을 유지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유 대주교는 다음 달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출국하며,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한다. 교황청 장관 임기는 통상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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