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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이발

박길수 | 기사입력 2022/02/16 [08:51]
나에게 마음의 작용이란 아까운 이발비 같은 것 아니었을까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이발

나에게 마음의 작용이란 아까운 이발비 같은 것 아니었을까

박길수 | 입력 : 2022/02/16 [08:51]

다른 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데, 일년에 두어 번 하는 이발비는 왜 이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올해는 더 아까워 그만 가슴이 아려왔다. 지금까지 8~9천원 했었는데, 만 원을 냈기 때문이다. 실은 이발이 거의 끝나려고 할 때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작년 8천원 주었으니, 올해는 아마 9천원 정도 부를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짐짓 태연한 척 점잖게 꼼짝 않고, 이발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미용사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이들어 투박하게 늙고 수다스럽던 미용사 아주머니는 마치 크게 자비라도 베풀고 있다는 듯 웃으며 다가왔다. 참으로 인자한 모습을 하며 만 원만 내란다. 정말 인심쓰고 있다는 보살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무슨 만원! 대낮에 날강도 만난 기분이었다. 어처구니 없고 억울해, 기가 막힌 항변의 외침이 막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도대체 내색을 할 수도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부터 설명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힘들게 가위는 아예 들 필요도 없다고. 그냥 이발기계로 대충 깎아주면 된다고. 절간 스님처럼 쉽게쉽게 밀어달라고. 면도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시간이 없으니 대충 깎아도 상관 없다고. 괜히 바쁜 척도 했다. 그러나 돈을 8천원 이상 더 많이 받지 말라는 부탁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설마 만 원까지 부를 수 없도록, 나는 그 나이든 미용사의 손이 덜 가도록 꽤 많은 노력을 한 것이다.

 

사람마다 유난히 중요시하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깎는 이발 비용이 괜히 내 마음을 곤두세우게 하는 듯싶다. 칠팔 개월에 한 차례 천 원 더 낼 일이 내 가슴을 덜컹대게 만들다니. 건강했던 내 아내는 옛날 그때마다 나를 바로바로 다잡아 줬다. 남자가 좀스럽게 그러지 말라고. 어리광이 너무 심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가만히 생각해도 참 웃기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괜히 고집 피우고, 억지 부리며 신경쓰다가, 마음 무너지는 경우를 한두 개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나에게 마음의 작용이란 이발비 같은 것 아니었을까 싶다. 부럽거나 실망스럽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화나거나 기쁘거나, 내키지 않거나 그토록 바라거나, 짜증나거나 달갑거나, 좌절스럽거나 다행스럽거나, 억울하거나, 원망스럽거나. 이 일이 어쩌면 모두 다 단순한 마음의 작용일 것 같다.

 

이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리면서 사소한 편견을 홀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모든 마음의 작용이 한낱 이발비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라도 흰구름 떠다니는 저 파란 하늘로, 훨훨 더 자유롭고 아름답게, 날아다니면서 살면 좋을 것 같다. 억지부리지 말고, 내 마음 내가 잘 달래면서 한가롭고 여유롭게 어울려서 살아가고 싶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3년 결혼생활 중 6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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