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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수기-지장경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1/28 [09:46]
간절하고 절박한 그 자리에 부처님 영험 나타난다

신행수기-지장경

간절하고 절박한 그 자리에 부처님 영험 나타난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1/28 [09:46]

저는 과거 경제적인 이유보다 훨씬 더 중한 ‘목숨이 달린’ 문제에 부딪쳐 부처님을 찾아 2번이나 살아난 경우가 있고, 이거 안 이루어지면 딱 ‘죽을 것만 같은’ 그런 문제를 기도를 통해 해결하였습니다.

10년 전 혼자 차를 몰고 전국일주를 떠났던 때입니다. 여행의 목적이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사시다 길에서 열반하신 부처님처럼’ 한번 해보겠다는 거였습니다. 매일 밤 차안에서 잤습니다. 가을이었지만 무척 추웠습니다. 태안반도 격포해수욕장 인근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해 슈퍼에서 맥주를 몇 캔 사서 마시고 잠들기를 시도했는데, 추위가 조금도 가시질 않았습니다. 차안에서 얼어 죽는구나 싶었을 때 문득 부처님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저는 종일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고 다녔는데, 아미타부처님이 생각난 겁니다. 그때 제게 간절히 필요했던 건 ‘따뜻함’이었습니다.

저는 온힘을 짜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부처님이 탁- 나타나셨습니다. 눈을 감은 제 눈앞에 서 계셨습니다. 그 와중에도 ‘참, 이상도 해라. 모두 앉아계신 부처님인데, 이 부처님은 서계시네?’ 하는 생각을 한 그때 부처님의 백호에서 빛을 내뿜으시더니 순식간에 제 몸에 쫙 퍼졌습니다. 따뜻한 빛이 온몸에 퍼지자 전 스르르 녹아버렸습니다. 마치 ‘빛의 이불’을 덮고 잠이 드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8시간 동안 푹 잤습니다. 아미타부처님이 빛으로 따뜻하게 재워주신 것입니다.
 
아미타부처님 빛으로 추위 이겨
 
두 번째는 4년 전 갑자기 뇌와 관련된 병이 시작되어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막 결혼한 신혼에 들떠있던 새댁이었지요. 한데 피가 뇌 쪽에서 막힌 채 어마어마한 압력에 당장이라도 뇌 속에서 대 출혈을 일으킬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을 수시로 느끼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병에 걸린 겁니다. 의사는 너무 위험하므로 손대봐야 소용없다면서 단지 ‘예방을 위한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날 병원을 나서면서 결심했습니다. ‘이제 겨우 삼십대 중반에 불과한, 그것도 막 결혼하여 새 인생을 시작하는 새댁인 내게 확실한 보장도 없는 약을 평생 먹을 수는 없다. 그것도 매주 병원에 들러야 하는 그 짓을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내 운명이라면 차라리 그냥 죽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사 당신은 모른다. 내 병에 대해서 아무 것도. 그러니 그따위 처방이나 내리지. 하지만 부처님은 아실 거다. 내 병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결책도 주실 것이다. 그러니 부처님에게 내 운명을 맡기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00일 기도를 계획했고, 기도대상이 되는 불보살님은 ‘지장보살’로 정했습니다. 죽음이 코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평소 명부전을 담당하시는 지장보살님께 기도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해 보리라 싶었던 거지요.

전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정성껏 쌀을 한 봉지 준비해서 가까운 절에 갔습니다. 먼저 삼배를 하고, 간절한 발원한 뒤 ‘지장본원경’을 읽었습니다. 그런 뒤 ‘지장정근’을 30분 정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발원의 내용은 여러 말 필요 없이 막무가내로 그냥 ‘제발 살려주세요.’였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의 제 절박함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업장, 기도로 떨어내
 
그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도 또 한 번 뇌혈관이 터질 것 같은 어마어마한 압력이 왔습니다. 압력이 극한점에 달했을 때, 진짜 펑! 하고 터져버리고 말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다다랐을 때, ‘아, 이젠 진짜 죽는구나!’ 하고 편안히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무서운 공포 속에 살아가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저의 뇌혈관이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데 뇌 속에서 질척질척 흥건히 번져나가야 할 피가 이상히도 제 입속에서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겁니다. 울컥 하고 목에서 이물질이 넘어 오기에 뱉어보니 시커먼 덩어리 같은 거였고, 맛도 아주 쓰더군요. 꼭 교체 직전의 자동차엔진오일같이 찐득찐득하고 걸쭉한 액체 같은 거였습니다. 꿈속에서도 알겠더군요. ‘아, 내 몸 안에서 업장이 빠져나온 거구나’ 하고. 그러곤 눈을 번쩍 떴습니다.

사실 표현하기 어려워 꿈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찌나 그 체험이 생생했던지 온몸에선 식은땀이 쫙 흐르고 잠이 확 다 깨더군요. 그 뒤 4년간 아무 증상 없이 지금껏 잘 살아오고 있습니다.

100일 기도 계획 중 단 하루의 기도로, 단 하룻밤 새에 기적처럼 다 나아버린 겁니다. 병은 병이 아니라, 단지 업장일 뿐이었고, 업장이었기에 그 병을 낫게 한 건 수술이나 약이 아니라, 업장소멸을 위한 기도였던 겁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부처님께서 저를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주셨습니다.
세 번째는 ‘살생의 인연’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는 어떤 한 남자에 대한 저의 아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저는 10여 년 전 어떤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와 함께 한 시간은 겨우 2개월, 만남은 불과 4번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는 기나긴 아픔이 시작되었고, 그 아픔이 5년째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로. 무언가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 몇 번의 시도를 해봤지만, 그는 여전히 제 가슴에 살아있었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내가 죽어야만 끝날 인연, 죽을 정도의 기도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저는 홀연히 속세의 삶을 정리하고 눈 내리는 겨울산사로 떠났습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그해 겨울, 그 산꼭대기 법당에서 얼어터지는 손발을 부처님 앞에 모으며 5000배씩 100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절은 하루 14시간 30분 정도 해야 했고, 절이 끝나도 내 업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쉬이 법당을 떠날 수 없어서 자정까지 목탁을 치며 소리 높여 염불하였습니다.
 
간절하고 절박한 자리가 최고의 영험도량
 
5000배는 온몸으로 피를 토해내는 듯한 고통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그날은 10000배로 회향을 하리라 작정했습니다. 꼬박 23시간이 걸렸습니다. 99일째까지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100일기도를 마치고 절을 떠나는 저를 배웅해 주기 위해 절 앞마당에 온 식구가 모였습니다.

차바퀴가 구르고 그들이 멀어지기 시작하려던 찰나, 제 가슴 한 구석에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분명히 제 귀에 생생히 들릴 정도로 실감나는 소리였습니다.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조 금은 시원한 것도 같고, 허전한 것도 같고, 텅 빈 것도 같은 복잡하고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다음 순간 그 사람과 얽혔던 전생의 업이 마침내 떨어져나가는 소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제가 그 절을 떠나는 그날 저의 아픔을 멈추게 해주셨고, 2개월 후에는 더 좋은 인연을 보내주셔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돌봐주고 계십니다.

기도는 ‘더는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을 때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처님 앞에 털썩 주저앉는 기분으로 모든 걸 내맡겨야 합니다. 100% 부처님께만 의지하는 순수한 상태가 돼야 합니다.

저는 이제 아무 것도 못하겠으니 부처님이 다 알아서 해주십시오. 전 모르겠습니다. 하는 심정으로요. 사람이 자기 힘으로도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느낄 때에는 기도를 하면서도 100% 부처님께 의지하는 맘이 들지 않습니다. ‘이거 안 되면 난 죽는다. 안 되는 그냥 죽으리라’ 하는 극한의 심정으로 부처님만이 이걸 해결하실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믿고 다 내맡기는 심정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간절해야 합니다. 절박하고 절실해야 합니다. 조금도 계산 없이, 내 능력으로 될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나 미련 없이 ‘그냥 이대로 나를 통째로 가져가십시오.’ 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다 맡겨야 하는 겁니다.

그 다음의 문제는 부처님의 몫이죠. 문제를 해결해 주시든, 죽이시든, 지지고 볶든지 간에. 기도하는 이는 마음을 편안히 하고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어차피 부처님께 맡긴 일이니 부처님께서 알아서 다 처리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부처님은 나 자신이니 내가 나를 해치고 방치하는 법은 없습니다.

기도 법은 정해진 법이 없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으로, 편하게 하면 됩니다. ‘간절하고 절박한 그 자리’가 부처님 영험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최고의 영험도량입니다.(정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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