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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보는 로마 교황과 일본 천왕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8/24 [18:57]
“천황은 절대권력자 아닌 국민의 상징”

일본인이 보는 로마 교황과 일본 천왕

“천황은 절대권력자 아닌 국민의 상징”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8/24 [18:57]

로마교황의 방한 중 가는 곳마다 반기는 한국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로마교황이 ‘아이돌스타’가 되었나 하는 느낌까지 들었으나 천주교 신자 입장에서 볼 때는 교황이 예수님 대신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황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의 원수이긴 하지만 통치자, 권력의 상징이 아니고 온 세계에서 존경받는 아버지인 것이다. 교황이 대중 앞을 지나갈 때 어린 아이가 있는 것을 보면 꼭 행진를 멈추고 아이들을 포옹해 주는 보습이 아버지 같았다.

자식들이 힘들게 사는 모습을 알고 자식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약하면서 검소하게 살려고 하는 교황의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VIVA、PAPA”(아버지 만세)가 자연스러웠다. 
 
  
이런 로마교황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떠오르는 인물이 일본 천황(天皇)이다.

한국에서는 ‘천황’이라는 명칭을 보면 천황이 일본 절대권력자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사실은 ‘국민의 상징’으로서 권력자보다는 명문가 종가 집안에서 제사를 맨 처음으로 지내는 원로 또는 제사장 같은 것이다.

로마교황은 천주교 신자의 대표자로서 하나님께 신자를 중보하는 제사장으로서, 일본 천황은 일본 국가의 대표자로서 백성들의 건강과 안전을 조상님께 기도하는 제사장이다.

로마교황이 이번에 세상에서 소외돼 있는 시설을 찾아가서 격려하듯이 천황도 재앙으로 집을 잃어버린 피재민을 격려하기 위해 지방 순례를 많이 한다. 심지어는 무릎을 끓고 피재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기도 하다. 
   

현재의 천황은 일본 군주(君主)나 왕이 아니고 ‘국민의 상징’이다. 법률이나 조약의 형식적인 승인, 국무대신들의 임명식을 관장하는 일 등을 하며, 일본 안위를 위해 연간 20일간은 천황만이 거행하는 제사의식을 치른다.     

천황이 절대적 권력자도 군림한 시기는 고대(古代)였다. 백제나 고구려가 망한 무렵이었다. 그 후의 무사들이 막부를 만들고 현실적인 권력자가 된 ‘가마쿠라(鎌倉)막부’부터는 천황의 존재는 상징물에 불과했다.    

1868년에 ‘메이지(明治)유신’이 성립되면서 청황이 입헌군주(立憲君主)로서 정치 무대에 다시 등장해도 실권은 천황에게 없었다. 당시부터 내각제(內閣制)가 존재했는데 내각에서 올라온 정책에 대해서는 천황은 의견을 말할 뿐 육군대신, 해군대신과 같은 군부를 대표하는 대신들의 의향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리고 수상(首相)은 여러 국무대신(國務大臣)들의 대표자가 아니고 여러 대신들과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내각회의할 때의 의장과 같았다. 군대의 통수권이 현재처럼 수상에게 없어서 수상이 육군대신, 해군대신을 견제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군부가 자기 멋대로 힘을 키운 결과 태평양전쟁으로 돌입하게 되고 말았다.    

이와 같이 일본 천황 내외는 일본 국민로부터 국부, 국모로서 존경받고 있다. 일본 나라와 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역시 부모의 모습이다. 그러니 외국에서 천황을 폄하시키는 일이 들려오면 일본사람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천황을 건드리면 크게 반발하기 마련이다. 천황에 관한 일은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 둬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실제로 천황을 부를 때는 일본에서는 존경심을 담아 ‘천황 폐하’, ‘황후 폐하’라고 부른다.

그런데 천황이 많은 존경을 받고있다고 해서 일본국민들이 천황을 중심으로다시 하나로 뭉쳐서 주변국가들을 침략하겠다는 생각은 전혀없다.

참고로 한국에서 아직도 천황을 ‘일왕(日王)’으로 표기하는데 이 표기는 일본국민들에게 거부감주는 명칭이다. 한일 양국에 있서어는 상대국의 고유명칭은 상대국의 발음으로 표시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 관례로 인해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일본식 발음인 ‘보쿠 킨케이’라고 부르지 않고 한국식 발음으로 부르며 표기한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천황의 일본식 발음인 ‘덴노오’로 표기하지 못하더라도 ‘천황’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한일관계에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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