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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시 특파원의 일본통신-일본에서 ‘가이묘오’(戒名)란 무엇인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5/28 [16:45]

이시바시 특파원의 일본통신-일본에서 ‘가이묘오’(戒名)란 무엇인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5/28 [16:45]
 

일본에서 ‘가이묘오’(戒名)란 무엇인가





이 묘에 묻힌 조상들은 3명인데, 묘석 측면에 묻힌 사람의 이름이 새져져 있다. 윗부분의 다섯 자 내지 여섯 글자가 ‘가이묘오’(戒名)이며, 아랫부분에는 작은 크기로 본명과 사망한 날짜가 새겨져 있다.

 

명(戒名)은 불교에서 계(戒)를 받고 불문(佛門)에 들어온 사람에게 붙여 주는 이름이다. 법명(法名) 또는 법호(法號)라고도 한다. 출가하여 득도한 승려에게 내려 주는 법가의 이름이며, 건당식(建幢式)을 마치고 받는 이름인 당호(堂號), 입적한 승려에게 주어지는 시호(豺號)도 포함된다.

일본에서도 출가하여 승려가 되려는 사람에게 계명을 주지만, 보통 가이묘오(戒名)라고 하면, 죽은 사람에게 붙이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통례이다.

원래 ‘가이묘오’는 불교 불전에 근거가 없는 제도이다. 게다가 결혼하고 술을 마시는 대부분의 일본 승려는 불교의 계(戒)를 지키지 않으니, 그런 승려들이 이름을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모순이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도 출가하여 세상과 거리를 두고 수행하는 승려는 있으나 대부분 결혼하여 술을 마시는 세속적인 승려들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타락한 승려라고 여기지 않는다. 출가하지 않고 같은 동네에서 ‘단카’(檀家)와 같이 사는 승려는 세습적인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승려들에게 일본 사람들은 조상들이 머무는 묘를 관리하고 명절 때에 위령기도를 해 주는 역할을 기대한다. 이들은 성직자가 아닌 대학교에서 불경(佛經), 불전(佛典)에 관한 공부를 마치고 불교식으로 기도와 제사를 지내주는 직업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본 불교가 중국이나 조선반도를 통해 도입된 당시에는 고도로 체계화된 학문으로 들어 왔다. 중국에서 확립된 ‘달마대사’로 유명한 불교 종파 젠슈(禪宗)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조상숭배 개념을 포함시켰다. 800년 전에 ‘도오겐 젠지’(道元 禪師)가 시작한 ‘소오토오슈’(曹洞宗)가 젠슈(禪宗)의 일파인데, 제4대째 대표제가가 장례의례를 도입한 것이 불교장례식의 효시가 됐다. 이 종파는 경제적인 기반을 닦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시대가 내려오면서 불교식으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가이묘오’가 크게 문제된 것은 그 가격이다. 고인에게 불교식 이름을 붙이려면 최하 10만엔이고, 격위 있는 이름은 100만엔 이상 지불해야 한다. 그것도 장례식을 치르기 전에 전액 선불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절을 비판할 수만은 없다. 옛날 일본 절에는 토지소유가 허락되어 경제기반을 닦을 수 있었으나, 명치유신(明治維新) 때에 절의 토지소유를 금지하는 바람에 ‘단카’(檀家)가 주는 ‘후세’(布施)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에는 약 7만개의 절이 있는데, 이 중 ‘단카’(檀家) 숫자가 적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쥬우쇼쿠’(住職) 스님이 없는 절이 2만개나 된다.

옛날에는 천황, 귀족, 무사 등 고위층 계급만 ‘단카’가 될 수 있었고, 그들이 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민들이 ‘단카’가 될 수 있게 됐다.

*단카(檀家): 일정한 절에 소속하면서 그 절에 장례식 등 불사(佛事) 일체를 맡기고 시주에 의하여 그 절의 재정을 돕는 집. 또는 그런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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