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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식 목사의 창세기 산책⓸ 타락(1)

주형식 | 기사입력 2022/07/12 [08:28]
‘창세기 3장의 사건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형식 목사의 창세기 산책⓸ 타락(1)

‘창세기 3장의 사건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형식 | 입력 : 2022/07/12 [08:28]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독일이 가장 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한 장소는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였습니다. 독일의 패전으로 전쟁이 끝나고, 연합군 병사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살피던 중 가스실의 벽에 새긴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하나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죽음의 순간, 이 고난의 시간에 하나님께서 지금 어디에 계시냐는 피맺힌 절규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질문 근처에 또 다른 글이 벽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 “하나님은 지금 여기에 계십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의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지금 이 곳에 나와 함께 계신다는 이 고백....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글귀가 벽에 쓰여 있었습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이 찬양은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의 가사입니다. 이 찬미가는 1917년 미국인 프레데릭 레만 목사가 지은 찬송시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사는 사실 레만 목사의 시가 아니라, 11세기 유대인 랍비가 아람어로 쓴 아크다무트라는 서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시는 유대인들에게 구전되어 대대로 내려오던 시였기에 유대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시였습니다.

 

죽음의 공포 가운데 하나님 어디 계십니까?”라는 고통스러운 절규가 터지는 순간에 나오는 하나님은 여기에 계십니다라는 고백, “저 바닷물을 먹물 삼고 하늘을 두루마리로, 하나님 사랑 기록해도 다 묘사할 수 없겠네라는 찬양......

 

인간이 범죄하고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어디에 있느냐?”하고 찾으셨습니다. 우리는 아픈 마음으로 범죄한 자녀를 찾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성경말씀 가운데서 발견합니다. 그리고 바닷물을 먹물 삼고 하늘을 두루마리로 그 사랑을 다 기록해도 묘사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지난 3편의 연재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천지를 창조하시고, 인간을 창조하셨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을 통해서는 범죄한 인간을 찾아가시는 하나님, 사랑하는 자녀를 위하여 구속의 계획을 선언하시는 하나님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경 중에 창세기 3장의 사건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은 모든 믿는 사람의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창세기 3장은 이러한 비극을 일으킨 주범, 사탄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창세기 31절을 개역한글판으로 보시겠습니다.

 

(3:1, 개역한글판) “여호와 하나님의 지으신 들짐승 중에 뱀이 가장 간교하더라

 

같은 말씀을 개역개정판으로 보시겠습니다.

 

(3:1, 개역개정판)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여기 개역한글판과 개역개정판을 비교해 보시면 문장의 순서가 미묘하게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히브리어 본문에서는 이 말씀이 어떤 순서로 기록되어 있을까요? 히브리어는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읽습니다. 원문을 그대로 읽어보면 뱀이 / 간교하더라 / 들짐승 중에 가장” - 이런 순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히브리어 원문에서 이라는 단어의 앞에는 정관사가 붙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바로 그 뱀이라는 말입니다. 모세가 창세기 31절을 이렇게 흥미롭게 표현하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뱀은 어떤 뱀을 말하는 것입니까?

 

(12:9) “큰 용이 내어 쫓기니 옛 뱀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도 하는 온 천하를 꾀는 자라 땅으로 내어 쫓기니 그의 사자들도 저와 함께 내어 쫓기니라

 

요한계시록 129절은 하늘의 대쟁투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하늘의 대쟁투에서 이 땅으로 내어 쫒기는 뱀, 사탄 마귀를 정확하게 지칭하여 바로 그 뱀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령의 감동으로 창세기를 기록한 모세는 인간을 유혹하여 최초의 범죄를 일으키도록 한 배후, 사탄의 정체를 훤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미 잘 알려진 존재처럼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영어성경 중에서 킹제임스역 성경의 표현이 이 뱀의 정체 및 모습을 또 다른 형태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Gn 3:1, KJV) “Now the serpentwas more subtil than any beast of the field which the LORD God had made.”

 

킹제임스역은 Now the serpent - , “여기에 뱀이 있다라는 말로 시작을 합니다.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듯한 뱀, 공격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뱀의 모습을 3장의 첫머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113절은 또 뭐라고 말씀할까요? (고후 11:3) “뱀이 그 간계로 이와를 미혹케 한 것 같이 너희 마음이 그리스도를 향하는 진실함과 깨끗함에서 떠나 부패할까 두려워하노라

 

사도 바울은 이 거짓 사도들, 곧 사단의 사자들이 마치 뱀이 하와를 유혹한 것처럼 고린도 교인들을 유혹할까 염려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두 경우 모두 사단이 악한 음모를 조종했습니다. 뱀이 아담과 하와를 타락시키고 죄를 세상에 들여오는 일에 사단의 도구가 되었기 때문에, 성경에서 사단은 일반적으로 뱀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탁월한 신학자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타락이 분명한 역사적 사건이었으며, 그 배후에 사탄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태초에 발생한 인류 최초의 범죄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사탄이 지금도 고린도교인들을 미혹하기 위하여 그 배후에 있음을 고발하며 이 말씀을 기록한 것입니다.

 

사탄은 눈치 채이지 않게 그의 계략을 성취하기 위하여 자기의 기만의 목적을 이루는데 잘 맞는 변장물, 즉 뱀을 매개로 사용하기로 선택하였습니다. 당시 뱀은 지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아름다운 동물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날개가 있었는데, 공중으로 날 때에는 금빛 광택이 나는 눈부신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뱀은 그 자체가 유혹자가 아니라 사탄이 뱀을 매개체로 이용하여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1, 개역개정판)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이 말씀을 보시면 뱀의 특징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들짐승 중에서 가장 간교하니라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사람이 간교하다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는 교활하다라는 말도 있는데, 이 단어도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면 어떤 이들은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땅에 죄가 존재하기도 전에 간교한 뱀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까?” 이러한 질문을 받으시면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위하여 31절의 간교하다라는 단어를 잘 해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31절에서 간교하다라는 말의 히브리어 원어는 아룸”(מוּר󰘝)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히브리 성경에서 살펴보면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는 간사한”, “사특한등으로 사용되었고, 긍정적인 의미는 현명한”, “총명한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예는 욥기 513절과 155절인데 한글 개역 성경에는 각각 궤휼간사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예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잠언의 말씀들(12:16,23; 14:8,15,18;22:3)을 보시면 이 단어가 모두 우리말로 슬기로운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세기 31절에 나타난 이 단어는 어떤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까요? 창세기 31절에서 이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로 번역되는 것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이 말씀은 하나님에 의해 완전하게 창조된 한 피조물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창조된 이 세상은 아직 죄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뱀은 아직 저주받은 상태도 아닙니다. 그 뱀은 지금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최초의 모습 그대로인 것입니다.

 

즉 창세기 31절은 뱀이 유혹의 매개물로 이용되기 전, 맨 처음 창조되었을 그 당시의 상태를 소개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 문맥에서 아룸간교라는 부정적 의미로 번역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최초의 완전한 상태를 나타내는 긍정적인 의미, 총명한”, “슬기로운”, “현명한등의 말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따라서 창세기 31절을 성경원문과 앞뒤 문맥을 고려하여 해석한다면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총명하니라(슬기로우니라, 지혜로우니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합니다.

 

하지만 사탄은 이러한 뱀을 인류를 유혹하는 매개체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류에게 범죄 이후로 사탄은 뱀과 동일시 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 129절의 말씀처럼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 하는 온 천하를 꾀는 자로 사탄과 뱀이 동일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형식 목사는 다수의 교회와 교단행정직에서 봉사를 하다가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Andrews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Doctor of Ministry)를 취득한 후 귀국하여 현재 묵동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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