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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의 지평 넓힌 밥 딜런, 기독교 개종으로 대중 정서의 지평 넓혔을까

신민형 | 기사입력 2016/10/15 [00:01]
노벨문학상 밥딜런 수상 관련 신문 기사 내용을 보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의 지평 넓힌 밥 딜런, 기독교 개종으로 대중 정서의 지평 넓혔을까

노벨문학상 밥딜런 수상 관련 신문 기사 내용을 보며

신민형 | 입력 : 2016/10/15 [00:01]

대중음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노벨문학상의 지평을 넓힌 밥 딜런의 노랫말은 1960~1970년대, 그리고 현재까지 젊은이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사회참여와 저항 정신을 일깨워주고 있다.
 
“문학의 개념 확장” “평가 기준 의아” 등 엇갈린 반응과 논란을 일으키는 그의 노벨상 수상은 아마도 그의 노래 가사에 담긴 문학성과 함께 사회의식을 높이 평가하는 노벨문학상의 전통에 어울리는 것일게다. 그리고 그의 작사·작곡가로서의 면모는 그러한 성향을 드러낸 1970년대 이전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노벨문학상의 혁명적, 의외적인 선정에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14일자 조간종합지 9개 중 5개가 1면 톱으로 배치하는 등 모든 신문들이 1면과 관련지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제목에서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록에 언어가 생겼다’ ‘'삐딱한 딴따라'… 문학의 중심에 섰다’ ‘反戰 아이콘’ ‘시대를 노래한 음유시인’ 등 그를 한마디로 나타내는 표현이 등장했다.(아래 14일자 조간종합지의 밥 딜런 기사 목록 참조)
 
그 가운데 개신교계 조간종합지 국민일보의 기사가 여타 신문과 다른 시각의 제목과 내용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14일 인터넷판에 올려진 ‘올 노벨 문학상 받은 밥 딜런, 30여년 전 기독교로 개종’이란 기사였다. 개신교게 신문답게 그가 기독교로 개종했다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민일보는 15일자 ‘밥 딜런 복음의 노래와 신앙’란 제하의 기사에서는 “예수가 율법화된 반신앙적 태도에 맞서 제단 아래로 내려와 삶에 지친 이들을 향해 쉬운 언어로 설교하고 찬양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그의 음악과 시를 평가해 놓았다. 또한 기독교 개종 후 나온 앨범들에 대해 “밥 딜런의 노랫말은 어쩌면 고매한 신학자들의 언어보다 하나님과의 진정한 만남과 지식을 담아낸 살아있는 카테키즘(교리문답)”이란 기독교문화운동가의 말을 빌려 추켜세워 놓았다.
 
그러나 그가 개종 후 발표한 음악과 시는 가슴에 와닿는 것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방황하던 청춘시절에 들었던 1960년대의 ‘Blowin' in the Wind’는 음악에 과문한 필자의 가슴과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1962년 처음 발표한 이 노래는 전쟁과 평화, 자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며 그 의미의 다양한 해석에 현재까지도 청춘들의 주제가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인권운동과 반전(反戰) 운동의 대표곡이 됐으며 한국에서 대중음악가 김민기, 양희은에게도 영향을 끼치며 1970, 80년대 한국 학생운동에서도 주제가로 불려질 정도였다. 
 

<Blowin' in the Wind>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my friend,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How many years can a mountain exist
Before it is washed to the sea
How many years can some people exist
Before they're allowed to be free
How many times can a man turn his head
And pretend that he just doesn't see
The answer,my friend,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Before he can see the sky
How many years must one man have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l he knows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The answer,my friend,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1978년 기독교 개종과 멀어진 팬, 보편적인 정서 충족 못해  
 
유대인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10세 때부터 시를 쓸 정도로 문학을 좋아했을 뿐 기독교 신앙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197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빈야드크리스천펠로우십교회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고 교회 성경 교사였던 존 듀이어 목사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1979년 ‘슬로 트레인 컴잉(Slow Train Coming)’이라는 가스펠 음반을 출시해 그래미상을 탄 뒤 복음전도자의 길을 걸었다.
 
일부 언론들과 평단은 그의 개종에 대해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벌인 일종의 쇼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또한 종교적 내용의 앨범이 나오면서 상당수 팬이 그를 멀리했다. 가까운 친구였던 존 레논도 밥 딜런의 개종에 대한 응답으로 ‘서브 유어셀프(Serve yourself)’란 노래의 가사를 통해 그를 비꼬기도 했다.
 
기독교 개종으로 일부 기독교인들이 더욱 열렬한 팬이 되었지만 그가 60-70년대 영향을 주었던 대중 정서의 지평은 좁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80년 발표된 ‘세이브드(Saved)’와 81년 ‘쇼트 오브 러브’ 등 기독교적 곡들이 나의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낯설고 보편적인 감동 역시 덜하다. 많은 대중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게 익숙한 곡 ‘Knockin' on Heaven's Door’(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역시 그가 개종 전에 작사·작곡한 것이다. 곡 제목에 ‘천국’이 들어가 있어 기독교적인 음악과 시 같지만 그 내용은 ‘Blowin' in the Wind’와 같이 반전·평화을 노래하고 있다. 이 노래는 1973년 영화 ‘관계의 종말(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의 OST로 만들어졌으며 후에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Knockin' on Heaven's Door>
 
Mama, take this badge off of me.
I can't use it anymore.
It's gettin' dark, too dark to see.
I feel like I'm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Mama, put my guns in the ground.
I can't shoot them anymore.
That long black cloud is comin' down.
I feel like I'm knockin' on heaven's door.
 
 
밥 딜런은 2009년 데뷔 47년 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앨범 ‘크리스마스 인 더 하트’(Christmas In The Heart)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 그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앉혀놓고 불러주는 것처럼 순박하고 차분하게 부른 캐럴을 앨범에 담았다. 수록곡은 ‘히어 컴스 산타클로스(Here Comes Santa Calus)’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 ‘더 퍼스트 노엘(The First Noel)’ ‘오 리틀 타운 오브 베들레헴(O’ Little Town Of Bethlehem)’ 등 15곡이 담겨있다.  

 
<Here comes Santa Claus>
 
Here comes Santa Claus Here comes Santa Claus Right down Santa Claus Lane
Vixen and Blitzen, and all his reindeer Pulling on the reins
Bells are ringing, children singing All is merry and bright
Hang your stockings say your prayers 'Cause Santa Claus comes tonight.
Here comes Santa Claus Here comes Santa Claus Right down Santa Claus Lane
He's got a bag that is filled with toys For the boys and girls again
Hear those sleigh bells jingle jangle,what a beautiful sight
jump in bed and cover up head 'Cause Santa Claus comes tonight
Here comes Santa Claus Here comes Santa Claus Right down Santa Claus Lane
He doesn't care if you're rich or poor For he loves you just the same
Santa knows we're all God children That makes everything right
fill your hearts with Christmas cheer 'Cause Santa Claus comes tonight
Here comes Santa Claus Here comes Santa Claus Right down Santa Claus Lane
He'll come around when the chimes ring out Then it's Christmas morn again
Peace on earth will come to all
If we just follow the light Lets give thanks to the lord above
 
 
그러나 이 역시 필자와 많은 대중들에겐 ‘Blowin' in the Wind’Knockin' on Heaven's Door‘와는 비할 데 없이 생소하다. 저항의 상징이자 미국 최고의 음유시인이 ’반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의 아이콘으로서의 보편적 정서에서 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심취한 밥 딜런의 가스펠 앨범은 2001년 발표된 ‘100개의 위대한 기독교 앨범’ 중 16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독교인 팬들에겐 각인되었을지 몰라도 대중정서 지평을 넓히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도 그의 개종전 ‘반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주는 메시지에 주목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 밥딜런 수상 관련 14일자 조간신문 기사 목록>
 
<한국>
노벨문학상에 밥 딜런…'가수 최초로 수상'(1면)
밥 딜런에 이르러 록에 언어가 생겼다
노벨문학상을 왜 가수에게?
국내 포크 음악에 큰 영향... 저항가요 씨 뿌려
“딜런은 미국의 고난을 전한 역사가”
<조선>
그의 노래, 귀를 위한 詩다(1면 톱)
기타와 詩에 미친 '삐딱한 딴따라'… 문학의 중심에 섰다
"문학경계 넓힌 것 같아" "훌륭한 작가 많은데…"(27면)
<중앙>
“Blowin’ in the wind” 밥 딜런 노벨상 시인 되다(1면 톱)
60년대 미국의 반전 아이콘…한국선 대학가 운동가요로(2면)
<동아>
누가 예상했을까… 노벨문학상에 美 포크록 가수 밥 딜런(1면)
문학의 반열 오른 반전-평화 노랫말… 기타 든 음유시인(2면)
<경향>
‘음유시인’ 밥 딜런, 노벨 문학상 품다(1면 톱)
한림원 “음악 속에 새로운 시적 표현 창조, 귀를 위한 시”
노벨 문학상 115년 역사에 가수는 처음
‘75세 노장’ 오늘도 무대 올라(2면)
<한겨레>
노벨문학상에 밥 딜런(1면)
시대를 노래한 음유시인, 노벨문학상 품다(2면)
<서울>
“그의 노래는 귀를 위한 시”…노벨 문학상에 밥 딜런 ‘파격’(1면)
노래하는 저항시인… 대중가요, 시대의 문학 되다
“문학의 개념 확장” “평가 기준 의아해” 엇갈려
비문학인이 받은 사례는(11면)
<세계>
'노벨문학상' 가수 겸 시인 밥 딜런 수상(1면)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지친 삶 시로 승화
“정신주의 진면목 생명정신” 동아시아 정신사상 일깨워
‘문학의 뿌리’ 어머니 삶 좇아 소설 속에서 만나다(17면)
<국민>
‘깜짝’ 노벨문학상… 美 가수 겸 시인 밥 딜런(1면)
“밥 딜런, 귀를 위한 시를 썼다”… 反戰·평화 음악으로 창조(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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