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여성에 투표권...2000년 만에 유리천장 깨

이인덕 기자 | 기사입력 2023/04/28 [12:00]
올 10월 4~29일 열리는 시노드(Synod)에서 첫 행사...보수는 평가절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여성에 투표권...2000년 만에 유리천장 깨

올 10월 4~29일 열리는 시노드(Synod)에서 첫 행사...보수는 평가절하

이인덕 기자 | 입력 : 2023/04/28 [12:00]

▲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 바티칸 성베드로성당에서 평신도들과의 주례 만남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04~29일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서 여성들도 사상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최초이다.

 

주교회의 사무국은 26(현지시간) "평신도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던 과거 관습을 깨고,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주교회의는 전 세계 주교들이 바티칸에 모여 가톨릭의 주요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주교들의 투표 결과를 참고해 교황이 최종 결정한다는 점에서 교황의 자문 기구로 불린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에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된 것이다.

 

그간 주교회의에는 사제, 평신도 등 비()주교들이 '감사' 자격으로 참여했으나 투표권은 주교만 행사했다. 주교는 남성만 될 수 있다. 여성이 주교회의를 참관하기는 했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선 배제된 것이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사의 역할을 폐지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10월 열리는 주교회의부터 새 방침이 적용된다. 구성원 370명 중 70명 정도가 비주교 몫인데, 이 중 절반이 여성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사무총장인 마리오 그레치 추기경은 "다양한 이들의 참여는 교회 전체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3일 바티칸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 있는 군중. 바티칸=EPA 연합뉴스

 

가톨릭 내부엔 '여성을 2등 시민으로 여긴다'는 불만이 많다. 국제단체 '가톨릭위민스피크'가 최근 전 세계 104개국 여성 신자 17,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교회 개혁을 지지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개혁 열망이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방침은 여성 신자들로부터 뜨겁게 환영받았다. 여성안수회의의 케이트 맥엘위 전무는 "스테인드글라스(유리천장)의 중대한 균열"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재임 이후 가톨릭 구습 타파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 제도에 성평등을 구현하려는 뜻이 강하다. 바티칸 박물관에 첫 여성 관장(바바라 자타)을 임명하고 바티칸 행정부 2인자로 첫 여성 관료(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인선하는 등 인사 개혁을 단행했다. 교회 밖에서도 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신도들은 시노드를 평가 절하하며 새로운 규정을 "진보적 이념을 교회에 침투시키려는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했다고 NYT는 전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