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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여대생 니캅 착용, 강의실 남녀구분... 대학가 불안감 확산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1/09/07 [14:38]
“여성 인권 존중하겠다”는 입장 불구 인권탄압 지침 속속 등장

탈레반, 여대생 니캅 착용, 강의실 남녀구분... 대학가 불안감 확산

“여성 인권 존중하겠다”는 입장 불구 인권탄압 지침 속속 등장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1/09/07 [14:38]

여성 인권 존중하겠다는 입장 불구 인권탄압 지침 속속 등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대학에서 여대생에게 니캅을 쓰라는 명령이 내려지는가 하면 강의실에서 남녀을 구분하는 지침이 생겨나는 등 불안감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 아프간의 한 대학에서 강의실 가운데 커튼을 쳐 남녀학생을 구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외신들은 6(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을 쳐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하도록 한 상태에서 개강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 대학이 가을학기 개강을 앞둔 시점에서 탈레반은 정권을 잡은 뒤 이같이 남녀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했다. 문서로 내려진 지침에서는 히잡 착용, 여학생 출입문 구분, 여학생에게는 여성 교원만 강의 가능, 남녀를 구분해 강의실 배정 등이 담겼다. 특히 강의실이 넓지 않은 경우에는 커튼으로 남녀를 구분할 것을 명했다.

 

이 때문에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같은 대도시의 대학 강의실과 교정에서 학생이 수업을 듣거나 교수가 강의할 때 남녀를 구분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카불의 아비센나 대학 강의실에서는 한가운데 회색 커튼이 내려져 있으며, 한쪽엔 남학생만, 다른 쪽엔 히잡 차림의 여학생만 따로 앉아 있다.

 

미국의 침공 전까지 탈레반이 집권했던 19962001년엔 소녀와 여성이 학교에 가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등 무자비하게 여성을 탄압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번엔 국제 사회가 이를 주목하는 상황이 되자 탈레반은 이슬람 법에 따라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가을 학기 개강이 다가오자 각 대학에는 남녀를 구분하라는 지침이 등장한 것이다. 다만 로이터는 이 지침이 탈레반의 공식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탈레반 간부는 강의실에 커튼을 쳐 남녀를 구분하는 게 "한 명의 교수가 양쪽 학생에게 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학가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헤라트대 언론학 교수는 한시간짜리 강의를 30분씩으로 나눠 먼저 여학생이 강의를 듣고 나가면 남학생이 강의를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강 첫날인 6일 이 교수의 수강생 120명 중 출석한 학생은 30명에도 못 미쳤다. 교수는 이는 이미 수많은 학생이 아프간에서 빠져나간 데다 탈레반의 언론 통제로 학과 분위기도 안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로이터에 "학생들이 매우 불안해했다"면서 학생들에게 "수일 내 차기 정부가 규정을 발표할 테니 계속 수업에 나와 공부를 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한편 탈레반은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에게 니캅을 쓰고 아야바를 입도록 명령했다. 니캅은 스카프 형식의 가리개로,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다. 아바야는 손 외에 전신을 가리는 긴 망토 모양의 의상이다.

 

탈레반은 당초 여성들도 히잡만 쓰면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며 혼자 밖에 나갈 수 있다고 약속한 바 있다. 히잡은 니캅과 마찬가지로 스카프 형식의 가리개지만 얼굴을 제외한 목과 머리만 가린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프간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공부하고, 남성 동행 없이 외출하는 등 제약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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