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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3명 중에 2명은 완치된다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6/12/31 [09:20]
한국인 암 발생률 연속 감소, 10년 전과 달라진 암 특징

암 환자 3명 중에 2명은 완치된다

한국인 암 발생률 연속 감소, 10년 전과 달라진 암 특징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6/12/31 [09:20]
2017년 새해 한국인의 화두는 역시 건강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건강장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건강 장수의 최대의 위험 요인은 여전히 질병, 그 중에도 암(癌)이 단연 수위에 올라있다. 그 암 발생률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인의 암 발생률이 3년 연속 감소하고, 암에 걸려도 3명 중 2명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해 사실상 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는 12월20일 '2014년 암 현황'을 발표하고 "암 발생률(인구 10만명당 신규 암 환자 수)은 2014년 289.1명(남자 312.4명, 여자 282.9명)으로 2011년 324.9명까지 오른 이래 3년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암 발생률이 30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암 발생률을 끌어내린 원인으로는 그동안 과잉 진단 논란을 빚은 갑상선암 환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환자는 3만806명으로 2015년(4만2823명)보다 28.1 %(1만2017명)나 감소했고, 이어 대장암(3.2%)·위암(1.6%)·간암(1.0%) 환자 등 순이었다. 남녀 통틀어 발생 환자가 가장 많은 암 역시 갑상선암이었고, 위·대장·폐·유방·간·전립선암 환자가 뒤를 이었다. 최근 5년간(2010~2014년) 전체 암 환자의 '상대 생존율'이 70.3%에 이르는 등 암을 극복해 나가는 추세도 뚜렷했다. 2001~2005년과 비교해 전립선암(80.3→93.3%), 유방암(88.5→92.0%), 대장암(66.6→76.3%), 위암(57.7→74.4%) 등 분야별로 골고루 생존율이 상승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한국의 암 치료 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서 생존율이 올랐다"고 말했다. 

10년 전과 달라진 한국인의 5대 암 특징은?
3년째 줄고 있는 대장암… 그 뒤엔 대장내시경의 힘
 
한국인의 암 발생 패턴이 10년 단위로 급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가 마치 한국인의 몸에 그대로 담긴 형태이다. 암에 걸리거나 암을 이겨내고 생존하는 데에는 그 나라의 흡연·식이·운동 같은 생활 문화와 의료 제도·행태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12월20일 발표한 2014년 암 등록 통계 자료에는 '한국인의 암 5대 특징'이 들어 있다.
 
◆증가 속도 세계 1위 대장암 감소세
 
회사원 K(50)씨는 거의 매년 대장내시경을 받는다. 내시경을 할 때마다 대장의 혹인 '폴립(용종)'이 발견돼서다. 보이는 족족 떼어내다 보니 지금까지 8개나 떼어냈다. 보통 폴립 100개당 1~2개에서 대장암이 생기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K씨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춘 셈이다. 한때 발생 증가 속도가 세계 1위로 평가받던 국내 대장암 발생이 전년보다 3.2% 줄었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과잉 진단 논란을 겪은 갑상선암(전년 대비 28% 감소) 다음이다. 여기에는 대장 내시경을 통한 폴립 제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0년 이후 해마다 180만~200만건 대장 내시경이 이뤄졌다. 40~50대 남성 10명 중 4명 정도에서 대장 용종이 나온다.
 
▲ 대장암 복강경 수술 장면     ©

◆유방암 발생, 매년 계속 증가세
 
유방암은 1999년 국가 암 등록 사업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계속 늘어났다. 2014년 1만8000여명이 진단을 받았다. 다만 증가 속도는 2000년대 초반 연간 7.5%에서 최근 10년엔 4.5%로 낮아졌다. 1960~19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여성들의 성장기 영양 상태가 과거보다 좋아 초경이 빨랐고, 이른바 맥도널드 원조 세대로 고기 섭취량이 늘었고, 결혼을 적게 하기 시작했으며,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는 여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두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유방암 발생의 정점(頂點) 나이는 50세 안팎인데, 이 정점 나이는 매년 0.5세 정도 올라간다. 향후 50대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5년 생존율도 92%에 달해 전립선암(93.3%)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위암 사실상 1위 고수, 간암은 퇴조
 
동양의 전통 암으로 불리는 위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십수년째 암 발생 1위이다. 한 해 약 3만명이 위암 진단을 받는다. 성인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40%대에 이르고, 여전히 짜고, 삭히고, 절인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위암 발생률은 나트륨 섭취량과 비례해서 높아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항생제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서 위암 발생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돼도 위궤양이 있어야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간암은 B형간염 백신 접종 세대가 많아지면서 줄어들고 있다. 40~50대 생기는 B형간염 간암보다 요즘은 60~70대에서 C형간염 원인 간암이 늘고 있다. 남자의 경우, 고령(高齡)사회를 맞아 전립선암이 4위로 올라왔고, 곧 간암(3위)을 제칠 기세다.
 
◆췌장암·폐암 생존율 여전히 10~20%대
 
췌장암은 치료해도 5년간 생존할 확률이 10.1%다. 10명 중 1명꼴이다. 10대 암 중에 가장 낮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생존율 8.2%와 비교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수술할 수 있는 상태(20~30%)로 발견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폐암 생존율도 25%로 낮다. 많이 걸리고, 많이 사망해서 폐암은 암 사망률이 1위다. 담배를 하루 한 갑 30년 이상 피운 사람은 방사선 피폭이 적은 저(低)선량 CT를 매년 찍어 보는 게 좋다. 췌장암 발생의 최대 원인도 흡연이니, 악성 암 예방에 금연은 필수다.
 
◆갑상선암, 일반인보다 생존율 높아
 
갑상선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0.2%. 암 환자가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과 비교해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이 일반인과 같을 때 100%인데, 갑상선암에 걸리면 그렇지 않은 일반인보다 생존 확률이 더 높았다는 얘기다.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워낙 낮은 데다, 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흡연·과음·과식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그만두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며 생활한 결과로 해석된다. 2014년 갑상선암은 3만806명 발생해 여전히 암 발생 1위지만, 과잉 진단 논란을 겪으며 전년보다 28%포인트 감소했다. 

암 발생률 3년째 감소…난치성 암은 늘어
 
한국인의 암 발생률이 3년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생존율 최하위권의 담낭암, 폐암, 췌장암은 오히려 발생자가 늘어 난치성 암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월20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4년 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새로 발생한 암 환자는 21만7057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만131명(4.5%) 줄었다. 연령표준화발생률(2000년 주민등록인구 비율 기준) 역시 2011년 인구 10만 명당 324.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323.3명, 2013년 314.1명, 2014년 289.1명으로 내리 감소했다.
 
암 발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일면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검진이 줄면서 갑상선암 발생자는 2013년 4만2823명에서 이듬해 3만806명으로 28.1%나 감소했다. 위암과 대장암, 간암도 1년 만에 각각 1.6%, 3.2%, 1.0% 줄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대장암의 경우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내시경 검사가 많이 이뤄져 대장암 전단계인 용종을 제거한 게 암 발생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남성은 위암-폐암-대장암-간암-전립선암, 여성은 갑상선암-유방암-대장암-위암-폐암 순이었다.
 
전체적인 암 발생은 줄었지만 주요 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은 담낭암, 폐암, 췌장암은 모두 발생자가 늘었다. 폐암과 담낭암은 2013년 대비 2014년에 각각 2.7%, 4.9% 늘었고 췌장암은 무려 7.3%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암 생존율은 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선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2010∼2014년)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0.3%였고 갑상선암을 빼고도 63.1%를 기록했다. 상대생존율이란 동일한 나이와 성별의 일반인구와 비교했을 때의 생존율로, 갑상선암 환자의 생존율은 100.2%로 나타나 일반인구보다도 생존율이 높았다. 전립선암(93.3%), 유방암(92.0%), 대장암(76.3%)도 비교적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암에 걸려도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살 수 있게 됐지만 담낭암과 폐암, 췌장암은 여전히 10명 중 7명 이상이 5년을 넘기지 못했다. 담낭암과 폐암, 췌장암의 생존율은 각각 29.2%, 25.1%, 10.1%에 머물렀다. 약 10년 전(2001∼2005년)과 비교해도 1.9∼8.9% 포인트 느는 데 그쳐 전체 암생존율 상승폭(16.4%포인트)에 훨씬 못 미쳤다.
 
생존율 하위 3대 암 발생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생존율은 평균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017년에는 폐암 검진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암 관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1999년 이후 발생한 암 환자 중 2015년 1월1일 기준 암 생존자는 146만명으로 국민 35명 중 1명이 암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성은 38.7%(갑상선암 제외 시 37.6%), 여성은 33.1%(28.1%)이다. 

전국 市郡區별 암 발생지도 첫선…갑상선암 발생률 지역별 최대 15배 차이
 
지역에 따라 암 발생률이 많게는 1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남자는 전립선암, 여자는 유방암과 폐암 발생이 증가했으며 대장암은 남녀 모두에서 많아졌다.  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단위로 15년간의 수치를 분석한 ‘시군구별 암 발생 통계 및 발생지도’ 보고서를 2016년 11월22일 발표했다. 시군구별 암 발생통계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간 격차가 가장 큰 암은 남녀 모두 갑상선암이었다. 남성은 2004∼2008년 갑상선암 발생률(주민 10만명당 진단자)이 가장 높은 지역(전남 여수시 37.7명)과 가장 낮은 지역(강원도 동해시 2.6명)의 격차가 14.5배에 달했다. 여성도 2008년까지 갑상선암 최고·최저 지역의 발생률이 11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여성 담낭 및 기타 담도암(8.4배), 남성 전립선암(5.8배) 등도 격차가 컸다. 반면 위암과 폐암, 대장암은 격차가 2배 수준으로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장 최근인 2009∼2013년 여성 암 가운데 가장 발생률이 높은 것은 갑상선암으로 전국 평균 110.6명이었다.  지역별로는 전남 광양시가 185.1명에 달해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복지부는 갑상선암 검진율이 발생률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갑상선암 검사가 증가하면서 암 진단자가 늘어났고 상당수는 과잉진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라도는 갑상선암 검진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서울·대전 등지에서 검진율이 올라가면서 갑상선암 발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유방암(전국 평균 49.5명)은 서울 서초구(65.1명)와 강남구(64.4명)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초경연령이 빠르고 출산율이 낮으며 출산연령이 늦어 유방암 발생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남성에게서 발생률이 가장 높은 암은 위암(전국 평균 63.0명)으로 최고 지역은 충남 청양군(94.3명)이었다. 또 충북 보은군(92.8명), 충북 옥천군(90.2명) 등 주로 충청도 경계 지역에서 환자가 많았다.  
 
간암은 경북 울릉군(83.4명)과 경남·전남의 남부지역, 담낭 및 기타 담도암은 낙동강 유역 인근에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남과 전남은 주민의 높은 B·C형 간염 항체 유병률, 낙동강 지역은 민물고기 생식 습관에 따른 장내 기생충 감염이 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대장암과 폐암, 위암은 특정 지역에서 왜 발생률이 높은지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50代 이상의 한국인 12명 중 1명은 '암 경험자'
"고령층 암 계속 증가…흡연 규제·칼로리 표시확대 등 사회차원 '항암시스템' 필요"
 
1999년 국가 암 등록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거나 암을 이겨내고 생존해 있는 사람은 약 146만명으로 나타났다(2015년 1월 기준). 암 치료 이후 암이 사라지고 5년간 재발이 없으면 완치된 것으로 간주하기에, 최소 100만명 이상은 현재 암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암 유병자 146만명은 우리나라 인구 대비 국민 35명 중 1명꼴이다. 선천성 소아암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암은 거의 모두 50대 이후 발생한다.
 
2016년 50세 이상 인구가 1803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장년 이후 세대에는 12명 중 1명꼴로 암 유병자가 있다. 친가와 외가를 포함하면, 두세 집안마다 암을 경험했거나 치료 중인 암 환자가 있는 셈이다. 인구가 고령화할수록 암 발생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에 우리 사회 전체가 항암(抗癌) 생활환경과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통 환경 평가 제도를 운용하듯이 건강 영향 또는 발암 영향 평가 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제도나 정책으로는 ▲흡연 규제 확대 ▲금연 지원 강화 ▲저염(低鹽) 식사와 관련된 나트륨 표시제 강화 ▲햄·소시지·과당 음료 등 가공식품 칼로리와 성분표시 확대 ▲암 조기 발견 검진 건강보험 지원 강화 ▲헬리코박터 감염 치료 지원 ▲걷기 좋은 거리와 운동 시설 늘리기 등이 꼽힌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개인 차원에서 암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건강 도시를 만들듯이 건강을 해치고 암 발생을 유발하는 환경을 없애는 데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세계여행, 암도 못 막아요…환자에게 넓은 세상 보여주고 싶어요
투병 중에 작가 된 오재철· 정민아 부부… 發病도 모른 채 414일간 20국 여행
 
남자와 여자는 4년을 연애했다. 2012년 결혼 당시 프리랜서 사진작가였던 남자는 37세, 홈페이지 웹디자이너였던 여자는 30세였다. 서로 먹고사는 일에 치여 주말을 반납하고 늦은 밤에 퇴근하기 일쑤였다. 쉼 없이 돌아가던 삶의 엔진에 휴식이 필요했다. 100만원을 들여 작은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캐논 카메라와 우쿨렐레(작은 현악기)를 가방에 챙겼다. 둘이 모은 5000만원으로 414일간 남미와 유럽 20여개국을 여행했다. 결혼 전에 남편은 아내에게 "나는 근육이 두 개야"라며 오른쪽 허벅지 뒤에 난 혹을 대수롭지 않게 자랑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2014년, 부부는 2년간 자란 혹이 근육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육종암)이란 것을 알게 됐다. 지름 7㎝의 암 덩어리를 남편 몸에서 도려내는 수술 날 아침, 아내는 임신 사실을 알았다. 종양을 떼어내고 조직검사를 한 의사는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에요? 왜 이렇게 운이 좋아?"
 
▲ 암 발병을 모른 채 신혼여행으로 414일간 세계를 여행한 오재철·정민아 부부가 여행기를 담은 책을 들고 있다. 부부는 온라인 모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300여권을 암 환우에게 기증했다.    

"발병 기간과 종양 크기로 봤을 때 악성도 3기 정도가 일반적인데, 저는 0.5기 정도로 낮아 건강에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천운이었죠."
 
지난 15일 만난 남편 오재철(41)씨는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지만 수술 후 2년 동안 건강하게 지냈다"고 했다. 아내 정민아(34)씨는 "긴 해외여행 내내 남편 허벅지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고 했다. "발병도 모른 채 떠났기에 마음 편히 여행했나 봐요. 날마다 즐거운 기분으로, 좋은 공기 마시며 걸었던 게 병을 완화시킨 비결인 것 같아요." 부부는 책을 두 권 내고 여행작가로 변신했다. "암 투병을 하던 환자와 그 가족들 덕에 여행기를 쓸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수술 뒤 2주간 입원한 병실에서 부부는 같은 처지의 환자 6명에게 종종 태블릿 PC로 여행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같은 육종암으로 20년 투병한 환자도 있었다. 뼈가 녹아 인공뼈를 몸 안에 심고 목발을 짚으며 생활하던 그는 사진을 보고 말했다. "세상에 좋은 데 정말 많구나. 나도 얼른 나아서 가봐야겠다. 고맙소, 보여줘서."
 
오씨는 "내 사진이 환자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책을 통해 간접 경험으로라도 세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남편이 찍은 사진에 부부가 함께 글을 더했다. 1년 작업 끝에 여행책 『함께, 다시, 유럽』과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가 세상에 나왔다. 부부는 지난 7월 "암 환우 분들께 우리 여행책을 선물하고 싶다"며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기부금을 모집했다. 두 달간 372만5000원이 모였다. 별도로 사비를 보태 300여권의 책을 마련해 전국 5개 암 병원과 암 환우 콘서트 등에서 나눠줬다.
 
▲ 2013년 2월 페루 여행 당시 만년설이 있는 도시 와라즈에서 찍은 것이다.  
 
부부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보내는 감사 편지에 도리어 우리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둔 딸이 부부 앞으로 보냈다는 이메일은 이랬다. "어머니가 '암인데도 저렇게 여행 다니면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구나' 하며 웃고 좋아하시면서 힘을 냅니다. 참 고맙습니다." 부부는 "5년에 한 번은 세계 여행을 하는 게 우리 가족의 꿈"이라고 했다. 3년 뒤까지 재발하지 않으면 오씨는 완치 판정을 받는다. 두 살 된 딸을 안은 그는 "딸이 다섯 살이 되는 그때가 또 여행 타이밍"이라며 웃었다.
<수암(守岩) 문윤홍·칼럼니스트/논설위원·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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