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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시 특파원의 일본통신-일본 장례문화가 변하고 있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5/28 [16:33]

이시바시 특파원의 일본통신-일본 장례문화가 변하고 있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5/28 [16:33]
 

이시바시 특파원의 일본통신


일본 장례문화가 변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 “장례식은 필요하다!?”




턱없이 비싼 장례비용

장례에 관한 언론특집과 출판 이어져


요즈음 일본 사회에서는 턱없이 비싼 장례비용으로 인해 장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장례를 올바르게 알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러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어졌고, 장례식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책의 출판이 이어지고 있다.

‘재단법인 일본소비자협회’가 발표한 2007년도 평균 장례비용은 231만엔이다. 종교학자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씨의 저서 “장례식은 필요 없다”(幻冬舍 刊)에 의하면, 1990년 세계 각국 장례비용에 관한 자료가 있는데, 미국 44만4천엔, 영국 12만3천엔, 독일 19만8천엔, 한국 37만3천엔으로 일본 장례비용이 월등히 비싸다.

주간지 “에코노미스트”(2009년 9월 29일자) 특집기사 “장례식과 묘, 그리고 절”에서는 장례비용 231만엔은 평균이며, 60%가 200만엔 이하이고, 최다가격은 1800만엔 가량이라고 한다. 일본의 장례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은 틀림없다.


90%였던 불교식 ‘단카’(檀家) 장례,

장례식 없이 바로 火葬, 30% 넘어


일본은 원래 친척이나 이웃, 친구들이 모여서 고인의 장례식을 치르고 조상님의 묘에 납골하는 장례에 대한 상식이 있었으나, 근래 들어 이 상식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일본은 거의 90%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러 왔다. 일본은 ‘보다이지’(菩薩寺)라는 대대로 조상들의 납골묘를 관리하는 절이 있는데, 보통 이 ‘보다이지’의 ‘쥬우쇼쿠’(住職) 절에서 생활하면서 절 운영을 맡는 스님에게 장례식을 의뢰하고, 장례식과 화장 이후 49일에 조상들이 머무는 묘에 유골을 납골한다.

일본 절의 부지에는 대부분 조상들을 모시는 묘가 있다. 묘는 묘석(墓石)을 세워 지하에 납골한다. 절은 동네 가운데에 있으니 묘도 주택가 안에 있기 마련이다. 이는 돌아가신 조상님을 자기 생활권 안에 모시고 싶은 일본 사람들의 조상님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다.

절은 조상들의 묘를 관리해 주면서 그 후손들로부터 관리비를 받아 유지해 나간다. 이처럼 절에 조상묘의 관리를 맡기고 관리비를 내는 후손을 ‘단카’(檀家)라고 한다. 이 ‘단카’는 조상의 묘가 있는 절의 종파나 교리를 믿는 절대적인 신자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신자이기는 하지만, 그 절에 다니며 포교활동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의식이 없다. 일본 불교의 절에서는 자기 절의 종파를 믿든 안 믿든 관리비만 내면, 단카들의 조상묘를 관리해 주며 조상들을 위해 기도해 준다.

묘석(墓石)이 안치돼 있는 묘터는 절에 영대사용료(永代使用料)를 지불하면 절이 ‘단카’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묘석도 각자 돈을 내고 세워야 한다. “사단법인 전국우량석재점 모임”(全國優良石材店の會)이 2009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묘석에 들어간 비용은 전국평균 169만8천엔이었다.


절에 대한 사례(布施 장례식 기피 후세)만 54만9천엔,

장례식 기피 많아져


일본사람들은 신정 때는 절이나 신사(神社)를 참배하며 새해를 출발하고, 결혼식은 신도(神道)식이나 기독교식으로 올리지만,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한다. 여러 종교 의식을 거치는데도 마음의 갈등을 느끼지 않고, 그것을 모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종교를 배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딱 부러지게 결정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로 부딪치지 않고 양쪽 다 좋게 처리하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다.

그런데 일본 수도권에서는 종래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바로 화장(火葬)하는  ‘조크소오’(直葬)의 비율이 30%를 넘었다고 한다. 장례식 비용이 비싸서 장의사나 절에 장례식을 의뢰하지 않는 것이다.

또 조상들의 묘가 있는 ‘보다이지’에 납골하지 않고, 다른 납골당에 납골하거나 ‘자연장’(自然葬)으로 바다나 산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散骨)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원인은 절에서 부당한 ‘후세’(布施: 장례식에 대한 사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좋은 장례식 입문”(講談社 刊)에 의하면, 2007년도의 ‘후세’(布施)가 평균 54만9천엔이라고 한다.

‘후세’(布施)는 원래 불교에서 자기 집착을 버리기 위한 하나의 수행이다. ‘후세’는 물질적으로 베푸는 수행(財施) 뿐만 아니라 남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신세’(身施) 등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후세’(布施)라고 하면, 승려가 고인에게 ‘가이묘오’(戒名)라는 불교식 이름을 지어 주고 장례식에서 독경(讀經)해 주는 대가로 사례(謝禮)하는 것을 의미한다. ‘쥬우쇼쿠’(住職) 스님이 내리는 가이묘오는 고작 여섯 자(字)이며, 독경(讀經)도 2시간이 채 되지 않는데, 고가의 사례를 요구하다고 ‘단카’(檀家)들은 생각하고 있다.


가족관계 희박해진 것도 변화요인

마음만은 "장례식은 필요하다"


‘조크소오’(直葬)의 또 다른 원인은 현대사회에서 가족관계가 희박해지는 데 있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 위해 장례식을 아예 없애려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결과이다.

본지 ‘무연사회(無緣社會)’ 기사(5월 15일자 30면)에서 소개한 것처럼 자기 어머니의 유품도 보존하는 것도 싫어한다. 모시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1945년 일본이 패전 후 핵가족화, 도시화, 봉급생활자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이다. 1950년대부터 시작한 일본 고도경제성장으로 인해 도시에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자 농촌에서 도시로 나오는 사람이 증가했다. 자연 부모의 묘는 자기들이 사는 도시에 만들게 됐다.

일본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성묘를 중요시하여 자기 가족을 고향에 있는 조상들의 묘에 묻기보다는 자기들의 집 근처에 묘를 만들어 그곳에 묻는 것을 선호한다. 도시는 핵가족이 많아 아들이 없으면 묘를 만들 필요가 없다. 게다가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봉급생활자들이다. 대대로 유지해야 할 가업(家業)이 없는 한 굳이 양자를 들여서까지 묘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족이나 친척 간의 동족의식과 이웃과의 유대관계가 약화되면서 장례식이 간소화되었고, 심지어는 장례식조차 하지 않는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 씨의 저서 제목처럼 현대사회는 “장례식은 필요없다”는 추세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원래 성묘를 잘하고, 조상을 숭배하는 마음을 가진 민족이다. ‘리빙신문그룹’이 2002년 20대 이상 여성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 이내에 성묘를 했느냐의 질문에 80%가 했다고 대답했다. 조상들의 묘를 통해 조상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려는 것이 동아시아권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정서이다.

마음은 “장례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장례식은 필요없다” 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지금 일본의 현실이다. <동경=이시바시 겐이치 특파원>


장례문제를 다룬 일본의 책과 잡지


이시바시’(石橋) 동경특파원의 ‘보다이지’(菩薩寺)인 ‘진구우지’(神宮寺) 정문 모습. 이시바시 특파원 자택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보다인지’ 안에 있는 ‘이시바시’ 가문의 묘(왼쪽)와 절 바로 옆에 있는 주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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