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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폭력 ․ 무저항’ 종교가 증오대상?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1/27 [15:31]
종교증오 범죄에 시달리는 美 `아미쉬‘ 신앙과 한국의 'STOP 종교증오'

‘무폭력 ․ 무저항’ 종교가 증오대상?

종교증오 범죄에 시달리는 美 `아미쉬‘ 신앙과 한국의 'STOP 종교증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1/27 [15:31]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른 신앙을 이단·사이비종교로 매도해 척결하려는
종교증오범죄가 마치 합법적인 종교활동인 것처럼 활개를 치고 있다.”


▲ 500년 전통의 마차를 고수하며 무폭력, 무저항을 고수함으로써 조롱과 핍박, 종교증오 대상이 되는 아미쉬인.     ©


평화와 무폭력을 기본교리로 하는 종교지만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신앙이 아니면 배척하고 멸시하는 기득권을 가진 종교의 횡포랄 수도 있다. 교인들과 타종교인에 피해를 주지 않지만 ‘미망과 현혹에 빠지게 한다’는 일방적인 증오가 발동하는 것이다. 종교세계에도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생존형식이 드러나는 셈이다.


지난 24일 마국 펜실바니아주의 자급자족 공동체인 '아미쉬 마을'에서 일가족을 태운 마차를 끌던 말이 지나가는 자동차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그 사례의 하나이다.


아미쉬인들은 독일, 스위스, 알사스(독일과 스위스 경계에 위치한 프랑스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로, 심한 박해를 피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1737년 아미쉬인은 최초로 미국에 도착하여 펜실베이니아 주 랭카스터 시에 정착했다. 1815년에서 1860년 사이에 또다시 이주의 물결이 이어졌고, 아미쉬인들은 아이오와 주를 포함한 20개 주로 퍼져나갔다.


아미쉬 신앙은 스위스 재침례파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재침례파 운동은 종교개혁에 불만을 품은 개혁가들이 시작했다. 아미쉬란 이름은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재침례파 목사 야콥 암만을 따르는 이들이 붙인 것이었다. 암만 목사는 더 엄격한 개혁을 주장하다 1693년 다른 재침례파 교인들에게 파면을 당했다.


이들은 재침례파와 마찬가지로 아미쉬인들은 태어났을 때 하는 유아세례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가 청소년기를 지나 교회생활에 대한 책임감을 깨달아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세례서약은 보통 16세에서 18세 사이에 하는데, 그때 젊은이들은 죽는 날까지 교회와 공동체 규율을 따르겠다고 엄숙하게 맹세한다.


아미쉬인들은 예수의 삶과 산상설교를 모범으로 삼아 일상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가족, 공동체, 형제애를 중시하며 세속과 분리된 채 절대로 폭력을 행하지 않고 겸손하고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아미쉬인들은 욕설이나 폭력적인 행동에 침묵으로 답하도록 배운다. 그들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대주라'는 성경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절대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가지 않는다.


아미쉬인들은 5백년 동안 거의 변함없는 전통을 따른다. 아미쉬인들은 '엄격한 육체 계율에 따라 행동하고 옷을 갖춰 입는다. '세속적인 방식'을 차단하기 위해 현대문명(자동차, 전화, 텔레비전, 전기)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옷차림을 갖춘다.


아미쉬 공동체는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마차를 이용한다. “우리가 차를 갖게 된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소비해버리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아미쉬인들이 감옥에 갔고 2차대전 때는 심한 탄압을 받았다. 신앙에 따라, 선거를 하지 않고 정부 일에 참여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자신들에게 잘못을 하더라도 법에 호소하지 않는다. 아미쉬인들은 선교 활동을 하거나 외부인을 설득하여 아미쉬 신앙을 갖게 하지 않는다.

이렇듯 무폭력, 무저항, 무강요의 평화종교가 현대에서도 종교증오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 발생 당시 마차에는 부부와 세 자녀가 타고 있었으나 이로 인한 부상자는 없었다. 그러나 단지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농경 및 수렵생활에 기반을 둔 자급자족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는 자체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관할지역 경찰관은 "아미쉬는 종종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폭죽이나 달걀, 각종 음식물을 던지는 건 흔한 일"이라며 "무저항·평화주의를 고수하는 그들의 믿음이 한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미쉬는 쉬운 목표물이다. 그들은 교리에 근거해, 반격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면서 "사람들은 그걸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러한 종교에 대한 증오가 있다는 자성이 일고 있다. 물론 믿음이 자칫 교인들을 미망에 젖게 해 가정파탄을 일으키든가, 교주들의 횡포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지만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핍박과 조롱, 증오, 범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월 출범식을 가진 ‘종교증오범죄피해자연합 STOP종교증오’가 나선 이유일 것이다. 자신과 다른 신앙에 대해 ‘마녀사냥’처럼 매도하고 증오하는 세태에 시민단체들이 나서 인식전환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이들은 11월 20일 첫 행사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강요·감금 조직범죄 비호해 종교증오범죄 확산시킨 검찰 규탄 피해자 증언대회’를 연 바 있다. 이들은 “우리사회에 다른 신앙을 이단·사이비종교로 매도해 척결하려는 종교증오범죄가 마치 합법적인 종교활동인 것처럼 활개를 치게 됐다”며 “검찰이 종교를 정통과 이단·사이비로 가르는 종교증오범죄자들의 사상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이 배후의 조직적 종교증오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의지 없이 수박 겉핥기식의 부실수사로 범죄의 근원은 처벌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끊임없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들에 피해를 주는 사이비 종교는 엄격히 다뤄야 할 것이지만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증오하는 범죄는 근절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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