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시의 일본통신 지난 여름 열사병(열중증.熱中症)을 통해 본 고정관념 올해 일본 열도는 살인적인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더위로 죽은 사망자 수가 전국 연평균 20명 정도였다가 올해는 벌써 사망자 수가 8월말 기준으로 475명이 넘었다고한다. 진짜 "살인" 더위가 일본열도를 휩싸고 있다.
9월3일 현재 일본 수도권에서는 열대야가 연속50일째,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는 마나츠비(眞夏日)가 연속 60일째가 됐다. 매일 낮에는 기온이 35도를 웃돌고 있다.
일본에서 기온관측 통계가 시작된 지 113년이 됐는데, 올해는 6월~8월 동안 평균기온이 1.64도 이상이 올라가 기록 갱신했다고 한다.
이렇게 폭염으로 인하여 일본이 비상상태에 있다.
사망원인은 열중증(熱中症)이다. 옛날에는 야외에서 뜨거운 햇빛을 계속 받다가 쓰러지면서 죽는 열사병(熱射病)이 유명했는데, 이 열사병은 열중증 하나의 증상이다. 일본에서는 이제는 열사병보다 열중증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되는데, 집안에 있으면서도 기온 상승에 몸이 대응하지 못하고 체온이 많이 올라가 어지러움, 경련,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심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잠자듯이, 그 증상을 나타내기 전에 조용히 숨을 거두는 사람도 많다.
노인들은 에어컨을 사용하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에는 TV방송에서도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인체에 해롭다고 하여 에어컨 바람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기온이 많이 올라가도 노인들은 선풍기만 사용하려고 한다. 문제는 나이 들면, 기온이 많이 올라가도 몸이 덥다고 느끼지 못하는 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9월1일에도 85세와 78세의 노자매가 선풍기와 에어컨도 틀지 않은 상태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몸의 적응력이 떨어져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TV방송에서는 에어컨을 틀어 실내기온을 낮추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 푼이라도 아끼며 알뜰하게 살아온 생활이 몸에 밴 노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돈은 아껴 써야 하고, 절약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에어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남은 죽어도 나만은 괜찮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아무런 더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죽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에 잡힌 예이다.
올해 74세인 저의 어머니도 처음에는 방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으려고 하셨다. 에어컨이 무지하게 비싸다는 의식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다. 지금은 에어컨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전기세도 예전처럼 많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을 해드리자 비로소 제가 에어컨 설치를 허락하셨다. 어머니는 아주 쾌적하다고 계속 에어컨 바람을 맞고 계신다. 이렇게 되어 나의 어머니는 열중증으로 돌아가실 확률이 낮아져 아들로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자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예로 열중증 사망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은 오로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인데,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입장이나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접하면서 그 사람들에 대해 이해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고, 때로는 자기가 집요하게 지켜온 고정관념을 부숴야 한다는 것이다.
9월 들어서면서 한국에 좀처럼 오지 않던 태풍이 상륙했는데, 보통 일본인들은 ‘일본 본토를 비켜갔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한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도 태풍이 일본에 상륙해도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나라에서 심각한 일이 일어나도 자기 나라 일처럼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관심을 가지면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생겨 마음문이 열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