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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알아차리기만 해도 일단 ‘홧김에’는 피할 수 있다”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 출간한 춘천 제따와나 선원장 일묵 스님
기사입력: 2021/09/15 [22:5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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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면 사라진다출간한 춘천 제따와나 선원장 일묵 스님

 

()의 해결책은 터뜨리는 것도 억누르는 것도 아니다. 화는 이해해야 사라진다. 신도님들과 대화하면 가장 큰 고민이 화였다. 그래서 부처님 가르침 중에 화를 버리는 법을 모아봤다.”

 

춘천 제따와나선원(Jetavana禪院) 선원장 일묵(日黙) 스님이 최근 , 이해하면 사라진다(불광출판사)를 출간했다. 일묵 스님은 화 버리는 방법을 안내하는데, 다분히 학술적이다.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불교적 관점에서 화는 (·탐욕(·성냄(·어리석음)’라는 해로운 마음 3종 세트로 함께 움직인다. 화는 탐욕 때문에 일어나며, 탐욕의 뿌리는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를 내지 않게 하는 근본 처방은 뿌리인 어리석음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거의 부처님 경지라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방법은 뭘까. 알아차리는 것이다. 화가 나면 화가 일어났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아차리기만 해도 일단 홧김에는 피할 수 있다. 스님은 홧김에 저지르는 사고는 대개 누적된 화 때문이라며 화는 급브레이크가 아니라 ABS 브레이크처럼 잘게 나눠 끊고, 버려야 한다. 연습(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묵 스님 “화는 알아차리기만 해도 일단 ‘홧김에…’는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교적 관점에서는 슬픔, 짜증, 허무, 우울, 불안, 두려움 모두 화의 다양한 모습으로 본다는 점. 대상을 향한 화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향한 화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흔히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얻지 못하면 화가 난다. 불교에선 모든 현상은 조건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고 본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이뤘을 때는 행복’,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나라며 자책하는 것도 화의 일종으로 보는 이유이다.

 

일묵 스님은 서울대 수학과 83학번으로, 수학과 박사과정 중 해인사 백련암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절집 촌수로는 성철 스님의 손자다.

▲ 책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의 진화 과정. 왼쪽부터 선원 신도를 위한 교재용 소책자, 군부대 배포용 책자, 최근 출간된 일반 시판용 책, 어르신용 큰 활자본이다.    

 

간화선(看話禪: 화두를 들고 정진하는 전통 수행법) 수행을 하던 그는 3년간 미얀마 등을 주유하며 초기 불교(남방불교) 수행법을 익히고 제따와나 선원을 열어 알리고 있다. 수학도(數學徒) 출신으로서 부처님 말씀을 세밀하게 따지고 분석하는 초기 불교 수행법이 더 잘 맞았다. ‘제따와나는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한 기원정사의 팔리어() 발음이다. 그는 위대한 이론은 간단하면서 적용 범위가 넓지요. 수학의 피타고라스 정리처럼 복잡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해로운 마음을 탐진치라는 세 덩어리로 구분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진화 과정을 거쳤다. 2015년 선원의 신도 교육용으로 화를 버리는 방법이란 69쪽짜리 손바닥만 한 소책자를 펴냈다. 이 책 내용이 소문 나자 이듬해에 조계종출판사가 군부대 보급용으로 117쪽짜리 같은 제목 책을 냈고, 이번엔 불광출판사 요청으로 수행 방법 등을 추가해 300쪽 가까운 분량으로 다시 펴냈다. 출판사는 어르신용으로 큰 활자본도 냈다.

일묵 스님은 화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수행하니 신도님들이 다른 건 몰라도 화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내뿜어도 괴롭고, 참으면 더 괴로운 그 원리를 알면 다룰 수 있다

 

왜 고금의 지혜와 현대 정신의학으로도 화는 해결되지 않는가. 화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의 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는 분노의 시대.’ 우리는 화의 괴로움을 매일, 매 순간 경험하며 살아간다. 세간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모두 화와 연결되어 있다. 우울, 짜증, 허무, 불안은 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최근 조사(경기연구원, 20213)에서 우리 국민의 55.1%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다고 한다.

 

화를 다스리는 고금의 수많은 지혜와 현대의 정신의학적 조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때문에 괴롭고 불행하다. 인간은 정말 화 없이 살 수 없는 것인가. 불교를 철학적 기반에 두고 삶의 핵심을 꿰뚫는 저서와 강연으로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온 일묵 스님은 말한다. “훌륭한 뇌과학자나 심리학자도 화를 참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법으로 화를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 책 , 이해하면 사라진다는 저자가 지난 26년간 봉암사를 비롯하여 미얀마, 영국, 프랑스 등 굴지의 수행처에서 체득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한 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병의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듯이, 저자는 우리 마음의 심층 구조를 낱낱이 분석하여 화의 정체와 원인을 밝히고 그 처방(화를 다스리는 법)까지 완벽하게 제시한다. 무엇보다 화를 다스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를 없앤 그 자리에 우리를 자유와 행복으로 이끄는 지혜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병의 원인을 없애면 치료할 수 있듯이, 화는 발생 원리의 고리를 끊어내면 사라진다. 그리고 화를 끊어낸 그 자리에 비로소 지혜가 솟아난다.”

 

팬데믹 시대, 고통을 치유하는 화의 철학일묵 스님의 화를 지혜로 전환하는 법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자살률,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 ‘도로 위의 시한폭탄보복 운전, 마스크 써 달라는 요구를 향한 폭언과 폭행, 코로나블루(우울코로나레드(분노)와 같은 신조어의 등장 등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나와 누군가의 가 서로의 삶에 위협이 되는 분노의 시대인 지금, 우리는 이 괴로운 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화 없는 평화로운 삶은 요원하기만 한 것인지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그동안 세 권의 저서(이해하며 내려놓기, 일묵 스님이 들려주는 초기불교 윤회 이야기, 사성제-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를 통해 붓다의 오래된 지혜를 바탕으로 괴로움 없는 삶의 길을 안내해 온 일묵 스님의 네 번째 저서이다. 저자가 에 주목한 것은 인간의 모든 고(, 괴로움)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26년간 봉암사를 비롯하여 미얀마, 영국, 프랑스 등 국내외 수행처에서 수행한 뒤 선원을 열고 지금 당장 삶이 되는 불교를 강조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화의 발생 기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스스로 수행하며 체득하고 점검한 화를 다스리는 법을 제시한다. ‘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철저히 통찰할 때 비로소 화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가 바로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우울, 짜증, 절망, 불안은 의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화에 대해 오인(誤認)하고 있다. 분노와 격노, 미움과 악의는 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화는 너무나 많은 형태와 이름으로 우리 마음을 괴롭히지만, 그로 인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화인 줄 모르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 마음을 괴롭히는 이것이 인 줄 알아야만 화를 없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화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저자는 화 없음을 구분하기 위한 두 가지 척도로, ‘정신적 고통의 동반대상을 싫어하는 경향을 제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화의 스펙트럼은 넓어진다. 불만이나 짜증, 따분함과 같은 미세한 정신적 불만족은 물론 분노·우울·공포·두려움·비탄·절망·허무 등 다소 강한 정신적 괴로움까지 의 범주로 볼 수 있다. 화의 속성과 범위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어떤 감정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해로운 마음인지, 유익한 마음인지 정확히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해로운 마음은 소멸시키고, 유익한 마음은 계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뿜거나, 참아봐야 괴로울 뿐인 화

 

우리는 화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에 나름 체득한 방식으로 화에 대처하며 살아간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등 감각적 욕망을 즐기기도 하고, 상대에 대해 화를 분출하고 폭력을 쓰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자해를 하기도 한다. 반대로 화를 억누르고 참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감각적으로 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욕망을 더욱 커지게 하고, 이에 만족하지 못하면 그 반작용으로 정신적 불만족도 커지게 된다. 화를 터트리는 것은 나와 타인 모두를 괴롭게 만드는 최악의 방법이다. 화를 억누르고 참으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화를 해소하는 이런 본능적인 방법은 결국 화를 더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상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은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대상을 변화시키려 한다. 그러나 대상(세상)은 수많은 존재가 가진 욕망과 수많은 외부 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 이뤄진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이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다. 또 불행의 원인을 제공하는 대상 자체엔 고정된 괴로움이나 행복의 속성이 내재해 있지 않으므로 내 뜻대로 바뀐다고 해도 그 대상을 통해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대상을 두고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한 마음은 바꿀 수 있다. 세상을 분별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마음은 인식한 대상을 어떻게 분별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행복을 위한 마음의 조건을 만들고, 불행의 원인인 해로운 마음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간다면, 화에 휘둘리지 않고 고요한 본래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 일묵 스님은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법한 기원정사를 모델로 한 사찰을 지었다.     

 

화가 일어나는 두 가지 조건

 

화를 극복하려면 화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화의 정체는 무엇이고, 화의 원인은 무엇인지, 화를 버리는 방법과 화가 버려진 뒤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지, 화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등 화의 모든 것을 철저히 이해해야하는 것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이해가 충분히 숙지 되어야만 마음에 떠오르는 화를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다. 화를 인지한 다음에는, 화에 가려진 해로운 마음을 통찰해야 한다. 여기에 화의 원인인 집착(탐욕)과 어리석음이 드러나게 된다. 욕심과 어리석음은 화가 일어나는 핵심 요소이다.

 

화는 탐욕을 조건으로 일어나고, 탐욕은 어리석음을 조건으로 일어나므로 지혜를 계발하여 어리석음을 버리면 탐욕이 사라지고, 탐욕이 사라지면, 화가 사라집니다. _ 184

 

세상의 모든 현상은 조건에 의해 발생한다. 조건이 없다면(사라지면) 결과도 없다(사라진다). 그래서 이 세계는 영원하지 않은 무상(無常)’이다. 이러한 불교의 진리는 화를 다스리는 원리에도 적용된다. 화는 탐욕을 조건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원하는 대상을 얻지 못했을 때 정신적 고통이 일어나고, 대상을 얻은 뒤에는 그것이 사라질까 불안해한다. 화의 원인인 탐욕은 어리석음을 조건으로 일어난다. 어리석음이란 무상한 현상을 영원한 것이라 잘못 아는 어리석음’, ‘괴로움을 행복이라 잘못 아는 어리석음’, ‘내 것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잘못 아는 어리석음이다. 화와 탐욕, 어리석음은 서로를 유발시키는 불가분의 관계로, 이 중 하나라도 깊은 통찰을 통해 그 해로움을 깨닫고 버리게 되면 화는 사라진다. 누구도 독약이 든 음료수를 마시려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화가 일어날 때 화를 평온하게 알아차리고 이것은 화구나. 이 화는 이런 조건에서 일어났으니, 그것을 버리면 화가 일어나지 않겠구나. 이 화를 버리는 방법은 이것이구나. 이렇게 지혜가 생기면 화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구나.’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_ 97

 

화가 사라진 자리에 지혜가 드러난다

 

우리는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는다. 이후에는 환자의 노력이 뒤따라야 병이 나을 수 있다. 지식은 실천할 때 지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화의 구조와 원리를 명확하게 밝히고, 그 실천법을 안내한다. 화를 버리는 다양한 지혜와 함께 호흡수행과 마음관찰, 자애명상 등 구체적인 수행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저자가 수행의 단계까지 제안하는 까닭은 그만큼 화를 버리고 다스리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행(修行)이란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로 해내는 것이다. 수행이 어렵다는 것은 편견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수행법 역시 쉽고 효과적이다. 텍스트를 읽으며 명상 수행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이용, 저자의 강의 영상을 열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 화 없는 하루를 위한 반조일기를 초판 한정 부록으로 제공한다. 이 노트는 화 되돌아보기’, ‘호흡수행(걷기수행) 되돌아보기’, ‘자애수행 되돌아보기의 총 세 부분으로 구성, 각 주제별로 3주씩 기록할 수 있다.

 

화를 알아차리고 지혜를 이용해 가라앉히거나, 명상 수행을 통해 자기 안의 해로운 마음을 알

아채고 극복하는 반조(反照, 되돌아보기)’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화가 사라진 그 자리에 바른 삶에 대한 지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화를 비롯한 모든 괴로움의 자리에서 우리는 지혜를 발견함으로써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화가 나는 순간을 곧 나에게 지혜가 필요할 때로 자각한다면 수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행복은 세상을 바꾼다

 

화를 없애는 일이란 결국 자애를 계발하는 일이다. 자애는 화의 대척점에 놓인 유익한 마음으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화를 없애는 지혜 중 하나로 자애의 이익을 통찰하라고 제안한다. 그중 첫 번째가 자애는 나와 남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화를 극복하려는 일차적인 이유는 나 자신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데 있지만, 그러한 노력은 유익한 마음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세상을 향한 선의의 마음으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네 가지 고귀한 마음 또는 사무량심은 성냄, 즉 화가 없는 마음을 기반으로 서로 연관되어 일어납니다. 먼저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인 자애가 있으면 주위에 고통받는 존재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고, 나아가 그 고통을 덜어 주고자 하는 마음인 연민이 생기게 됩니다. 그 연민을 바탕으로 고통받고 있는 존재들의 괴로움을 덜어 주고자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만족스러워 하고 행복해할 때 함께 기뻐함이 생깁니다. 이렇게 존재들과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 생긴 사람은 지혜롭게 마음을 기울여 이것을 내가 했다.’라고 자만심을 일으키거나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지은 업의 결과는 스스로 받는다.’, ‘스스로 선한 업과 공덕을 지은 것이다.’라고 숙고하며 자신의 공덕에 대해 집착하거나 싫어하지 않음으로써 평온한 마음이 생깁니다. 이러한 식으로 네 가지 고귀한 마음, 즉 자애와 연민, 함께 기뻐함, 평온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_ 143

 

불교는 이 세상에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서로 의지해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의 조건이 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실제로 내 안에서 일어난 화는 나 자신은 물론 내 주변, 더 나아가 모든 존재에게 고통을 준다. 반대로 내 안에서 일어난 유익한 마음은 나 자신은 물론 내 주변, 더 나아가 모든 존재에게 행복을 준다. 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인간애는 실종되어 공동체 의식의 변질을 걱정하는 요즘, 팬데믹으로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이 되는 가르침이다.

 

붓다께서는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소중하고, 더 사랑스러운 사람은 찾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남도 자신처럼 사랑스럽게 여기고 절대 남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자애는 자신도 행복하고, 타인도 행복하고, 둘 다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_ 263

 

나 스스로를 향한 화, 내 안의 고통이 되는 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내가 싫어하는 존재마저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자애)을 계발하는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세상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 철학이 가장 으뜸으로 여기는 인간적 가치는 결국 이러한 선의의 마음과 그것을 계발하려는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차별 없는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화에 관한 모든 것은 인간 구원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 속으로

 

괴로움이나 행복이 전적으로 대상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대상 그 자체에 괴로움이나 행복의 속성이 내재해 있다면 괴로움의 속성이 있는 대상과 접촉할 때는 오직 괴로운 마음만 일어나고, 행복의 속성이 있는 대상과 접촉할 때는 오직 행복한 마음만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똑같은 대상을 만나더라도 괴로운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고, 행복한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_ 28

 

일반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얻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상을 바꿈으로써 행복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상을 통해서 완전한 행복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수많은 존재가 가진 욕망과 수많은 외부 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항상 내가 원하는 대상을 얻거나 내가 원하는 대로 대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조건이 갖추어져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부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 조건이 다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_ 44~45

 

자신에 대한 화가 많은 사람은 자신을 학대하고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상당히 약합니다. 더구나 자기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므로 다른 사람에게도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 대한 화가 자기 혐오, 사회 혐오, 우울증, 자살 등의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화는 자신의 삶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로운 마음임을 분명히 통찰하고 자신에 대한 존중과 자애 등의 마음을 계발함으로써 자신에 대해 화를 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_ 56

 

화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분노, 격노, 성냄, 역정, 노여움 등뿐만 아니라 지루함, 스트레스, 질투, 인색, 후회, 슬픔, 허무, 절망, 우울, 공포, 불안 등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또 화는 큰 괴로움 없이 지나가는 사소한 화부터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강력한 화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_ 78

 

화가 무상하다는 것은 화가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아님을 의미합니다. 만약 화가 고정불변하는 실체라면 화는 사라지지 않고 정신적 고통이 계속되어야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는 화를 낼 조건이 있을 때 화가 일어나서 정신적 고통이 생기지만, 화를 낼 조건이 사라지면 화가 사라져서 정신적 고통도 사라집니다. 이같이 화는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조건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무상한 정신 현상일 뿐입니다. _ 87~88

 

화에 대하여 화로써 대처한다면 화는 마음의 장애 요소이고 걸림돌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화를 화로써 대처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화를 통해 지혜가 계발되어 지혜의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_ 98

 

세상의 모든 것들은 조건에 의해 생겨난 것이어서 조건이 다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무상하고, 무상한 것들은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고, 불만족스러운 속성이 있습니다. 또 무상하고 불확실한 것들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주변 환경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꾸고 싶다 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_ 110~111

 

화를 버릴 때 가장 중요한 지혜 중 하나는 화의 해로움을 통찰하는 것입니다. 화의 해로움을 분명히 통찰하면 화가 저절로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마치 독약이 위험하다고 분명히 아는 사람은 절대 독약을 먹지 않고 멀리하는 것처럼. 그래서 화의 해로움 또는 위험을 이해하는 지혜는 아주 중요합니다. _ 127

 

자신에 대한 화를 버리는 데는 존재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는 통찰이 아주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완벽하기를 바라고 그렇지 못할 때 부족한 것이 많다고 불만을 가집니다. 하지만 사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붓다께서도 존재의 실상은 무상하고 괴로움이라고 설하셨는데 이것은 존재가 불완전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능력이 많고 행복한 존재라도 영원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므로 언젠가 능력도 사라지고 행복도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역으로 세상에 아무리 능력이 없고 괴로움이 많은 존재라도 영원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모습은 변하기 마련이므로 완벽한 상태란 있을 수 없습니다. _ 156

 

또 다른 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상대의 장점을 보는 것입니다. 화가 일어나면 대상의 좋은 측면이나 장점보다는 나쁜 측면이나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역으로 상대의 좋은 측면이나 장점에 마음을 기울임으로써 화를 가라앉게 할 수 있습니다. _ 166

▲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의 기존 출간된 책(왼쪽)과 큰글자책(오른쪽)  


설사 지금 자신이 지은 업의 결과가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업의 결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 인연이 성숙하면 자신이 지은 업의 결과는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합니다. 또 남이 지은 업의 결과를 내가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은 업의 결과를 남이 받은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지은 업의 결과는 결국 스스로가 받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합니다. 이처럼 인과응보와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는 일은 자신을 향한 화나 타인을 향한 화를 버리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_ 170~171

 

화를 버리는 다양한 지혜를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화가 버려지지 않을 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화의 원인을 파악하여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화를 버릴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본적으로 화는 탐욕을 조건으로 일어나고, 탐욕은 어리석음을 조건으로 일어납니다. _ 183

 

화가 일어나는 근원적인 원인인 어리석음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을 버리는 지혜를 계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고질적인 화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습관이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지겠습니까? 올바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지혜가 점차 강해지고 예리해지며, 그로 인해 고질적인 화도 점점 약해지고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_ 190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경험한 것, 배운 것, 생각한 것을 토대로 견해를 만듭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형성된 견해를 객관적으로 여러 방면에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견해, 사실과 다른 견해, 진리가 아닌 견해를 사견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견은 항상 집착이 함께합니다. 이렇게 사견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기 견해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제시하면 자신이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상대를 공격하면서 화를 냅니다. 단지 자신과 다른 의견이 제시된 것일 뿐인데도 자신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고 자존심이 상하여 화를 내는 것입니다. 실제 인간관계에서 견해의 차이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는 일이 가장 흔합니다. 이처럼 사견에 집착하는 것은 화의 주된 원인이 됩니다. _ 212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에게 일어나는 장애를 알아차리는 마음관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마음을 관찰할 수 있어야 장애가 일어날 때 그것을 알아차린 후 적절한 지혜를 활용하여 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관찰을 통해 장애를 버리고 호흡만을 온전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그 마음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삼매에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불교의 호흡수행은 단순히 호흡에만 집중하는 수행이 아니라 마음관찰을 통해서 장애를 버리는 지혜를 닦음으로써 삼매를 계발하는 수행이므로 마음관찰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_ 232

 

호흡을 알아차릴 때에는 숨에 대하여 생각하지 말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대상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호흡수행할 때는 그와 같은 생각을 멈추어야 삼매를 계발할 수 있습니다. 숨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일으키는 일은 마음이 호흡과 하나가 되는 삼매를 닦는 데 방해가 됩니다. _ 246

 

수행이 끝나고 난 후에 는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반조反照의 시간을 반드시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말해서 좌선 수행을 하는 동안에 어떤 장애들이 일어났는지, 장애를 어떻게 버리고 예방했는지, 어떻게 삼매를 계발했는지, 어떻게 삼매를 유지했는지 등에 대하여 반조합니다. () 이런 반조의 과정이 없다면 수행이 잘될 때와 잘되지 않을 때의 원인, 조건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행이 잘될 때는 그저 좋고 행복하다는 경험만 남고, 수행이 잘되지 않을 때는 수행에 대해 싫고 괴롭다는 경험만 남게 될 뿐입니다. 그러면 장애를 어떻게 길들여서 그것을 버리고 바른 삼매를 계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를 계발하기가 어렵습니다. _ 254~255

 

자기 자신부터 시작하여 존경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 미워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류의 개인에 대하여 자애를 계발할 수 있게 된 사람은 개인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 수 있습니다. _ 268

 

개인에 대한 자애로부터 시작해 제한된 집단, 전체 집단으로 자애를 확장하여 계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뿐 아니라 다양한 집단에 대해서도 자애를 계발한 사람은 세상에 있는 존재라면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저열하든 뛰어나든, 거칠든 미세하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가난하든 부자이든, 불교 신자이든 기독교 신자이든 천주교 신자든, 보수파든 진보파든, 보통 사람이든 깨달은 사람이든 어떤 존재라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자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자 일묵 스님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의 제자인 원택 스님을 스승으로 출가했다. 이후 범어사 강원을 졸업했고 봉암사, 미얀마 파욱국제명상센터, 영국 아마라와띠, 프랑스 플럼빌리지 등 국내외 수행처에서 수행하였다. 2009년 서울에 초기불교 가르침을 전하는 제따와나선원을 개원하였고, 2018년 강원도 춘천으로 수행 도량을 이전하였다. 현재 춘천 제따와나선원 선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이해하고 내려놓기, 일묵 스님이 들려주는 초기불교 윤회 이야기, 사성제등이 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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