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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서평● 김탁 著 『증산사상과 한국종교』 (민속원, 2022)

이호재 | 기사입력 2022/06/29 [14:03]
증산교의 증산신학의 수립을 예고한다

이호재 서평● 김탁 著 『증산사상과 한국종교』 (민속원, 2022)

증산교의 증산신학의 수립을 예고한다

이호재 | 입력 : 2022/06/29 [14:03]

증산교의 증산신학의 수립을 예고한다 

증산교와 대순전경은 혼합주의가 아닌 포함(包含)주의이다.

 

최근에 고창의 고인돌군, 단군 유적지, 최치원의 유적지, 안성의 미륵불, 무상사, 쌍계사 등 불교의 사찰, 무성서원, 덕천서원 등 유교의 서원, 금강대도, 증산교 본부, 김일부의 향적산방 등 신종교성지, 이세종, 이현필의 유적지 등을 답사하였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주위에 선사시대와 고조선 문명의 종교유적, 유교, 불교, 도교 등 전통종교, 천도교(동학),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민족종교, 천주교와 개신교 등 그리스도교 등이 한민족의 종교적 영성인 선맥(僊脈)과 무맥(巫脈)을 바탕으로 중첩적이고 다원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세계종교사에서 보기 드문 종교지형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의 종교지형이 유교와 불교와 도교, 그리스도교 등 외래종교의 전래사로 그려지며, 토착적 영성의 근대적 발현이라는 동학과 증산교, 대종교와 원불교조차 기존 종교를 혼합좌도’, ‘이도라는 비판과 일제 강점기에는 유사종교, ‘사이비종교, 해방 이후에는 그리스도교계로부터는 혼합종교이단종교라는 혐의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역사상 존재했던 어떤 종교도 하나의 종교현상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정통이단은 짝개념으로 다른 종교와 배타성을 담보로 우월성과 절대성을 확보하기 위한 종교전략에 불과할 뿐이다. 세계 종교인 기독교와 불교도 기존 종교로부터 혼합종교와 이단종교로 출발한 것은 종교사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신종교에 대한 편견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고조선 문명이 화이세계관과 그리스도교 세계관, 실증적 식민주의에 의해 신화적 사건으로 치부됨에 따라 한국의 종교지형은 외래종교의 종속사로 전락하고 그 틀 안에서 원효와 의상, 퇴계와 율곡 등 일부 종교인의 창조적 종교활동이 한국의 종교적 창조성을 대변하고 종교 종주국의 종교성을 확장하거나 완성한 종속변수로 평가되어진다. 이는 한국의 종교적 원형적 도맥(道脈)인 선맥(僊脈)이 은폐된 결과로 초래되는 얼룩진 한국 종교사이다. 최치원은 난랑비서에서 국유현묘지도(國有玄妙之道) 왈풍류(曰風流) 설교지원비상선사(說敎之源備詳仙史) 실내포함삼교(實乃包含三敎) 접화군생(接化群生)” 이라고 말한다. 풍류는 기존의 유교와 불교와 도교의 이치를 이미 포함(包含)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최치원의 포함에는 기존의 종교체계를 수용하고도 넉넉함이 있다는 의미이다. 선사에 기록된 풍류의 연원은 바로 선맥이다. 선맥은 원효의 화쟁론, 동학의 상여론(相與論), 대종교의 삼일론(三一論), 증산교의 상생론, 원불교의 병진론, 김범부의 오증론, 변찬린의 장자론(長子論)등으로 그 종교적 도맥이 창조적으로 계승되고 있다.

 

선맥에 담긴 한국의 도맥은 기존의 유불도의 유형별 종교를 합일하는 삼교합일(三敎合一)의 차원이 아닌 삼교합발(三敎合發)로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하며, 그리스도교 등 외래사상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고도 여유로운 다교합발(多敎合發)의 창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선맥과 유사한 무맥()의 종교현상과 혼돈할 경우 외래종교사상의 단순한 혼합이라는 형식의 해석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예를 들면 최제우에게 출현한 한울님과 옥황상제의 신격으로 현현한 강증산에 대한 신격을 동학신학자와 증산신학자들이 그리스도교 신학의 지고신을 규정하기 위한 종교신학적 언어인 창조성, 초월성, 내재성, 과정성 등으로 한국 신종교의 신격을 논증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 것인가? 한민족의 지고신의 경험인 최제우의 한울님이 과연 초월성과 내재성, 혹은 범재신론으로 규정될 수 있는지 진지한 신학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교 신학의 하나()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천도교신학의 대답이 없다면 혹자가 말하는 바 동학은 기독교의 아류라고 평가되거나 혹은 동학은 기독교의 완성이라고 할 만한 천도교신학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우주 최고의 지고신이 인간으로 현현한 강증산을 신앙한다는 증산교는 그리스도교 신학과 천도교신학과 다른 차원의 신학적 논쟁이 기다리고 있다. 동서의 지고신이 한국의 종교세계에서 공존하고 있다. 동서의 신관을 배타적이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시킬 수 있는 포월적인 해석학적준거점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한국의 신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신들의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고신을 신앙한다는 관계자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 

 

한국 근대에 동학에 이어 창교된 증산교는 다양한 종교의 맥락을 포함하고 해원을 통한 천지공사와 상생이라는 개벽세계를 제시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증산교는 기존 종교를 뛰어넘는 미래를 지향하는 대안종교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통적인 종교적 요소를 단순히 집대성한 혼합종교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이처럼 세간에서 바라보는 증산교와 증산교에서 주장하는 종교인식의 격차는 상당히 크다. 이런 인식적 거리를 화해시키며 증산교와 대순전경의 종교체계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게 한 것은 이정립, 배용덕, 김탁의 학문적 공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정립은 초기 증산교의 증산신학의 틀을 세웠으며, 배용덕은 학술대회, 세미나 등에 학자들을 초빙하여 증산사상의 현대화와 증산신학개론을 수립하였고, 김탁은 증산교단과 학계에 학문대상으로서 증산교를 대중화한 공로는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저자인 김탁은 1993년에 한국종교사에서의 유교와 증산교의 만남, 한국 신종교에서 보는 그리스도교라는 학술논문을 시작으로 199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증산 강일순의 공사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신종교 분야에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대표적인 증산연구가이다. 

  

증산교와 대순전경은 한국 종교 도맥의 담지체

 

저자는 증산교가 민간신앙·유교·불교·도교·그리스도교·동학 등 증산교가 창교할 당시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교적 요소를 수용하고 있음을 방대한 문헌 조사와 대순전경을 분석하여 출전을 밝히고 있다. 대순전경에서 다른 종교의 요소가 풍부하게 담긴 출처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독서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기존의 유형별 종교분류를 존중하면서 대순전경의 종교문헌이 기존 종교적 기제의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 창조적 수용과 혁신적 해석, 그리고 독창적 발상이라는 사실을 증산의 언행을 통해 논증하고 있다. 저자는 어떤 기존의 전통적 요소들이 창조적으로 변용되었는가?”, 또한 “”경전으로서의 절대적 진리의 권위를 보장받았던 증산의 말씀은 그 말씀이 처해있던 사회적, 역사적 문맥 속으로 이전되어야만 비로소 온전히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증산과 증산교의 교리체계에 대한 진실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인식을 가지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목표다.“라고 시종일관 해석학적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증산사상 연구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잘 요약되어 있다. “증산교라는 한국 신종교를 중심으로 본 만남의 한국종교사라고도 할 수 있다고 저술목적을 밝히고 있다.

 

증산교의 창교자인 강증산의 언행이 기록된 종교문헌인 대순전경(1965, 6)에 담긴 사상을 한국종교사의 맥락에서 유교, 불교, 도교, 동학, 한시, 민간신앙 등과 만난 초보적인 역사적 비평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10여년에 걸쳐 쓴 일곱 편의 논문을 모은 글인데도 소목차가 거의 유사하다. 머리말 해당 종교(는 유교, 불교, 도교, 민간신앙, 동학, 한시, 고전 구절)와 증산교의 만남의 배경 증산교 경전에 보이는 해당 종교의 요소의 내용 증산의 해당 종교에 대한 비판(해당 종교의 사회적 기능 상실에 대한 비판/창교자에 대한 인물 비판/해당 종교에 대한 증산의 대안) -맺음말로 일목요연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저자의 증산사상에 대한 연구는 일회적인 호기심의 발로가 아니라 치밀한 해석학적 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대순전경에서 애매모호했던 옛글옛사람에 대한 출처가 저자의 치열한 연구에 의해 속속들이 밝혀짐에 따라 대순전경이 편집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오기를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증산교의 교단신학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 것은 부수적인 성과이다.

 

또한 이 책은 증산교와 대순전경에 관심있는 독자에게 한국의 종교적 심성에 내장된 담대한 발상과 깊은 종교적 영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지적체험은 강증산의 언행에 대한 전통의 수용에 대한 논증과 창조적 적용과 해석에 대한 균형 잡힌 문헌비평을 할 수 있는 저자의 학문적 역량에 전적으로 기인한다. 이런 해석학적 분석을 통해 강증산은 (필자가 그다지 강조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의 종교적 도맥인 선맥을 발현시켜 기존의 종교체계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안목을 가지고, 일상적인 종교적 용어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며, 미래세계의 설계도를 제시하고 (이 책의 논제와 벗어나 언급되지 않지만) 대중성을 가진 무교의례를 천지공사로 승화시켜 자신의 종교적 신념체계를 의례체계로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종교적 영성이 사대주의와 식민주의를 탈피할 때 발현될 수 있는 증산의 종교체계를 저자는 무조건적인 과장이나, 의도적인 폄하를 하지 않고 여유로운 종교학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에서 신약성서가 유대교의 타나크(구약성서)를 수용하고 재해석한 예수그리스도의 언행이 기록된 성서라는 종교텍스트가 있듯이 기존의 종교문헌과 종교문화를 수용하고 재해석한 강증산의 언행이 기록된 대순전경라는 종교텍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역사비평, 문서비평, 양식비평 등의 해석학적 방법을 절제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은 증산교를 포함한 한국 신종교를 혼합종교라든가 이단종교 혹은 사이비종교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증산교단의 일방적인 호교론적인 태도와 선교신학적인 주장과 거리를 둔 학술성과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신종교에도 이런 책의 편제에 착안하여 한국 신종교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된다면 국수주의적 종교, ‘혼합주의적 종교라는 세간의 평가는 불식되고 한국 신종교에 내재된 신앙체계의 보편성이 잘 드러날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신종교 연구의 방향을 제시한 저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증산신학의 체계화를 기대하며

 

저자 개인에게는 이 책은 증산사상 연구를 총결산하는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증산교()에는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 바로 증산신학의 수립이다. 증산신학이라는 용어자체가 생경할 줄 모르지만 그리스도교 신학에 훈습된 신학이라는 용어는 그리스도교에서 전용할 수 있는 종교적 언어가 아니다. 평자는 신에 관한 학문이라는 상식적인 신학의 개념으로 신을 신앙하는 한국신종교도 대종교신학, 천도교신학, 증산신학 등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유일신 신앙에서 형성된 신학과 상응하는 이해지평에서 신종교의 신에 대한 연구인 신학으로 종교적 인간이 연구하는 인간학이기 때문이다. 증산신학은 배용덕과 임영창이 공저한 증산사상연구회8집과 10집에 증산신학개론(, 1982), 증산신학개론(중하, 1984)이 있다. 신종교가 미신종교라는 열악한 사회적 인식에서 두 선학의 시론적 연구성과는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올해는 증산신학개론이 나온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종교학자로서 저자는 증산교(1992) 등의 연구가 있고, 이 책에서도 동학의 신관과 증산교의 신관에 대한 통찰력있는 지적이 곳곳에 보인다. 저자의 그간의 연구성과는 증산신학수립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되며, 한국 종교사에서 증산신학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판단되기에 증산신학의 수립을 위해 저자의 적극적인 역할과 증산교단에 몇 가지 제언을 함으로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의 전통적 도맥인 선맥에 대한 재조명이다. 저자가 선맥의 개념이 동학과 기독교를 포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170, 215) 이 부분은 한국의 종교적 원형과 도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책에서 도교와 증산교의 만남이라는 영역은 있지만 선맥과 증산교에 대한 만남이 보이지 않고, 민간신앙과 증산교라는 영역이 있지만 무교와의 만남이라는 독립된 연구가 보이지 않는다. 저자가 1995년에 발표한 도교와 증산교의 만남에서 일단의 견해를 드러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도교에 대한 개념 정의를 중국이라는 토양에서 종합발전된 다양한 사상”(210)으로 한정하고 있다. 증산신학의 수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의 선맥과 무맥(巫脈)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선맥은 한국의 종교적 원형으로 신선신앙으로 살아있는 종교현상이다. 특히 최근에 신선신앙의 발원지가 고조선 문명이라는 괄목한 만한 연구성과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재서의 한국도교의 기원과 역사, 안동준의 한국도교문화의 탐구그리고 고구려가 신선신앙의 발원지라는 것은 실체적으로 논증한 안동준의 고구려계신화와 도교(백산학회, 2000), 요동반도 영성자 고분벽화의 신선신앙(고조선 단군학, 2021)는 반드시 참고하여야 한다. 더불어 고조선 문명에 대한 기존의 연구성과도 증산신학 연구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이 분야의 선구적인 논문인 변찬린의 ()(증산사상연구5, 1979)과 한국의 신종교와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성서를 비교종교학적인 관점에서 증산사상연구에 다섯 편의 논문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일부 증산교()의 그리스도교와 성서에 대한 해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성경은 선()의 문서라는 맥락에서 그리스도교의 성서를 해석한 변찬린의 성경의 원리(한국신학연구소, 2019)는 반드시 참고하여야 한다.

 

둘째, 한국의 신관과 그리스도교의 신관에 대한 체계적인 비교연구이다. 저자는 증산교의 지고신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을 거론하고 있다. “증산이 하늘로 올라가 상제를 만났다면 옥황상제가 증산자신이라는 주장은 모순이 아닌가?(128, 224-225)라는 관점, 태을주와 태을천상원군(248)의 신격, ”수운의 인격과 한울님의 신격사이에 구별이 없어지고 하나됨을 이루었으므로 더 이상 문답이 필요하지 않다. 증산교단은 이때부터 한울님인 증산이 수운을 떠나 자신의 도를 펼친다“(466)는 천도교와 증산교의 차별적 이해, “증산은 수운에게 천명과 신교를 내려준 상제 또는 한울님으로 믿어진다신계의 절대적 권능을 지닌 최고 주재자가 직접 인간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증산교의 믿음은, 세계 종교사에서도 독특하게 평가받아야”(525)한다는 점, 제우가 시천주 주문의 해석에서 천주에 대한 해석이 없고, 대순전경에서 천주=증산(322, 443)라고 밝히고 있으며, “법사가 증산이고 시천주의 천주도 증산인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증산교인들의 믿음이 가장 문제가 되겠지만, 이에 대해 공식으로 밝히고 있는 교단은 아직 없다고(448-449) 하며, 증산은 해원신이고 수운은 보은신(445-446)이라는 제시된 신관의 속성과 신격 등은 천도교신학자와 증산신학자가 밝혀야 할 핵심과제이다. 물론 종교학자로서 신앙체계에 대한 일정한 거리두기는 이 책의 객관적 분석을 담보하는 덕목이기도 하지만 이 책이 남긴 과제이기도 한다. 한국의 종교역사와는 무관한 다른 신을 배타적으로 척결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지고신으로 등극한 야훼신관과 다원적인 종교전통에서 그리스도교의 신명을 포함한 전통적인 다양한 신령()이 공존하는 한국의 지고신은 어떻게 자리매김이 되어야 할 까? 다시 말하면 동학의 한울님과 증산의 지고신 신격과의 관계, 증산의 신격과 그리스도교 신학의 지고신, 태을()신의 신격과의 관계는증산신학의 수립을 위해 한국종교사의 맥락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셋째, 저자가 역사적 문헌비평을 통해 밝힌 경전의 오류수정이다. 저자는 원전의 출처가 밝혀지고 오기가 명확한 것은 증단교단 차원에서 수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면, 344(56-57), 390(77-79), 925(130), 366(141-42), 446절과 696절의 비교(450-452)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의 학술적 주장이지만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는 증산교단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1993년에 박사생의 신분으로 발표한 한국신종교에서 보는 그리스도교라는 논문과 당시 토론내용이 실리지 않아 안타깝다. 당시 종교간 대화의 메카였던 서강대학교에서 주관한 토론회에서 박사생 김탁과 그리스도교적 배경을 가진 길희성, 김승혜, 심종혁, 정양모, 차옥숭, 홍정수와 윤영해(불교학)과의 토론은 지금도 유효성을 가지고 있다. ‘하늘과 상제와 천주를 둘러싼 동서의 지고신에 대한 논쟁이 박사생과 그리스도교 신학자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 것이다. 만약 증산교의 신관과 신격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진다면 전혀 다른 종교신학적 토론으로 전환될 것은 자명하다. 그리스도교 신학자가 동학(천도교)의 신격에 대해서는 연구가 상당히 있지만, 강증산의 신격에 대한 연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그리스도교 신학의 재림주의 현신이 증산신학에서는 강증산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증산교의 대순전경에 담긴 기존의 종교적 기제에 대한 선택성 수용성과 창조적 혁신성을 역사적 문헌비평을 통하여 강증산의 사상체계를 탁월하게 해석한 역작이며, 동시에 다른 신종교의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저술이다. 동시에 이 책은 저자에게 증산교학의 시론적 연구작업이 증산신학이라는 연구영역으로 집약되어 그리스도교의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그리스도교 신학체계의 근간이 된 것과 같은 증산신학 체계 수립의 주역이 될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증산교의 양대 교단이라고 할 수 있는 대순진리회와 증산도가 주축이 되어 교단신학의 틀을 벗어나 증산신학의 수립을 위해 범증산교단의 대승적인 종교 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 이호재 원장은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 종교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자하원 원장이다. 관심 영역은 동서양 종교 사상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의 사유 체계를 구축하여 새 축 시대의 영성 생활인'이라는 생활 프로젝트를 세계화하는 데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 종교운동(2018), 한밝 변찬린: 한국 종교 사상가(2017), 인생 지도(2017)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의 신명(神明)사상과 신명공동체, 한국 재래 종교의 '구원', 변찬린의 새 교회론 연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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