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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조원, 조계사 잠입인가, 피신인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2/26 [10:09]
종교계, 경찰 모두 진퇴양난

철도 노조원, 조계사 잠입인가, 피신인가?

종교계, 경찰 모두 진퇴양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2/26 [10:09]
 
양분된 국민정서의 향방이 결정


철도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민노총 사무실에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하며 종교계의 중재를 요청하고 나섰다.


경찰의 검거를 피해 최후의 보호막인 종교시설에 의지함에 따라 종교계의 대응과 중재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종교계 내부에서도 노조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커서 여전히 그 해법은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불법노조의 은신, 잡입이란 시각이 있는가 하면, 강압적인 공권력에 대한 약자의 피신이란 종교계와 일반사회의 엇갈린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박 부위원장은 3명의 노조원과 함께 24일부터 조계사 극락전 2층에 몸을 숨기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25일 저녁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어른들이 중재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까지 진입한 상황에서 기댈 곳은 종교계밖에 없었다"며 사전에 허락 없이 들어온 것에 대해 조계사 측에 사과의 뜻도 전했다.

 
▲ 불법파업 철도노조원들이 조계사에 몸을 숨긴 가운데 양분된 종교계와 일반사회의 이들을 보는 시각도 피신이다, 잡입이다 하는 이견이 엇갈리고 있어 파업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


이에 대해 조계종 관계자는 "종교시설로 몸을 피한 노동자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고 했으나 이러한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난해한 입장이다.


경찰청장은 박 부위원장을 체포하는 경찰관에게 1계급 특진을 약속했으며 철도 노조원들은 외부인들이 박 위원장을 접촉하지 못하도록 극락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고 잇는 등 극한대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복 경찰 3명이 경내에 진입했다가 신분이 밝혀지면서 철도노조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종교 시설은 공권력이 쉽게 행사될 수 없는 곳이다. 조계사는 명동성당과 더불어 수배된 사람들의 대표적 은신처로 꼽힌다. 당국이 종교 시설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경찰력을 늘리면서도, 종교 시설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경내에 경찰력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자칫 종교계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다.


이 때문에 촛불시위가 거세던 지난 2008년에도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등이 조계사에서 120일 동안 장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의 차량 트렁크를 검문했다가 불교탄압이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지난 2002년에는 경찰이 경내로 진입해 농성중인 발전노조원을 체포한 적도 있다.


과연 ‘종교계 어른’들의 중재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노사정이 해결 못한 문제들을 종교계가 나서 중재할 수 있을까? 하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종교계 내부의 입장정리도 힘든 상황에서 결국은 철도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국민과 양분된 국민정서에 따라 조계사에서의 은신인지 피신이지 결말이 날 것 같다. (이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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