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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인 박남수 천도교령과의 발행인 對談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3/05/16 [15:56]
“이 세상의 이치는 밥 한그릇의 이치를 아는데 있다”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인 박남수 천도교령과의 발행인 對談

“이 세상의 이치는 밥 한그릇의 이치를 아는데 있다”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3/05/16 [15:56]


“이 세상의 이치는 밥 한그릇의 이치를 아는데 있다”



박남수 천도교령(사진 왼쪽)과 대담을 나누고 있는 이옥용 발행인. 

대담진행과 사회=배영기 논설위원(숭의여대 명예교수)

천도교 최고지도자인 박남수(71) 천도교령은 지난 4월 17일 취임한 이후 ‘한달간이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고 했다. 대담자의 취임소감 질문에 대한 첫 답변이었다. 천도교의 지난 역사가 심한 굴곡을 겪으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를 극복해야할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찾아 조직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매일 새벽 다섯시에 한시간동안 하는 수련의 태도와 내용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간곡한 기도를 하고 있으며 그가 항상 메모하는 수첩에는 각종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는 천도교 ‘종무원장’ ‘종의원 의장’ 등의 중앙총부 주요 교직을 두루 역임한 바 있으며 천도교 전위단체인 (사)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으로서 남북 교류 및 통일 운동에 앞장서 왔다. 또한 종교연합기구인 한국종교연합(URI-KOREA)의 상임대표직을 비롯한 각종 종교, 시민사회운동 단체에서 종교 간 대화, 종교계의 화합과 상생, 종교인의 사회적 운동 등에 관여한 개혁적인 인물로 천도교의 위상 찾기와 종교평화운동에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종교가 기복(祈福), 구도(求道), 개벽(開闢)의 소명과 역할을 한다면 그의 활동상은 세상을 바꾸는 개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내공이 쌓인 그가 취임 후 한달간 긴 여정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면 그만큼 지난(至難)한 과제가 쌓여있다는 이야기이다.

범종교신문의 이옥용 발행인이 본지 논설위원인 배영기 숭의여대 명예교수의 진행과 사회로 5월 14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총부에서 천도교의 위상 회복방안과 미래, 종교의 역할, 종교화합을 위한 모색 등에 관해 대담을 나누었다. 그는 대사회적 활동에 앞장서 온 개벽정신의 소유자로 인식됐으나 대담 중 그의 구도자적 사상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신앙은 영성으로 이루는 것

우선 박 교령의 신앙의 기본과 시초가 구도자적 성향이었다. 그는 천도교 입교 당시 스승의 말을 깊이 새기고 있었다. 당시 선생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 누군가?”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며 “마음을 비우고 공부하라”고 했고 그는 이를 깊이 새기고 수련했다. 종교를 이치로 접근하는 것은 학문일 뿐, 지식으로는 종교존립이 불가하다고 했다. 영성으로 신앙을 이루는 것이며 그냥 수련에 빠져들면 ‘신앙=생활’이 된다는 논리다. 막히는 게 있으면 그때 교리에 물어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종교영성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날 것을 확신하고 있다. 신념의 마력은 종교인 아닌 철학자도 체험하는 것으로 그러한 영성을 기복, 미신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철 전 교령이 그에게 “어떻게 천도교에 입교했는냐”고 물어 보았을 때 자신은 “선생님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전 교령 ‘교리 지식을 공부해서 됐노라’고 했으며, 자신은 ‘신도감’이고 김 교령은 ‘지도자감’이라는 결론을 지었다고 했다.

그러나 '신도감' 박 교령은 이제 최고 종교지도자가 되어 있고, 그 신앙을 기본으로 천도교의 옛 위상을 찾고 종교평화운동을 주도할 과업을 짊어지고 있다.

“천도교는 좋은데 천도교 믿는 사람이 바보다”

그는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됐다는 향아설(向我說)에 의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천도교의 위상을 회복하려 한다.

세계민주화의 시초랄 수 있는 대원군 시절의 광화문 복합상소(伏閤上疏), 동학혁명군이 설치한 농민적 자치기관 집강소(執綱所), 1904년 일본과의 협력으로 개화를 추진한 갑진개혁운동, 3․1운동 때의 역할 등을 거론하며 과거의 업적만 떠올리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전통과 명망있는 할머니의 국밥집을 최고라고 자랑하면서도 스테이크만 먹는 손자는 할머니의 정신을 잇지 못하는 것이어서 할머니 자식이 아니듯이 천도교의 자랑만 늘어놓고 그 정신을 잇지 못하는 천도교의 현실을 반성했다. 그는 수운-해월-의암의 가르침과 기본 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인내천(人乃天)과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사상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훌륭한 진리라고 했다. 

그는 서슴없이 천도교의 현실을 비판했다. 이제 만고불변의 진리는 유지하되 시대에 맞는 규범과 제도를 갖추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종교는 시대와 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선거제도와 3년 단임제도 등 20년전 만든 교헌(敎憲)의 개정 등 시대적 요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3년 단임으로서는 통합과 화해의 장애요소가 된다는 것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적어도 정치적, 사회적 통합이 아닌, 편을 가르는게 없어지는 ‘마음의 통합’을 이루기엔 부족한 기간이란 것이다.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도와야 한다”

박 교령은 천도교가 “무사안일에 빠졌다” “과거만 뜯어 먹고 산다”는 대담자의 비판을 곳란히 받아 들였다. ‘교조들과 국민들에게 송구하다’고 했다.

약한 사람 부둥켜 안고 희생을 해야 하는 종교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불교가 생활종교에 뿌리내려 교세가 커나가는데 비해 너무 위세가 약화된 데에는 그러한 정신이 부족했다고 했다. ‘최일도 밥퍼 목사’ 처럼 막상 나누는데 앞장 서지 못해 포덕(布德)에 실패했다는 것. 물론 한때 300만 교도수가 있었으나 일제 시대 탄압과 분단, 이승만 정권의 배척 등으로 교세가 약화된 이유도 있지만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도와야 한다”는 종교의 기본적 태도를 고수해야 했다는 반성이다. 박 교령은 현재 어린이 보육과 노인을 위한 복지법인을 신청하고 있다고 했다.

천도교가 교육과 언론에서 진취적이지 못했던 것도 아쉬워했다. 그가 20년전 종무원장을 맡았을 때 대학과 방송 설립을 추진했었는데 인가를 반납하고 만 것이다. 이제라도 시대에 맞춰 87년 전통의 월간 ‘신인간’을 폐간하고 신문과 인터넷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는 그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다.

“종교는 세상, 창생, 세속을 먹고 살아야 한다”

“현재 종교의 갈등은 경전과 교리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종교가 정치사회적으로 세력화됨으로써 오는 갈등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원조 특혜, 불교문화재에 대한 일방적 예산 지원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분쟁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벙종교신문의 취지로써 다종교다문화사회에서의 이해와 배려, 상생을 이야기하자 종교연합운동의 지도자로서의 박 교령은 단호하게 종교갈등의 원인과 그 해결책을 분명하게 했다. 

‘각 종교가 자기 중심, 교리와 교주 중심으로 배타적 갈등이 생겨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개신교계가 ‘다같이 예수믿고 천당가면 되는데’ 여러 분파와 단체로 나뉘어 교회끼리, 교회안에서 다툼을 벌이는데 대해서도 같은 판단이었다.

“그래서 종교가 마루 종(宗), ‘으뜸’의 가르침을 못하게 되었고 오히려 세상의 걱정거리로 공격과 불신을 받는 것입니다. 종교는 모름지기 세상, 창생, 세속을 먹고 살아야 합니다.”

종교간 화합을 위해서 악수하고 합장하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정치적, 홍보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세상과 함께 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밑으로부터의 차근차근한 활동이 진정한 종교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5월 2일 한국종교연합이 개최한 제 66차 평화포럼 ‘종교와 음식문화’가 그 일환이라며 대단히 자랑스러워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음식문화를 접근할 때 각 종교간의 차이와 공통점을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각 종교가 ‘식탁의 영성’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박 교령은 ‘종교와 음식문화’의 포럼을 올해 7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밥 한그릇의 사상’을 말씀하셨습니다. 밥에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세상의 이치를 아는 것은 밥 한그릇의 이치를 아는데 있습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것을 아고 내 앞에 놓인 밥 한그릇이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이 세상은 지금과는 몰라보게 다른 밝고 맑고 깨끗한 세상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종교연합에서는 평화포럼 외에 청년문화캠프, 다문화가정 캠프, 전국종교인문화한마당 등의 행사와 함께 ‘종교평화지수’ 제정을 진행하고 있다. 종교평화지수는 국내 종교 간 갈등 및 화해‧상생의 사례들을 종합‧분석해 수치화한 것으로 이를 통해 종교의 역할과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을 담고 있다. 개신교계의 거부감이 있지만 잘 이해시켜 올해 발표할 예정이다.

‘Buy Korea’, ‘Buy 천도교’

“천도교는 3․1운동과 모금운동 등 종교화합을 이끌어 낸 역사가 있습니다.”

김 교령은 민족종교 천도교가 바람직한 다종교다문화사회의 정착에 큰 교훈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그러기 위해선 천교도의 옛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기본정신을 회복해 천도교의 위상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교령으로서 외교부장관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Buy Korea’를 했듯이 ‘Buy 천도교’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박 교령은 ‘강남스타일’과 ‘젠틀멘’의 싸이가 한국의 문화를 ‘Buy Korea’ 하는데 일조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전야제’에 그친다고 말했다. 우리 종교의 정신문화야말로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교조들의 기본정신을 계승해 ‘Buy 천도교’로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종교화합은 물론 한울님의 덕을 세상에 펼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천도교와 중심교리
 

천도교는 조선 말기에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가 창도한 동학(東學)을 제3대 교조 손병희가 개칭하여 재건한 종교이다. 천도교는 내세에서가 아니라 현세에서의 지상천국 건설을 최고 이상으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주관적으로는 개인의 인격을 완성하여 정신 개벽을 이루고 객관적으로는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고 인간성 본연의 윤리적 사회를 이룩하여 세계의 신앙을 통일, 세계를 하나로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한다. 인격적이며 초월적인 유일신 한울님을 신앙 대상으로 하며,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人乃天은 사람이 곧 하느님이며 만물이 모두 하느님이라고 보는 천도교(天道敎)의 중심 교리이며 事人如天은 "동학의 2대교주 최시형(崔時亨)이 시천주사상(侍天主思想)에 의거하여 세운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고 한 가르침이다. 


한국종교연합(URI-KOREA)

박남수 천도교령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종교연합(URI-KOREA)은 1995년 5월15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상록원에서 창립식을 가졌다.

일상적 종교간 협력을 영구히 증진시키고 종교로 말미암은 폭력을 징진시키며 , 지구와 모든 생명체를 위한 평화와 정의 및 치유의 문화를 조성하려는 세계종교연합(United Religion Initiative; URI)의 목적과 헌장정신을 한국에 구현하려는 비연리민간단체이다.

URI는 1995년 UN창설지인 센프란시스코에서 50주년을 기념하는 과정에 UN과 같은 세계평화기구의 필요성을 공감한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발기되었으며 2000년 6월 20(유엔헌장 조인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헌장을 조인한 범종교세계기구이다. URI는 현재 70여 구가에 350여 지부가 설립되어 있고 세계적 전통종교를 비롯해 100여개의 종교를 포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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