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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사명대사 <회심곡>으로 본 서민불교에서 효 의미 찾기(中)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8/05 [06:31]
<회심곡>에서의 효...유교사상이 자연스럽게 불교사상과 융화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사명대사 <회심곡>으로 본 서민불교에서 효 의미 찾기(中)

<회심곡>에서의 효...유교사상이 자연스럽게 불교사상과 융화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21/08/05 [06:31]

<연재순서>

()유교, 도교, 무속, 민속적 요소들이 혼합된 불교가사 <회심곡>

()<회심곡>에서의 효...유교사상이 자연스럽게 불교사상과 융화

()<회심곡>은 효 사상보다도 인생무상과 인과응보의 과정이 중심축

 

효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자식의 어버이에 대한 극진한 정성을 말한다. 이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름을 나타내는 인격형성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효는 모든 종교를 초월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한 생명을 잉태하여 낳고 기른 부모에 대한 감사, 사랑과 공경은 부모와 자식간이라는 애정관계에서만 볼 것이 아니다. 인간세상에서 자기 존재를 승화시켜 구경에 궁극지에 이르는 수행의 길, 자타를 이롭게 하여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대승의 길을 가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효라 할 것이다.

 

효행은 인간으로써 근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은혜를 알아 갚고자 하는 마음, 가엾이 여기는 자비의 마음 등의 여러가지 덕을 함께 실천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유교에서도 인의 근본이 되는 것을 효라고 보았다. 불교에서 붓다는 "몸을 올바르게 세워 그 이름을 후세까지 남겨 부모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야말로 큰 효"라고 하였다. 

▲ 불교에서 효는 대보부모은중경 등 유교와 관련 이전에도 강조되어 왔다, 사진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30호 불설대보부모은중경     


불교에서 효는 유교와 관련 이전에도 강조되어 왔다. 대보부모은중경과 불설우난분경을 비롯

이밖에도 육방예경, 불승도이천위모설법경, 본사경, 사십이장경, 대승본생심지관경, 불설효자경, 아함경, 불설부모은난보경, 범망경, 육도집경, 관무양수경, 대반열반경이 있다.

 

그 가운데 <회심곡>은 조선시대 승려 휴정이 지은 불교 가사로 232구로 구성되어 있다. 16세기 말경에 지은 것을 1704(숙종 30) 명간이 엮어 1776(영조 52) 해인사에서 펴낸 목판본 권선염불문에 실려 전한다. 순 한글로 회심가곡이라고 하여 나옹화상이 지은 서왕가와 함께 기록되어 있다. 같은 내용의 이본으로는 조선가요집성』 『석문의범』 『악부(필사본) 등에 실려 있다. 내용은 말세적인 풍속에 물들인 충효신행을 다 버리고 애욕망에 걸려 골육상쟁으로 멸망하지 말고, 자기의 봉심을 바로 가져 일념으로 염불하며, 수행득도하여 극락연화대에 올라 태평곡을 부르자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유교사상이 자연스럽게 불교사상과 융화되어 있으며, 임병양란을 겪는 동안에 흉흉해진 신도들의 신앙심을 정화시키는 데에 큰 감화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노래되었다.

 

오늘날에도 불가에서는 화청으로 널리 애창되고 있다. 본래 불교의식 내용이 대부분 불보살에 대한 찬탄인바 이를 음악적 내용으로 다시 분류하면 범패의 부분과 화청의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범패는 그 자체가 음악적 뜻을 가지나 화청은 원래 의식의 격식을 말한 것인데. 그 방법을 음악적으로 하게되어 음악적 의미로 전용되어졌다. 다시 말하면 화청이란 의식에 쓰는 성악이 통칭 화청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이는 한찬인 범패에 대하여 대칭적인 뜻을 갖는다.

 

<회심곡>은 불교의 대중적인 포교를 위하여 알아듣기 쉬운 한글 사실을 민요사설에 얹어 부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불교음악인 범패에 비하여 음악형식과 사설이 쉽게 짜여져 있다. 그리고 같은 사설의 기본 줄기는 고사염불로 불릴 때와 화청으로 불릴 때, 민요명창들이 부를 때, 또는 지방의 상엿소리중에 삽입되어 불릴 때 등 그때마다 약간의 넘나듦이 보인다. 

▲ 각 지방에서 ’상여소리‘로 부르는 <회심곡>은 대개 <부모은중경>의 사설 일부를 상여소리에 넣어 부르기 때문에 그것을 <회심곡>이라 부른다. 사진은 양양문화제 민속시연 수동골 상여소리    


각 지방에서 상여소리로 부르는 <회심곡>은 대개 <부모은중경>의 사설 일부를 상여소리에 넣어 부르기 때문에 그것을 <회심곡>이라 부르는데, 이 경우 <회심곡>의 음악적 내용은 각 지방의 상여소리와 음악적 특징을 같이한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귀하다.

사람은 부모님의 은혜로 태어났다.

자라면서 부모 은공을 갚지 못하고, 늙게 되었다.

 

여기서 상여소리는 부모님 은혜로 태어난 인간이 부모 은공을 모르고 늙고 병들어 죽어 저승에 가서 심판을 받게된다는 요지이다.

 

한반도에서 민속신앙의 <> 형태는 일찍이 최치원의 낭랑비 서에서 주장되었다.

 

최치원의 낭랑비 서문에는 나라에 심오하고 미묘한 도가 있는데 풍류라 한다. 교를 실시한 근원은 선사에 자세하거나, 실로 삼교(유불도)를 포함한 것으로써 여러 백성을 접촉하여 교화시켰다. 또한 들어가면 집안에서 효도하고 나가면 나라에 충성함은 노나라 사구의 뜻이요, 자연 그대로 행하고, 말없는 가르침을 행함을 주나라 주사가 주장한 요지이며, 모든 악한 짓을 하지말고 착한 일만 받들어 행함은 인도 태자의 교화다.

 

<대승본생심지관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아버지의 은혜를 태산에 비유하고 어머니의 은혜를 바다에 비유하면서 아버지의 은혜를 자은(慈恩), 어머니 은혜를 비은(悲恩)이라 하였다. 이종래는 여기에서 자()와 비()를 따서 불교의 기본사상인 자비가 탄생하였다고 이야기 하였다.

 

유교 근본주의에 가까운 조선에서 불교는 망하는 그날까지 탄압의 대상

 

조선은 다종교 국가인 고려와 달리 유교 특히 성리학을 통치의 기반으로 삼고 있었다. 유교 근본주의에 가까운 조선 정부에서 불교는 조선이 망하는 그날까지 탄압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조선정부에서 단행한 불교 탄압사를 살펴보면 태종은 첫째 종파의 감축, 사원토지와 노비의 몰수 11종의 종파를 7종으로 통폐합, 둘째 왕사,국사제도 폐지 셋째 능사제 폐지 넷째 도첩제의 엄격한 시행 다섯째 사찰의 창건, 불사의 조성, 각종 재화의 금지 등이다. 세종은 기존의 7개 종파를 선교 양종으로 통폐합 하고 승려들의 도성 출입금지, 내불당 폐지, 성종대에는 도성내 염불소 폐지, 강경도감의 역할 중지, 양반 부녀자들의 출가금지, 여성들의 사찰 출입금지, 도첩제 정지등이 조선정부가 취한 종교 특히 불교탄압과 관련괸 일관된 정책이다.

 

이와같은 조선 정부의 종교탄압속에 살아남기 위해 유교와의 조화 내지는 습합을 시도하게 된다. 이와같은 현상은 회심곡의 내용중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에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교의 사상, 효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조선의 통치철학과 무관치 않다.

 

불법 어디 일정하며

요순어디 시이실고

염불하면 불법이여

충효하면 요순이니

충효가져 입신하고

염불가져 안양가새

 

와 같이 유교의 이상인 입신양면과 불교의 내세관이 혼합되어 있다. 윗 노래말에 충효하면 요순이니, 충효가져 입신하고라는 것은 유교윤리에 타협하기 위해 부모은중경같은 불경도 지어냈다. 불교의 오계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의 덕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는 불교가 포교를 위해서는 제도화된 교단의 생존을 위해서는, 지배층의 통치이념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심곡>이 불교 가사이며 유교, 도교, 무속 기타 민속적 요소들이 혼합되어 이루어진 특징을 <회심곡>이 불교자체를 수용하면서 당시 우리나라의 사상적 바탕을 외면하지 못하고 혼용을 꾀한데 있다. 그러나 그 기본 흐름은 불교 가사로서의 면모를 조금도 흐트러지게 하지는 않는다. 나라에서는 숭유정책을 쓰고 민간에서는 무속이라든가 민속적 요소가 만연된 곳에 순수 불교적 요소가 그대로 자연스럽게 파급될 리가없다. 민속신앙 사상과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룬 불교사상이 아니어서는 안될 것이다.

 

친구님네 이내말씀 들어보소

우리 인생 태어날 때

뉘덕으로 태어났소

칠성님전 복을 빌고

성황님전 명를 빌고

옥황님전 수를 빌고

아버님전 뼈를 빌어

우리 인생 생겨났네

 

조선은 성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유교적인 질서와 무속신앙이 이 시대 불교적 성격을 결정했다. 그 기초위에 <회심곡>이 창작되고 향유되었다.

 

도입부에 유교의 충효사상을 삽입하였지만 결국 <회심곡>을 향유계층은 서민들이다. 주로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불교적인 교리를 통해 인생의 무상을 달래려 했다. 이와같은 시도는 종교사상과 함께 서민들의 삶을 위로 해주는 민중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상적인 한계를 벗어나 무가나 무경으로도 널리 수용된 <회심곡>

 

<회심곡>은 많은 이본 계열을 형성한 작품으로 대중 속에서 널리 불리어졌으며, 현재에도 민중 속에서 불교음악이나 민속음악으로 자리 잡은 것 중 하나로 소흘히 할 수 없는 작품이다. <회심곡>류는 생로병사의 과정, 저승길, 저승심판 등의 내용이 순차적으로 제시되는 내용구성을 지니며, 염불왕생류는 염불하여 왕생하자는 내용, 무상류는 세상사가 몽환이라는 내용을 비롯하여 무상과 관련된 내용 수행류는 참선수행(혹은 불도수행)을 비롯한 수행과 관련된 내용, 권성류는 선심과 신행을 권면하는 내용, 인과류는 인과응보설을 석가 일생류는 붓다의 일생이 각각 해당 작품군의 중심내용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형 외에 기타의 것으로는 기념과 찬양, 판각 동참, 기원, 학업증진, 특정 경전의 내용등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다.

 

불교가사에는 승려나 신도들을 대상으로 불교교리를 소개하거나 불도수행과 염불을 권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회심곡>의 내용은 인과응보를 바탕으로 생노병사의 과정, 저승길 가는 과정 시왕의 심판을 받는 모습, 악인은 지옥으로 가며 선인은 극락으로 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제시한 후, 자선사업을 많이 하여 다음생 길을 잘 닦으라고 권유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서사적 구조와 사상을 담고있는 작품을 모아서 회심류로 분류하였다. 이와같은 유형의 불교가사로는 <속회심곡>, <특별회심곡>, <선심가>, <환참곡>, <반회심곡>, <무량가>, <감사별곡>, <사체가> 등이 있다.

 

<회심곡>은 불교와 신앙행위의 관습은 물론 민간신앙적 요소를 함께 공유해 온 무격이나 독송무에 의해, 사상적인 한계를 벗어나 무가나 무경으로도 널리 수용되었다. 또한 <회심곡>의 밑바탕에 흐르는 인생무상의 체념적 분위기는 이 작품을 유흥적 분위기의 잡가 공간에서도 수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따라 <회심곡>은 잡가의 담당층에 의해 본래의 화청의 곡조가 아닌 소릿조’, ‘관학산조등의 다양한 곡조로 파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임금님께 극간하여 나라에 충성하며 부모님께 효도하여 가정의 법도를 세웠으며 죄인으로 잡혀온 사람에게 문초하듯

 

너의 죄목 들어봐라

시부모와 친부모께 지성효도 하엿느냐

동생항열 우애하며 친척화목 하엿느냐

괴악하고 간특한년 부모말삼 거역하고

동기간에 이간하고 형제불목 하게하며

세상간악 다부리며

 

가사 내용 가운데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것은 유교윤리에 타협하는 대목이 되겠다. 심지어 불교의 오계가 인의예지신의 오상의 덕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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