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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박길수 | 기사입력 2024/04/14 [08:31]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박길수 | 입력 : 2024/04/14 [08:31]

아침 옥상에 올라가니 철쭉이 滿開했다. 맑고 따사한 4월의 햇살이 이제 막 온 천지를 다 장악해버려 그들도 더 버티고 견디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연분홍 피처럼 절규하듯 한꺼번에 토해내 버렸다.

 

화사하고 순결한 봄꽃에 취해 정신없이 나대던 봄바람도 포근하고 온화해진 아침 대기에 아직 깨어나지 못한 듯싶다. 맑은 태양이 홀로 천지를 밝혔는데, 만물은 태평스럽게 늦잠에 빠져버려 사방이 고요기만 하다. 이따금씩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만 느릿느릿 한가롭다. 꽃동네는 걱정없고 여유로운 사월 한적한 세상을 일컫는 말일까?

 

내 부지런한 아내도 조용한 봄날 끝도 없는 꿈에 빠져버렸다. 방금 가벼운 미소를 짓더니 자기 왼쪽 손을 슬그머니 뻗는다. 아마 그녀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남편 손을 붙들려는 모양이 확실하다. 이제 붙들면 절대 놓아주지 않을 듯싶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긴 시간 도대체 어디 다녀왔는지 아내는 궁금했다. 이제는 절대 자기 허락없이 새벽에 나가도록 승낙하지는 않을 생각인 모양이다.

 

나는 얼른 내 오른팔을 펴 그녀의 왼손을 붙들어 주었다. 아내는 드디어 내 손을 꼭 잡았다. 앞으로 절대 놓치지 않을 듯 웅켜쥔 그녀 손이 올봄 내 사랑하는 아내의 '그녀만의 성실한 남편 사랑'인 듯하다. 억척스레 투박한 그녀의 순수한 사랑이 올봄 내 심장 떨리는 행복임에 틀림없구나!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8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또한 요양보호사로서 장애인 활동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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