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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이시바시 동경특파원의 절두산박물관 방문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5/30 [17:26]

취재수첩-이시바시 동경특파원의 절두산박물관 방문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5/30 [17:26]
 



친절의 극치 보여준 절두산박물관

 

세계종교신문 제17호에 게재된 "구천을 떠도는 聖女 오타 줄리아"에 대해 일본서 문의가 많이 온데다, 일본과 한국 두 나라가 관계된 내용이어서 방한 길에 직접 절두산 순교박물관을 찾아가봤다.

지난 5월20일(금) 12시 30분쯤 박물관 사무실을 방문했다. 박물관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남자직원이 “점심 식사시간이라 외타중이니 오후 1시쯤에 다시 찾아 오라”고 했다. 그동안 순교박물관을 견학하기로 했다. 마침 절두산 공원에는 순례기도를 하는 독실한 신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열심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니 종교와 종단의 테두리를 떠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교박물관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의 유품 전시회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생전에 소박한 생활을 하며 한국사회의 여러 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한 추기경의 모습이 떠올라 감회가 깊었다.

절두산 꼭대기에 있는 기념 성당으로 들어가보니 마리아상을 정중히 천으로 닦고 있는 신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정성을 드리는 모습에 성당이 더욱더 성스러워 보였다.

시간이 1시가 되어 사무실로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여직원이 “책임자는 들어오셨는데, 손님을 만나는 중”이라며 10분 정도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무실에 옆에 있는 비디오실에서 절두산 역사에 관한 동영상을 감상하기로 했다. 10분 후에 다시 사무실로 갔으나, 책임자를 만날 수 없었다. 당시 절두산 성지에는 본지 한국 간부가 안내차 동행했는데, 외국에서 오신 손님을 응접실로 안내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의자라도 내주는 것이 예의인데, 조금 이따가 다시 오라거나, 마냥 서 있게 하는  것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리 약속을 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책임자가 자리에 있었고, 손님이 찾아오면 친절하게 대해 주는 것이 한국 특유의 정서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외국인 기자 앞에서 종교단체로부터 그러한 홀대를 당하니 당혹스러워 했다. 







찾아간 기자에게 몇 번씩 “다시 오라”

의자조차 주지 않아 계속 서서 취재

 

무실 여직원의 냉대에 대해 몇마디 주고 받는 중에 그것이 귀에 거슬렸는지 책임자가 바깥으로 나와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명함을 주었으니, 상대는 명함을 주기는커녕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한국인 간부가 옆에 있는 의자에 좀 앉을 수 없느냐고 물으니 책임자가 앉지 못하게 손사래를 쳤다. 한국인 간부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박물관 책임자는 왠지 우리를 잡상인 쯤으로 여기는 태도였다. 계속 서서 취재가 이뤄졌다. 게다가 그 책임자는 실내인데도 야구모를 계속 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빨리 내보내려고 하는 의도가 보였다.

약 40년 전 가톨릭 일본 동경대교구와 한국 서울대교구가 협력해 일본 고오즈심(神津島)에 있던 한국출신 천주교인 오타 줄리아 묘에서 묘토(墓土) 일부를 고국으로 가져와 김대건 신부 동상 옆에 모셨는데, 언제인가 그 묘가 소리 없이 철거됐다. 우선 기자는 묘토가 어디 있는지를 물어봤다. 책임자는 지금도 창고에 잘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방문단 단장으로 묘토를 운구해 왔던 고오즈심(神津島) 촌장의 외손녀가 한국에서 오타 줄리아 묘가 철거된 사실을 알고, 한국에서 묘토의 가치가 없어졌다면, 다시 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느냐고 본지에 의뢰했었다. 박물관 책임자는 “유골도 아니고, 성인이나 복자의 유품이 아니니 반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자기 조상의 뼈가 없어져 한 줌의 흙만 남아 있더라도 그 흙을 찾아내 정성스럽게 모시려고 하는 것이 일본 사람들 대다수의 정서다.  한국 천주교인들은 그런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본지도 지적했지만, 오타 줄리아 묘의 철거 이유를 아직 천주교 서울교구측에서  발표하지 않고 있으니 이 책임자도 언급하기가 곤란했을 것이다. 민감한 문제를 꺼내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어설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평소 천주교에 대해 정직하고, 성실하며,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온화한 신자들이 있는 종단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과거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닐 때, 교사인 수녀님이 마음이 곱고 순하신 분이었기에 천주교에 대한 인상이 더욱 좋았다. 당시 천주교로부터 받은 유년교육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국 천주교 관계자를 만난 뒤, 그동안 천주교에 대해 가졌던 좋은 이미지가 깨질까봐 겁이 난다. 손님에게 의자조차 권하지 못하는 ‘진실’이 무언지, 불친절의 극치를 보는 것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이시바시 겐이치 동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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