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분간할 수 없는 ‘소박한 행복’ & ‘소탐대실 노욕'

신민형 | 기사입력 2023/06/08 [10:27]
‘블로그 부업’ 폭망과 망신살

분간할 수 없는 ‘소박한 행복’ & ‘소탐대실 노욕'

‘블로그 부업’ 폭망과 망신살

신민형 | 입력 : 2023/06/08 [10:27]

광교산 낙상으로 수개월 침상에 누워 보았던 유튜브 관련 동영상 덕분에 시작한 블로그 부업은 신천지였다. 2006년 개설해 2009년 첫 포스팅을 한 이래 12천여개의 게시글을 올리면서도 전혀 관심이 없던 것이었는데 ‘AD 게시판을 만들어 간단한 포스팅 대행으로 용돈을 챙길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있는 일인가.

 

애초 대행업체가 호언했던 수입에는 한참 못미쳤지만 실망해지 않았다. 손주들 용돈, 아내의 그림과 쿠키만들기 등 취미생활 비용, 내 술값 등을 기대했으나 호수공원 산책 시 커피, 담배, 도시락 값에 그쳤지만 5-10분간의 작업으로 이만한 수입 생기는 것에 만족하게 되었다. 스스로 소소하고 소박한 행복이라며 자찬했다. 

 


하지만 소박한 행복은 한달도 채 가지 못했다. 자신들은 여타 대행업체와 다르게 저품질이 아닌 광고자료 제공과 블로그 지수관리에 철저하다는 호언장담을 말그대로 믿은게 탈이었다. 공손하고 성실한 직원의 태도가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대출, 법률 관련 광고자료를 그대로 포스팅했다.

 

대행사가 보내준 법률, 대출 관련 자료도 일종의 생활정보라 생각했는데 강간, 성추행, 무직자대출, 대부업 등의 소개와 저작권 위배 내용이 문제가 된 듯 싶다.

하루 2천건을 넘었던 내 블로그 조회수가 별안간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블로그 제목과 게시판 제목을 검색하면 바로 상단에 뜨던 것도 사라졌다. 이게 유튜브 동영상에서 누차 들었던 소위 상단노출 배제’ ‘저품질이란 것이었다. 광고의뢰업체의 주문도 불가능해졌다. 블로그 조회수가 적어지니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애드포스트의 광고수입도 20분의 1로 줄었다. 재작년 월 5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월 20만원을 상회해 내심 올해는 40~50만원까지 꿈꾸었던 것인데 말이다.

 

수입 낭패도 낭패지만 상한선을 꽉 채운 5000명 이웃에게 망신을 당한 느낌이었다. 문제가 있는 게시글을 모두 삭제해도 3~6개월 정도 지나야 원상회복이 된다고 한다. ‘소박한 행복만들기가 한순간에 노욕에 따른 소탐대실, 폭망과 먕신살로 바뀌었다. 

 

  

광교산행 대신 내 아지트가 된 느티나무 벤치에서 소박한 행복과 소탐대실 노욕을 분간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노욕으로 인한 소탐대실을 자책하고 부끄러워 할 일인가, 아니면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로 여기고 개선할 일인가?

 

20여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로저 로젠블라트 .나무생각 )을 다시 꺼내들고 나와 58가지 에피소드 중에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찾아 읽어보았다.

 

법칙 53: 무슨 일이든 돈 때문에 하지 말라

법칙 6; 잘못은 내탓이다

법칙 42: 자기반성은 적당히 해야 오래 산다

법칙 2;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칙 3: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둬라

법칙 45: 묵묵하게 꾸준히: 이것이 경주에서 이기는 비결이다,

 

서로 모순이 생기는 듯한 법칙이지만 법칙 하나하나는 귀담아 들을 만했다. 돈 때문에 하는 일을 적당히 추진하고 적당히 반성하면 된다는 말이고, 내 망신살을 나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 적당히 자책하고 흘려버려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때그때 임기응변 삶의 기술을 나열해 놓은 것이다.

 

당나귀 팔러 가다가 아들과 아버지가 번갈아 타고, 급기야 당나귀 메고 가는 부자의 이야기에서 그때마다 훈수 두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 옳았다. 그러나 이 훈수, 저 훈수에 갈피를 못잡아 결국은 낭패를 당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모습 아닌가. 무작정 훈수에 휘둘리지 말고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훈수를 따랐어야 했을 것이다.

 

느티나무 벤치에서 다시 읽은 책 중에는 20년전의 종교학 세계명저 30’(시마조노 스스무 .지식여행 )총균쇠’(제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 )도 있었다. 전자는 137억의 우주역사와 인간영혼을 사색하게 했고 후자는 13천년 인류역사의 흐름과 문명을 생각해보는 고품격 독서였다. 그렇다고 처세론서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 저품격 독서는 아니었다. 모두 다 지식과 지혜, 명상의 즐거움을 주는 유익한 독서였다. 그때그때 상황과 기분에 따라 펼쳐보면 양서가 되는 것이다.

 

소탐대실 노욕의 망신살소소한 수입으로 행복만들기는 모순된 결과인 듯 하면서도 모두 같은 일상의 즐거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자위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원칙적인 생활의 지혜로 봐야 하겠다.

 

다시 자잘한 수입 생기는 블로그 부업에 도전해야겠다.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칙 45’묵묵하게 꾸준히...’를 실천해야겠다. 

 

느티나무 벤치에서는 137억의 우주역사와 13천년 인류 문명을 명상하는 동시에 하루하루 일상에서 행복하게 늙어가는 법도 정리해볼 작정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는 내 일상 안에도 우주와 인류 역사가 담겨있지 않은가. 모두가 소중한 명상이고 일상이다. 그때 그때의 관심과 명상에 고품격, 저품질을 따지지 말고 충실할 일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신민형 범종교시각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