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치․사회적 갈등 더욱 부추기는 종교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1/28 [10:14]
교리 떠난 세속적 가치로 진영 재편

정치․사회적 갈등 더욱 부추기는 종교계

교리 떠난 세속적 가치로 진영 재편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1/28 [10:14]
 
종교계, 보수 ․ 진보 이념 분열 극심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 발언의 파장은 천주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 상황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천주교 등 같은 교계의 갈등 뿐 아니라 종교간 비판도 등장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종교계가 교리보다는 정국을 보는 세속적 가치판단에 따라 진영이 나뉘는 모습이다. 정치 집단의 보수․ 진보 다툼을 뛰어 넘는다. 종교가 사회적 이념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은커녕 더욱 더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종교가 ‘현실을 직시하여 참여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는 미명아래 양극화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논리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이 정치판의 신념보다 강해 오히려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천주교계에 이어 기독교계도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인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진보적 승려 모임인 실천불교전국승가회도 28일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가졌다.

 
▲ 28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가 27일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감리교 정의평화위원회 등 28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도 27일 기독교회관 앞에서 대통령 선거 무효 선언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2월 6일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여는 한편 12월 16일부터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금식기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종교계 성직자들이 강론과정에서 한 발언조차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성직자를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며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반해 종교계의 이러한 움직임에 극렬 반대하는 세력도 등장하는 등 이전투구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보수, 진보의 분열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개신교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의구현사제을 해체하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압박했다. 개신교가 천주교의 진보세력을 규탄한 것이다.
천주교 내부에서 염수정 대주교가 사제들의 정치 참여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함세웅 신부가 다시 대주교를 비판하는 등 복잡한 갈등에 타 종교가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천주교계의 갈등과 분열은 더욱 도지는 모습이다. 천주교 지도 사제들이 일부 신부들의 정치적 일탈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서 광고 등을 통해 강력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김계춘 원로신부는 27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사제단을 교황청에 고발하는 방안이 준비돼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는 "교회법에 그렇게 규정돼있나"라는 질문에 "신부가 할 일 말고 정치를 한 건 철퇴를 맞게 돼있다"고 답했다. 또한 '사제단이 유신 때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건 잘한 것이라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시에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라며 "세월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인들도 국민의 도리를 지켜야 한다"며 "종교가 세속적인 힘을 가지면 타락한다"고 덧붙였다.


개신교와 불교계의 진보세력에 대한 보수진영의 태도도 천주교계와 다를 바 없다.
각자 자신의 진영의 논리가 절대적으로 옳다며 한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는다. SNS에서는 각자의 주장이 “90%를 차지한다”며 ‘종교의 정치세력화’, ‘비겁한 종교인’ 등이라며 상호비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종북 시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밀양 송전탑 문제 등의 사회적 논란과 대립과 갈등이 종교계로 인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교계가 대화로서 사회적, 정치적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자성이 일고 있다. 현재 종교계는 갈등하는 양측을 중재하기 보다는 한 편을 지원하거나 연대하고 있다는 반성이다. 종교계마저 진영논리로 다투는 것에 대한 많은 종교인들의 우려랄 수 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27일 개최한 사회문제의 불교적 해법창출을 위한 토론회 ‘사회적 대화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러한 종교계의 위기를 진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우리 사회는 지난 60년간 편을 갈라 힘을 겨루는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다뤄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토론회를 통해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문제를 다루고 풀어가는 지혜로운 길을 찾아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등불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사회적,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종교계가 나서 대화로서 해결하자는 주장인데 종교계 내의 이념갈등과 대립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종교계 전체가 종교적 양심과 심성으로 제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