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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할수록 원하는 삶 살 수 있다

문윤홍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1/18 [08:07]
선택지 많을수록 타인의 시선 더 의식…현실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해

단순할수록 원하는 삶 살 수 있다

선택지 많을수록 타인의 시선 더 의식…현실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해

문윤홍 대기자 | 입력 : 2023/01/18 [08:07]

내가 반복해서 외우는 주문 중 하나는 집중과 단순함이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더 어렵다.

생각을 명확히 하고 단순하게 만들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일단 단순함에 도달하면, 산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단순함(simplicity)을 핵심 가치로 경영에 적용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의 경영 방식을 '심플 스틱(Simple Stick)'이라고 한다. 심플 스틱은 애플의 모든 것에 지독하리만치 단순함을 적용하려 했던 잡스의 경영원칙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잡스는 아이디어를 제품화시키는 과정을 심플 스틱으로 지휘했다. 아이디어의 본질이 형상화될 때까지 집요하게 단순함을 추구했다. 그러면서 잡스는 단순함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설파했다.

 

힘들지만 집요하게 노력하면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단순함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된다. 사소한 것에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본질적인 것에 투자함으로써 성장하는 삶을 살게 된다. 본질적인 것을 선택하고 집중함으로써 차별화된 삶을 살게 된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 변화가 없이 정체되었다고 느낄 때, 바쁘기만 하고 결과물은 없을 때, 어김없이 그 원인은 '복잡함(complexity)'에 있다. 복잡함은 우리를 외부 환경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프로세스의 노예로 삼아 어리석음에 빠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복잡함은 눈을 멀게 하여 나쁜 이익에 빠지게 하고, 보이지 않는 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키며, 이미지를 망쳐 가치를 떨어뜨리고, 카리스마가 리더십인 줄 착각하게 하며창의적인 사람을 일상의 업무에만 몰입시켜 버린다.

 

그래서 복잠함을 단순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혼창통(魂創通)의 저자 이지훈은 그의 역작 ()에서 단순해지려면 생각해야 한다수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거품 같은 상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할 때의 그 생각,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찰하면서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사유(思惟)를 말한다. 그리하여 판단과 결정으로 이어지는 행동의 사유를 말한다고 했다. 따라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본질인지 알려면 생각해야 한다. 끊임없이 생각해야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생각해야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비()본질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끊임없이 생각해야 비본질적인 부분들을 제거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단순함에 도달할 수 있다.

 

선택의 역설-선택은 권리일까, 의무일까 

 

국내 대표적인 할인마트 중 하나인 이마트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일반 이마트보다 좀 더 대형 포장의 물품들을 더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좀 더 미국식 분위기를 띠고 있다. 그런데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또다른 차이점이 있다. 상품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이마트에는 다양한 상품을 구비한 것은 물론이고 한 가지 상품이라도 다양한 종류를 진열했다. 다양한 상표, 다양한 용량, 다양한 가격의 상품들이 쭉 진열돼 있고 소비자들은 이 가운데서 선택해야만 했다. 게다가 수시로 할인율이 달라지고, 특별사은품 증정, 1+1행사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돼 합리적 소비를 하려면 다양하고 복잡했다. 이에 비해 이마트 트레이더스에는 그다지 선택권이 많지 않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쇼핑이 크게 쉬워졌고 쇼핑 카트를 금방금방 채울 수 있었다.

 

시장경제를 중심한 민주주의의 역사는 선택권 확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고,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 수시로 치르는 선거는 선택권 보장의 가장 대표적인 예다.

 

상품 구매도 마찬가지다. 쏟아져 나오는 서로 다른 상품들의 존재는 어딘가에는 내 입맛에 꼭 들어맞는 상품이 있으리라는 보장처럼 보인다. 여행, 문화, 금융, 보험 등 모든 분야에서 지극히 다양한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세분화된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소비자는 그저 선택만 하면 된다. 이전 세대가 목숨 바쳐 지켜낸 자유란 바로 선택의 권리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선택의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선택하는 과정은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상점 쇼윈도에 눈길을 확 끄는 물건이 있어도, 그 가게에서 사면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본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유사한 상품들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목록으로 나오는데, 스펙을 읽는 법도 잘 모르겠고, 사용 후기나 제품 리뷰 기사를 믿을 수도 없고, 그 가격을 주고 물건을 샀을 때 과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의문스럽다. 결국 결정을 미루게 되고, 무언가 선물을 받았다가 다시 뺏긴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저서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개인적 자유의 상징인 선택권이 오히려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좌절시키는 역설(逆說, paradox)에 대해 설명한다. 슈워츠가 예로 든 선택은 상품 선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살게 될 동네와 다닐 학교를 선택하고, 고심 끝에 배우자를, 친구를, 그리고 지도자를 선택한다. 직업과 취미를 선택하며, 심지어 어떤 신()이나 종교를 믿을지조차 선택한다. 또 선택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바꿔버린다. 배우자도 바꾸고, 직업도 바꾸며, 종교도 바꾼다. 심지어 생긴 얼굴 모습도 바꾸고, 성별(性別)까지도 바꿔버린다.

 

슈워츠에 따르면 이처럼 무한히 보장된 선택권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무엇보다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든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예전에는 태어날 때부터 많은 것들이 정해졌다.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책임질 일도 그만큼 적었다는 뜻이다. 힘든 선택의 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부담에 지쳐 나가떨어진다면, 우리는 빈손으로 고독하게 살아야만 한다. 게다가 삶의 철학이나 가치관, 종교와 같이 근본적인 것 마저도 선택이 가능하다 보니, ()으로 사람들은 기댈 곳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절대적 가치가 사라지다 보니, 한번 선택한 것에 대한 헌신 역시 사라진다. 배우자를 잘못 선택했다 싶으면 바꿔버리면 되는 현실이 됐으니, 조금만 관계가 삐걱거리면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바꿔버리고 새로 시작하길 선호한다.

 

선택할 것이 많다는 것은 그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버린 나머지 기회에 대한 미련이 그만큼 증폭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시인은 두 갈래 길 중에서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한다. 그런데 만일 두 갈래 길이 아니라 백 갈래 길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무리 프로스트라고 해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운명으로서 수용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의 역설은 다음의 예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건강한 사람들에게 만약 당신이 암에 걸렸다면 항암 요법을 선택할 때 본인의 의사(意思)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길 바라느냐고 물었다. 예상대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 과정에 참여하길 원했다. 이번에는 암에 걸려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저 의사가 자신을 대신해서 선택해주길 바랐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 삶이 좀 더 근본에 도달해 있을 때, 선택권은 그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담일 뿐이었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원하는 삶 살 수 있다

 

선택의 역설은 단순함의 긍정적 영향력을 실증한다. 생활용품 회사가 생산하는 샴푸를 26품목에서 11가지로 정리했더니 매출이 10% 늘었다. 선택지가 많으면 사람들은 머뭇거린다.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일 만한 것을 고른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타인을 더 의식하고 소신껏 행동을 못 하는 게 사람이다. 일상을 간소하게 만들고, 때로는 선택의 자유마저도 내려놓아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변화무쌍한 세계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사회에 적응하려면 정신 에너지를 크게 소모해야 한다. 들쭉날쭉한 생활방식으로 복잡한 세상을 살면 정신건강을 잃게 된다. 사회리듬치료(SRT: Social Rhythm Therapy)는 우울증, 조울병을 치료하는 심리기법 중 하나이다. 규칙적인 수면, 적절한 수준의 대인관계와 운동 같은 생활습관을 형성하게 도와주는 것이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핵심 기전이다. 단순한 일상생활이 정서를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의 행동으로도 잡념을 줄일 수 있다.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다짐은 단순한 삶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욕심을 다스리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이 커질수록 자아로부터 소외된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원하는 삶을 살 수가 있다. 장자(莊子, BC369~BC289?)너무 많이 가지면 자기를 잃고 적게 가지면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말도 간결하면 좋다. 타인의 말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은 2030초라고 한다. 이 시간이 넘어가면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떠올린다. 복잡한 말은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상대방이 내게 공을 한꺼번에 네댓 개씩 던지면 받을 수 없다. 하나도 못 잡고 다 놓칠 수 있다. 말도 똑같다. 정돈된 단 하나의 메시지여야 마음에 남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글이 간결하면서도, 문어체보다 구어의 간결함을 더 선호한다. 구어의 간결함도 필요하지만 짧은 절()이나 문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도 중요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짦은 절을 쓰거나 짦은 문장을 쓰면서 대화를 한다. 논설문에서 보듯이 긴 내포절을 사용해 복잡하고 장황하게 만들지 않는다. 서술어를 중심으로 말을 이어가면서 상대방과 함께 필요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간다. 화자와 청자 간의 공감있는 소통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순함이 궁극의 세련미라고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는 말했지만, 그냥 단순하기만 해서는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간결함이 지난(至難)한 노력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채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현실은 복잡하다. 인간은 더 복잡하다. 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삶도 그렇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단순하다. 

▲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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