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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낡은 미신인가 상징의 美學인가

문윤홍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2/03 [09:46]

부적, 낡은 미신인가 상징의 美學인가

문윤홍 대기자 | 입력 : 2023/02/03 [09:46]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부적의 세계…부정적 치부된 부적 문화음에서 양으로 이끈 시도, 자현 스님의 『부적의 비밀』

 

▲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동아시아 부적(符籍)문화의 최고봉이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太極旗)’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 24)에 즈음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붙이는 세시풍속 역시 오랜 부적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듯 우리가 평소에 잘 의식하지 못할 뿐, 우리의 삶 곳곳에는 부적 문화가 보편적 가치로 두루 녹아 있다. 행복 추구와 삿된 기운을 막고 싶어 하는 우리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 각종 생활 도구와 의복, 건축, 문헌, 그림, 풍습, 종교 등 문화사 전반에 걸쳐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2022년 23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경남 함양군 수동면 남계서원에서 수동어린이집 아이들이 몰래 지켜보는 가운데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 입춘첩을 붙이고 있다. /사진제공=함양군청   © 매일종교신문

 

부적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글씨부터 알 수 없는 그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부적의 기원은 인류가 바위나 동굴에 주술적인 그림을 그리던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암각화(岩刻畵)가 그러한 주술적 목적을 지닌 것으로 추측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삼국유사(三國遺事)1 신라 진흥왕대 기록에는 죽은 임금의 혼백과 도화녀(桃花女) 사이에 태어난 비형(鼻荊)이 귀신의 무리들을 다스렸는데, 그때 사람들이 글을 지어 성제(聖帝)의 혼이 나으신 아들/ 비형의 집이 여기로구나/ 날고뛰는 잡귀들아/ 행여 이곳에 머무르지 말라고 하였고, 향속(鄕俗)에 이 글을 붙여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주술적 노래에 해당되지만 가사를 글로 써서 그 주력(呪力)으로 귀신을 물리치고자 한 것은 부적과 기능이 같다. 또한 처용(處容)이 그의 아내를 범한 역귀(疫鬼: 역병을 일으킨다는 귀신)를 노래와 춤으로써 감복시킨 뒤 처용의 화상(畵像)을 그려 문에 붙인 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케 한 사실 역시 그 당시 주문(呪文)과 주부(呪符)의 실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동학혁명 때 궁을부(弓乙符)를 살라 먹으면 총과 화살을 피할 수 있다는 데서도 부적이 쓰였다.

 

현재 우리의 민간에서 사용되고 있는 부적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자(漢字)로 엮어진 것 가운데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고, 불교사찰(佛寺)에서 나온 것 중에는 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 부적에 대한 자료는 일제(日帝)시대의 민간신앙 조사자료와 최근 국내에서 나온 몇 가지가 있는 데, 이에 대한 연구는 현재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적은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부적을 만드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이 바른 마음을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고 민간에서 믿고 있다.

 

그 방법이 일정하지 않으나 우선 부적을 사용할 사람의 연령에 따라서 택일(擇日)을 하고, 택일한 날의 전날 부적을 만들 사람과 사용할 사람이 모두 목욕재계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곳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피해야 한다. 택일이 된 당일 아침 부적을 만드는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동쪽을 향해 정수(淨水)를 올리고 분향한 뒤 이를 딱딱딱 세 번 마주치고 주문을 외운다. 그런 다음 부적을 그리는데, 재료는 경면주사(鏡面朱砂)나 이것이 없을 때는 영사(靈砂: 수은을 고아서 만든 약재)를 곱게 갈아 기름이나 설탕물에 잘 으깨서 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괴황지(槐黃紙: 홰나무 열매로 만든 누른 물감을 들인 종이)에 정성을 들여 쓰거나 누런 빛이 도는 깨끗한 창호지, 가로 10세로 15이내 크기에 쓴다고 한다. 부적을 제작한 뒤에도 그 부적이 쓰일 목적에 따라 사용되기 전에 제각기 다른 경()을 읽도록 되어 있는 데 모든 경을 읽기 전에 천수경(千手經)을 먼저 읽으라고 권하기도 한다.

 

중국 전래의 방법에 따르면 부적을 그릴 백지를 사다 놓고 외우는 주문[勅紙神呪칙지신주], 부적에 쓰는 먹물을 만들 때 외우는 주문[勅水神呪칙수신주], 부적을 쓸 때 사용할 벼루를 준비하고 외우는 주문[勅硯神呪칙연신주], 그리고 먹과 붓을 위한 주문[勅墨神呪칙묵신주, 勅筆神呪칙필신주]이 있다.

 

일일이 부적 제작에 소용되는 도구는 신성력(神聖力)으로 감화시키도록 하고 있으며, 부적을 쓸 때 정신이 흩어져선 안되고 단숨에 내려써야 하는 등 심신(心身)의 일체감을 강조하고 있다. 부적 제작은 주술적인 기도와 끊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주술(呪術)의 상징이라고 무조건 폄훼해온 부적 문화에 대해 거부감부터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 민속신앙과 미신이 지배적이던 시대에 부적 문화가 자리 잡다 보니 주술성 짙은 부적(종이)의 형태만 부각되고, 그 안에 깃든 상징성은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적에 관한 기존 통념을 깨는 책 부적의 비밀-기원과 상징의 문화(자현/모과나무)가 나왔다. 국내 최다 박사학위 소유자인 저자 일우 자현(一雨 玆玄) 스님은 이 책에서 부적을 음()에서 양()으로 끌어내는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낡은 생각들을 뒤집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몸에 ()’ 자를 새기고, 중요한 날 붉은 속옷 입는 것은 그저 낡은 미신일까…『동의보감』에도 수록된 부적의 효능

 

부적에는 유독 ()’ 자와 ()’ 자가 많이 쓰인다. 이는 왕조 국가에서 절대적 군주권(君主權)을 의미하는 권위와 나쁜 기운을 혁파하는 태양의 밝은 기운을 통해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되길 기원하는 의미에서다

 

최근 대표적인 예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자를 쓰고 나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연유로 승리를 기원하는 부적에는 임금 왕자가, 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에는 날 일자가 많이 등장한다부적은 사용 목적과 기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주력(呪力)으로써 좋은 기운을 증가시켜 이를 성취할 수 있게 하는 부적이고, 다른 하나는 사()나 액()을 물리침으로써 소원을 이루는 부적이다.

 

대체로 후자(後者)가 전자(前者)보다 많은 듯하다.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는 수명연장·재물·자손을 얻기 위한 부적, 관직을 얻고자 하는 부적, 입학을 성취하는 부적, 가족의 안녕을 위한 부적, 그리고 모든 일이 잘 되도록 하는 부적 등이 있다.

 

칠성부(七星符소망성취부(所望成就符초재부(招財符재수대길부(財數大吉符대초관직부(大招官職符합격부(合格符생자부(生子符가택편안부(家宅便安符만사대길부(萬事大吉符) 등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후자에 속하는 사례에는 재앙을 예방하려는 삼재예방부(三災豫防符), 부정(不淨)에 대한 부적, 악귀를 물리치는 부적으로 귀신불침부(鬼神不侵符벽사부(僻邪符사마제압부(邪魔制壓符축사부(逐邪符비수불침부(飛獸不侵符야수불침부(野獸不侵符상문부(喪門符오귀살부(五鬼殺符귀문관살부(鬼門關殺符) 등이 있다.

 

가장 흔한 부적으로는 병을 물리치는 병부(病符)가 있다. 병부에는 모든 질병을 소멸시키는 부적도 있고, 질병의 종류에 따른 수많은 부적이 있다. 예컨대 두통부(頭痛符위통부(胃痛符복통부(腹痛符한기치료부(寒氣治療符소변통리부(小便通痢符악창치료부(惡瘡治療符) 등과 눈··귀 등의 질환, 치과·인후의 병, 부인병·소아과 등 질환을 치료하는 부적 등 무수히 많다. 심지어 피로회복부, 식욕촉진부 같은 것도 있다.

 

병을 치료하는 부적은 반드시 사()를 물리치고 악귀를 쫓는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상당히 많아서 앞서 말한 두 가지 분류의 범위가 그렇게 분명한 것은 아니다. 특히, 부부의 화합을 목적으로 한 부적은 화합의 힘을 강조하는 쪽과 부부 사이에 낀 살을 내쫓는 두 가지 부적이 모두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적의 종류를 형태에 따라 분류하면 그림으로 된 것과 글자로 된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중간 유형이 많다. 그림형의 부적에는 구상(具象)과 추상적인 형태가 있다. 구상적인 것으로는 새·물고기 등 동물과 태양·인형(人形안면(顔面귀면(鬼面) 등이 있고, 추상적인 형태로는 와문형(渦紋形탑형(塔形) 또는 계단형(階段形) 등 갖가지이다.

 

글자로 된 부적에는 일월(日月(((((((() 등이 눈에 많이 띈다. 부적 전체가 한자로 된 것도 있지만 한자의 파자(破字)를 써서 여러 가지로 결합하고 여기에 줄을 긋는 형태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칙령(勅令)이라는 글자가 부적 꼭대기에 적히는 것이 보통이다. 강력한 신에 의해 귀신이 꼼짝 못하고 도망가거나 완전히 포박되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모양을 표시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부적의 글씨는 왜 붉은색일까.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부적을 쓰는 재료인 주사(朱砂)불의 성질을 띠어서 색이 붉으므로 심()에 들어가 마음과 정신을 조절한다고 쓰여 있다. 또한 정신을 기르고 혼백을 편안하게 하는데, 오래 복용하면 천지신명과 통한다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최고 의서(醫書)로 알려진 동의보감에 이런 주술적인 내용이 쓰여 있는 게 놀라울 따름이지만, 실제로 주사의 성분에는 마음과 정신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을뿐더러 과거에는 부적을 태운 재를 물에 타서 먹는 일이 흔했기에 한의학에 이런 내용이 수록된 것일 테다.

 

 

이러한 주사의 효능은 곧 부적의 영험(靈驗)함으로 연결돼 오늘날 형식만 다를 뿐,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경기 날에 붉은 속옷을 입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즉 붉은색이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의 상징으로서, 붉은 속옷은 부적의 다른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부적에서나 볼 법한 내용들, 이를테면 귀신을 보는 방법인 견귀방(見鬼方)’, 남성 태아를 여성 태아로 바꾸는 전녀위남법(轉女爲男法)’, 아이를 빨리 낳는 최생부(催生符)’ 같은 처방이 부적 책이 아닌 동아시아 최고의 의서이자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동의보감에 수록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애플, 스타벅스 같은 현대적 로고와 처용도의 공통점은?…인류 문명과 함께해온 부적의 매력

 

부적이 문화를 읽는 코드로 시대를 반영해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 애플(Apple)의 로고인 한 입 베어 문 사과모양으로, ‘깨물다(bite)’byte(컴퓨터 기본단위)와 비슷한 언어유희로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력의 상징이다.

 

초록색 눈··입으로 된 여성 얼굴의 스타벅스 브랜드 로고는 오묘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바다의 신인 '세이렌(Siren)'의 형상으로, 사람이 아니라 인어(人魚)로서 세이렌이라는 정령(精靈)을 차용해 대중들을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한다는 점에서 현대판 주술과 다르지 않다.

 

나이키의 로고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의 날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현실에 기반한 상징과 간략화한 추상적 기호를 통해 신비한 에너지를 끌어내는 방식은 분명 부적과 직결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예로부터 악귀(惡鬼)를 물리치는 부적으로 사용돼온 우리나라 벽사(辟邪: 귀신을 물리침)의 신화 처용(處容)’은 오늘날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기원이 천년이 넘은 처용 설화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처용무를 비롯해 처용가처용도가 발생한 배경이 되지만, 우리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봤음 직한 이야기에 그칠 뿐이다.

 

부적의 비밀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동의보감에서 다루는 의학의 범주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는 것처럼, 한의학(韓醫學)보다 연원이 오래된 부적 역시 인간의 모든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당대(當代)의 고민과 생활상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로서 시대를 읽는 코드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시각에서 부적을 바라본다면 부적의 효능이 얼마나 허황한지를 논하기에 앞서, 그 옛날 부적에라도 의지해야 했던 사람들의 애환과 설움을 먼저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이 바뀌듯, 부적 역시 당시의 주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과거에는 임신과 출산에 따르는 위험이 현재보다 현저히 컸기 때문에 이에 관한 부적이 상당했던 반면오늘날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불임(不姙) 문제를 해소하는 부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첩()과 관련한 부적은 사랑을 잃은 부인들의 애환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정황을 방증한다. 물론 이런 부적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지 짐작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단순히 웃고 넘기기보다는 이렇게라도 부적에 의지해야 했던 당시 웃픈현실을 이해해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

 

부적의 비밀은 오랜 세월 우리가 관습에 따라 부정적으로만 치부하던 부적이 상징의 미학(美學)’으로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료와 도판 자료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은 부적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신화와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나아가 한국의 옛 문헌과 예술작품들 곳곳에 부적이 사용되어온 방식을 통해서, 그리고 동아시아 전통과 그림 문화, 종교적 세계관을 통해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부적이 문화사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아이템인지 일깨워줄 것이다.

 

특히 이 책(4)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부적은 물론이고, 시대 흐름에 따라 의미가 재해석된 재미있는 부적들을 밝고 유쾌하게 담았다. 그 당시 부적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과 고충을 상상해보는 것은 덤이다.

 

 

아울러 책 사이사이 김재일 작가가 그린 현대판부적은 이 책의 독자라면 누구나 소장할 수 있도록 QR코드와 함께 실어 전 연령층이 부적을 이모티콘처럼 밝고 유쾌하게 접할 수 있게 했다.

 

"부적은 미신의 범주를 넘어 양지로 나와 전통문화의 콘텐츠로 개발되어야 할 코드"

 

부적은 낡은 미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단정이 옳을까. 그림을 통해 염원을 표출하고, 상징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은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부터 현대 교통표지판 및 로고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유구한 문화다.

 

특히 그림을 통한 상징 표현은 동아시아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부적은 주술적 미신의 범주를 넘어 양지로 나와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전통문화의 콘텐츠로 개발되어야 할 코드다.

-부적의 비밀4~5서문중에서

 

태극기는 주역을 기반으로 한다. 주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태극과 음양 그리고 팔괘다. 팔괘는 (((((((()으로, 이 중 대표적인 것이 태극기에 표현되어 있는 건(하늘((().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태극기는 가장 철학적인 국기인 동시에 동아시아 부적의 효시라고 이를 만하다.

- 『부적의 비밀』 32동아시아의 전통과 그림 문화중에서

 

동아시아에서 부적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일원론을 배경으로 하는 제정일치의 사회구조다. 정교분리의 현대사회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을 구속할 수는 있어도 생각의 자유까지 어쩌지는 못한다. 그러나 정교일치 사회에서는 군주의 뜻을 생각으로도 거슬러서는 안 된다. 특히 정교일치 체제에서 정치의 독주는 종교나 신앙적인 부적 속에도 군주의 권위가 강하게 스며들도록 한다. 즉 부적에는 흥미롭게도 군주정치가 핵심 키워드로 존재하는 것이다. -

 『부적의 비밀』 42~43부적의 특징과 메시지중에서

 

불교적으로 부적의 삼점과 유사한 것으로는 경전의 제목 위에 붙는 두 개의 점, 즉 이점(二點)이 있다. 이를 학립사횡(鶴立蛇橫)이라고 하는데, 진리를 전파하려는 강한 바람을 응축한 상징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부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적은 인간의 바람을 내포하는 상징과 축약의 그림이라고 하겠다.

『부적의 비밀』 55부적의 특징과 메시지중에서

 

동아시아 최고의 의서이자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동의보감』에 수록된 의학의 범주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동의보감』 「잡병」 편에는 귀신을 보는 처방인 견귀방(見鬼方)’도 있고, 아이를 빨리 낳는 최생부(催生符)’와 산실의 토지를 빌리는 차지법(借地法)’ 등이 수록되어 있다.

『부적의 비밀』 97믿음의 상징, 부적중에서

 

부적의 긍정성은 로또보다 훨씬 힘이 세다. 왜냐하면 부적에는 행복과 미()에 대한 추구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부적은 문화산업과 우리 전통문화 발전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문화 없이 경제력만으로 선진국을 유지하는 나라는 드물다. 부적은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현대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재조명될 필요가 충분하다.

 『부적의 비밀』 115~116우리 삶의 부적 요소들중에서

 

『포박자』 「내편」에는 황제의 스승인 광성자가 웅황을 지니면 모든 뱀이 범접하지 못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결과 뱀이 웅황을 싫어한다는 것이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속설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이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낭설이다. 그럼에도 이런 속설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전근대사회까지 주술적인 힘을 빌려서라도 극복해야 할 대상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부적의 비밀』 171~172부적의 재료와 제작중에서부적이 문자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한자가 상형문자에서 발전한 것으로 그림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 또 과거에는 문맹률이 높았기에 문자만 조금 알아도 식자층인 양 행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문자에 권위가 부여되던 시절이었다.

 『부적의 비밀』201문자부적중에서

 

부적은 그림이나 문자로만 된 것보다는 두 가지가 섞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림으로만 되어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그 안에 글씨가 그림으로 변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림으로 출발한 부적이 글씨와 결합되면서 보다 높은 완성도를 확보했음을 알 수 있다.

 『부적의 비밀』 207그림과 글자가 결합된 부적중에서

 

이 책을 쓴 자현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 교무국장, 중앙승가대 교수와 한국불교학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국내 유일무이한 6개 분야(동양철학, 철학, 미술사학, 역사교육, 국어교육, 미술학) 박사학위 보유자로, 무엇보다 문화 파급력의 차원에서 부적이라는 코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지금 왜 우리의 시대적 과제인지를 일깨워 준다.

 『부적의 비밀』은 앞서 펴낸 『불화의 비밀』(2017), 『스님의 비밀』(2016)과 함께 기획된 비밀 3부작의 결정판으로, 저자는 그동안 60여 권의 저서를 통해 불교 역사와 문화를 다양한 주제에 녹여 대중과 소통하는 데 누구보다 탁월하다는 정평이 나 있다. 

mo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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