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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20주기 추모 에세이집 '참선 잘 하그래이' 출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1/28 [08:15]
고은 시인,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등 일화 공개

성철 20주기 추모 에세이집 '참선 잘 하그래이' 출간

고은 시인,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등 일화 공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1/28 [08:15]


 
 
큰 스님 성철의 20주기를 맞아 추모 에세이집 『참선 잘 하그래이』(김영사)가 출판됐다.
 
시인, 종교인 등 사회 저명 인사 27인이 성철 스님과 얽힌 일화와 수행 과정에서 얻은 교훈 등을 엮고 있다.
 
1993년 11월 입적한 성철 스님은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종교인으로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 추앙 받고 있다.
 
유년 시절 ‘영원에서 영원으로’라는 인생의 존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철학, 의학, 문학 등 동서고금의 책을 섭렵하였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하다 우연히 영가대사의 『증도가』를 읽은 후 화두참선을 시작한다.
 
1936년 25살의 나이에 당대 선지식인 동산 스님을 인사로 ‘이영주’라는 속인의 옷을 벗고 ‘성철’이라는 법명을 얻어 세속의 모든 인연을 끊고 수행의 길에 들어선다.
 
출가한 지 3년 만에 깨달음을 얻어 법열의 세계로 입문한 스님은 마하연사, 수덕사, 정혜사, 은해사, 운부암, 도리사, 복천암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선사들을 만나 정진을 지속한다.
 
 
 
▲ 큰 스님 성철의 20주기를 맞아 추모 에세이집 『참선 잘 하그래이』(김영사)가 출판됐다     © 매일종교신문

 
장좌불와 8년, 동구불출 10년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독보적인 사상과 선풍으로 조계종 종정에 오르면서 국내 불교계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인물로 숭배 된다.
 
1993년 11월 4일 자신이 처음 출가했던 해인사 퇴설당 그 방에서 “참선 잘 하거라”는 말을 남긴 채 법랍 58세 세수 82세로 열반한다.
 
성철 큰 스님은 생전에 “자기를 바로 보라” “남을 위해 기도하라” “일체 중생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라”는 가르침을 남긴다.
 
시인 고은은 '성철 큰스님의 각령으로부터'를 통해 "한번 산중에 들어올진대, 이 육신의 일 마치고, 푸른 연기 한 오리 일 때까지, 이 산중 내려가지 않겠거든, 어서 들어오너라, 당신은 이렇게 소리치는 대장부입니다, 성철 대종사"라고 추모의 시를 바치고 있다.
 
성철 스님 제자인 박성배 뉴욕주립대 교수는 "3년 동안 승려 생활을 청산하고 해인사를 떠났다. 그후 미국에서 성철 스님의 '선문정로(禪門正路)'를 받아들고 불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반추하고 있다.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와 성철 스님과의 일화.
 
김 대주교는 "성철 큰스님은 한평생 바리 하나와 옷 한 벌로만 자신의 몸을 건사하셨다. 구도자로서 내적인 수련에 더욱 정진하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추모 에세이를 헌정하고 있다.
 
잡지사 기자로 성철 스님을 인터뷰했던 정호승 시인은 "'사진을 찍으려면 천 번을 찍으라'고 말씀하셨다"며 "나는 이것을 '시를 쓰려면 천 번을 써라'로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성철 스님은 생전에 『성철스님 화두참선법』을 통해 많은 불자들에게 화두참선의 의미를 일깨워 준 것으로 유명한데 이 책자에 담겨 있는 명문장을 인용,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본래 청정한 진여본성을 깨쳐 놓고 보면 모든 것이 다 고요함 속에서 무한한 지혜의 빛이 비치고, 무한한 지혜의 빛이 있는 가운데 항상 고요한 법입니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몸의 자세를 바로 잡고 참선을 부지런히 하여 진여를 깨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아주 오묘하게 집중하여 바른 생각으로 선정에 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모기가 없는 큰 수풀 속에 사는 짐승과 같이, 또 그물에 걸린 고기가 그물을 찢어 벗어난 것 같이 평안할 것입니다. 더 이상 배우고 익힐 것이 없는 한가로운 도인, 해탈한 사람이 되기 전에는 견성이 아닙니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화두 참구법의 근본사상입니다”
 
 
▲ 1993년 11월 입적한 성철 스님은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종교인으로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 추앙 받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누구나 본래 가지고 있는 본성을 아는 것이 바로 성불이며 깨달음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화두참선이다”
 
 
“누구든지 공부를 하다가 잠이 꽉 들었을 때 공부가 안되면 이것은 생사의 근본 해결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동녁 하늘에서 오색구름이 열리고, 둥근 새해가 찬란한 빛을 놓으니 우주의 모든 생명이 환희와 영광에 가득차 있읍니다.
만법이 불법 아님이 없고 만사가 불사아님이 없어서 높은산, 흐르는 강은 미묘한 법문을 설하고 나는 새 기는 짐승은 무한한 행복을 노래하고 있읍니다.
악한 사람 착한 사람 모두 부처님의 모습이요, 맑은 물 탁한 물 모두 자비의 줄기이니 온 세상에 훈훈한 봄바람이 넘치고 있읍니다.
모든 동포 자매들이여 !
눈을 들어 앞을 바라봅시다.
끝없는 광명이 우주를 비춰서 항상 빛나고 있으니 우주 자체가 광명입니다.
이 영원한 광명속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앞으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갑시다.눈 앞에는 평화와 환희와 영광이 있을 뿐입니다.
들판에 가득찬 황금물결은 우리생활의 곧집이요 공장을 뒤흔드는 기계소리는 우리 앞날의 희망입니다. 우리 모두 두손을 높이 모아 이렇듯 신비한 대자연 속 아름다운 강산에서 춤추고 노래하여 생명들을 축복합시다“
 
 
“모든 생명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합시다. 만법의 참모습은 둥근 햇빛보다 더 밝고 푸른 허공보다 더 깨끗하여 항상 때묻지 않습니다. 악하다 천하다 함은 겉보기 뿐, 그 참모습은 거룩한 부처님과 추호도 다름이 없어서 일체가 숭고합니다. 그러므로 천하게 보이는 파리, 개미나 악하게 날뛰는 이리, 호랑이를 부처님과 같이 존경하여야 하거늘 하물며 같은 무리인 사람들 끼리는 더 말할 것 없습니다. 살인 강도 등 극악죄인을 부처님과 같이 공경할 때 비로소 생명의 참모습을 알고 참다운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광대한 우주를 두루 보아도 부처님 존재 아님이 없으며 부처님 나라 아님이 없어서 모든 불행은 자취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영원한 행복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 서로 모든 생명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합시다“
 
 
“자기를 바로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 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 입니다.
자기를 바로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 설사 허공이 무너지고 땅이 없어져도 자기는 항상 변함이 없읍니다. 유형, 무형할 것 없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그러므로 반짝이는 별, 춤추는 나비 등등이 모두 자기입니다.
자기를 바로봅시다. 자기는 영원하므로 종말이 없읍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여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로봅시다. 자기는 본래 순금입니다. 욕심이 마음의 눈을 가려 순금을 잡철로 착각하고 있읍니다. 나만을 위하는 생각은 버리고 힘을 다하여 남을 도웁시다. 욕심이 자취를 감추면 마음의 눈이 열려서 순금인 자기를 바로봅니다.
자기를 바로봅시다. 아무리 헐벗고 굼주린 상대라도 그것은 겉보기일뿐 본 모습은 거룩하고 숭고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불쌍히 여기면 이는 상대를 크게 모욕하는 것입니다. 모든 상대를 존경하며 받들어 모셔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봅시다. 현대는 물질 만능에 휘말리어 자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큰바다와 같고 물질은 거품과 같습니다. 바다를 봐야지 거품은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봅시다. 부처님은 이세상을 구원하러 오신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 큰 진리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 함께 길이길이 축복 합시다“
 
 
“집집마다 부처님이 계시니 참다운 부모님입니다. 내 집 안에 계시는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거리마다 부처님이 계시니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잘 받드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발 밑에 기는 벌레가 부처님입니다. 보잘것 없어 보이는 벌레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머리 위에 나는 새가 부처님입니다. 날라다니는 생명들을 잘 보호하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넓고 넓은 우주, 한 없는 천지에 모든 것이 다 부처님입니다. 수 없이 많은 이 부처님께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이리 가도 부처님 저리가도 부처님, 부처님을 아무리 피하려고 하여도 피할 수가 없으니 불공의 대상은 무궁무진하여 미래겁이 다하도록 불공을 하여도 끝이 없습니다. 이렇듯 한량없는 부처님을 모시고 항상 불공하며 살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합니다. 법당에 계시는 부처님께한없는 공양구를 올리고 불공하는 것보다, 곳곳에 계시는 부처님들을 잘 모시고 섬기는 것이 억천 만배 비유할 수 없이 더 복이 많다고 석가세존은 가르쳤습니다. 이것이 불보살의 큰 서원이며 불교의 근본입니다. 우리 모두 이렇듯 거룩한 법을 가르쳐주신 석가세존께 감사하며 항상 불공으로 생활화 합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김으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죽음으로 저것이 죽는다.
이는 두 막대기가 서로 버티어 섰다가 이쪽이 넘어지면 저쪽이 넘어지는 것과 같다.
일체 만물은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어서 하나도 서로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이 깊은 眞理는 부처님께서 크게 외치는 緣起의 법칙이니 만물은 원래부터 한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쪽을 해치면 저쪽은 따라서 손해를 보고, 저족을 도우면 이쪽도 따라서 이익을 받습니다.
남을 해치면 내가 죽고 남을 도우면 내가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근본진리를 알면 남을 해치려고 해도 해칠 수가 없읍니다.
이 진리를 모르고 자기만 살겠다고 남을 헤치며 날뛰는 무리들이여 !
참으로 내가 살고 싶거든 남을 도웁시다. 내가 사는 길은 오직 남을 돕는 것 밖에 없읍니다.
아무리 상반된 처지에 있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침해와 투쟁을 버리고 서로 도와야 합니다. 물과 불은 상극된 물체이지만 물과 불을 함께 조화롭게 이용하는 데서 우리 생활의 기반이 서게 됩니다.
同生同死, 同苦同樂의 대진리를 하루빨리 깨달아서 모두가 침해의 무기를 버리고 우리의 모든 힘을 상호협조에 경주하여 서로 손을 맞잡고 서로 도우며 힘차게 전진하되 나를 가장 해치는 상대를 제일 먼저 도웁시다. 그러면 평화와 자유로 장엄한 이 낙원에 영원한 행복의 물결이 넘쳐 흐를 것입니다. 화창한 봄날 푸른 잔디에 화금빛 꽃사슴 낮잠을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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