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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엔 왜 보수가 많고 '불교 박멸'을 외칠까?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1/10 [10:51]
비교종교학자 오강남이 본 '객관적 기독교' 출간 화제

한국기독교엔 왜 보수가 많고 '불교 박멸'을 외칠까?

비교종교학자 오강남이 본 '객관적 기독교' 출간 화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1/10 [10:51]
 
▲ 오강남 교수     ©

“한국의 경우 개신교 중 근본주의자 비율이 90%를 넘는다. 따라서 불교를 박멸하자는 주장을 펴는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다.”
 
'예수는 없다'(2001)란 책으로 종교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오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의 오강남 명예교수(비교종교학) 명예교수가 최근 '오강남의 그리스도교 이야기'를 펴내며 그 이유를 설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 교수는 “한국에 온 초기 선교사들이 대부분 미국 보수 교단에서 파송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근본주의자 비율을 많은 이유를 설명한다. 근본주의 또는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이 유럽에는 거의 없고 서양에서 가장 보수적인 그리스도교 국가인 미국도 인구의 25∼30%에 불과하다고 했다.
근본주의 또는 복음주의 그리스도교는 보수적 성향의 그리스도교 중에서도 더욱 보수적인 그리스도교를 말한다. 저자는 이런 한국의 그리스도교를 주류 그리스도교와 다른 '별종 그리스도교'로 규정한다.
 
근본주의,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경무오설'이다. 성경이 하느님의 유일한 계시이고 모든 게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 믿는 '문자주의',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모든 종교는 결국 인간이 저지르는 안타까운 헛수고라는 '배타주의', '대체주의'를 주장한다. 결국 불교를 박멸하자는 주장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오 교수는 종교간의 대화를 서로에게 거울을 들어주는 것에 비유해 종교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불교인과 그리스도인이 대화를 나누면 그리스도인은 불교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불교인 역시 그리스도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단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도마복음'을 통해 그리스도교에도 불교 못지않게 깨달음을 중시하는 심층 그리스도교가 있음을 설명한다.
 
초대 교회에는 표층적인 그리스도교와 심층적인 그리스도교가 있었다.
심층 그리스도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물로 세례를 받을 때는 하느님을 창조주나 심판자로 믿고 스스로를 '하느님의 종'으로 여기고 살지만, 성령과 불로 세례를 받아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 하느님을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 보고 자기들을 '하느님의 자녀'이자 '상속자'로 확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질투하고 진노하는 하느님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로 충만한 새로운 하느님, 우주 질서로서의 하느님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4세기에 심층 그리스도교는 지하로 내려가거나 쇠퇴하고 만다. 325년 열린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를 하느님과 '동질'이라 주장하던 아타나시우스가 예수의 인성을 주장하던 아리우스 파를 물리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를 계기로 아타나시우스는 쪽복음처럼 떠돌아다니던 그리스도교 문헌 중 27권을 선별해 그리스도교 경전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것이 지금의 신약이다.
 
아타나시우스는 367년 자신의 신학적 판단 기준에 따라 '이단적'이라 여기는 책을 파기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심층 그리스도인들이 갖고 있던 깨달음 중심의 문서들은 파기 처분 대상 1호였다.
다행히 이집트에 있던 그리스도교 최초의 수도원 파코미우스의 수도승들이 수도원 도서관에서 이런 문헌을 몰래 빼내 항아리에 넣어 밀봉한 뒤 산기슭 큰 바위 밑의 땅속에 숨겨뒀다.
이 문서가 1945년 12월 이집트의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됐다. 여기에 들어 있던 52종의 문서 중에 가장 주목받은 게 '도마복음'이었다.
 
'도마복음'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던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해를 혁명적으로 바꿔 놓았다. 도마복음은 114절의 예수말씀만 짤막짤막 적어놓은 어록이다.
도마복음이 공관복음(신약의 마태·마가·누가복음)과 가장 다른 점은 예수의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 심판, 대속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대신 내 속에 빛으로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런 깨달음을 통해 내가 새 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종교 두루 섭렵, 심층종교 강조

'오강남의 그리스도교 이야기'는 넓고 깊은 세계 종교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리한 균형 잡힌 그리스도교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그리스도교, 불교, 힌두교, 도교 등 다양한 종교를 두루 섭렵하면서 그 심층을 깨친 선각자가 ‘이웃 종교’에 비춘 그리스도를 친근한 말투로 쉽게 풀었다.
다른 종교의 신자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교가 어떠한 종교인지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리스도인은 진정한 교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부에서는 그리스도교의 발생과 성장, 분리와 개혁 과정을 통해 어떻게 근본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지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한국 그리스도교 역사와 특징과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의 현재적 의미도 짚어본다.
 
2부 ‘심층에서 만난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리스도교 이해의 열쇠가 되는 성격이 무엇인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줌으로써, 무수한 교단과 교파가 가지는 의미를 살핀다. (촤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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