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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17주기 추모기도문과 기도문 작성 전후의 회상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6/03/06 [11:40]
“기억은 머리에 회상은 가슴에-기억은 잊어도 회상은 잃지 않는다”

아버지 17주기 추모기도문과 기도문 작성 전후의 회상

“기억은 머리에 회상은 가슴에-기억은 잊어도 회상은 잃지 않는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6/03/06 [11:40]
“기억은 머리에 회상은 가슴에-기억은 잊어도 회상은 잃지 않는다”
 
아버지,
‘아버지’는 평생 제가 부른 호칭입니다. 이제 손녀 서윤이가 ‘엄마’ ‘아빠’를 부르기 시작할 때 저도 한번 쯤 ‘아빠’하고 아버지를 불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버지의 17주기입니다.
 
저는 평생 아버지란 호칭을 듣지 못했습니다. 애들의 호칭 ‘아빠’에 익숙해졌고 정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정감어린 호칭을 아버지께 쓰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미나의 반려자가 된 사위 종무로부터 ‘장인’ ‘아버님’ 대신 ‘아버지’란 호칭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무게와 위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짚신과 우산을 파는 장사꾼을 둔 부모의 이야기가 있지요. 비오는 날은 짚신 장사하는 자식을 걱정하고 맑은 날은 우산 장사 자식을 걱정하지요.
 
규섭과 하라는 남들이 선망하는 사회생활과 사이좋은 부부관계이지만 빠듯한 살람살이에 아끼고 절제하는 모습이 당신이 아끼고 흐뭇해하셨던 며느리 ‘강은나 할머니’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미나와 종무의 풍요한 생활이지만 혹시나 주변관계에서 결례나 하지 않을까하는 기우로 날마다 걱정하고 지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러하셨음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저를 한없이 믿고 자랑스러워하셨듯이 저 역시 아버지처럼 아이들을 대할 것입니다.
 
비오면 우산 장사 자식에 기뻐하고 맑으면 짚신 장사 자식을 축하하는 마음의 자세를 갖겠습니다. 아내에게도 그런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제는 아버지의 7순 기념 회고담 ‘인생은 아름다워라’의 출판과 기념연, 이를 대대적으로 언론으로 보도해 아버지에게 기쁨을 선사했던 직장 문화일보의 사우회가 발족했습니다. 그 자리서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가 한 축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억은 머리에 새기는 것이고 회상은 가슴에 새기는 것’이란 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제삿날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아버지의 삶을 회상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제삿날을 기억해 정신없이 제삿상 차리고 지방을 써 예를 올리는 것보다는 아버지의 자서전을 다시 한 번 읽으며 아버지를 회상함으로써 아버지의 삶을 헤아려보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가장 아끼셨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병상일지에는 아버지의 정이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가 운악산 꼭대기에 건축한 할아버지 할머니 비석에는 아버지의 한 어린 효심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한 아버지의 어머니와 조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정을 회상함으로써 아버지 뿐만 아니라 아버지 주변의 모든 영혼의 평안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기념일을 기억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회상과 더불어 이울어지는 기념일이 되어야 기념일의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제삿상을 차리고 지방을 쓰는 기념일의 흔적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대신 이렇게 추모글을 쓰며 회상합니다. 기념일에 대한 기억은 훗날 잊어버려도 아버지를 잃어버리진 않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 어제는 봄비가 쏟아졌어요.
그리고 지난해 쌓인 낙엽더미를 흠뻑 적셔 흙으로 스며들게 했습니다. 지난 신록의 정춘- 봄, 녹음의 장년- 여름, 아름다운 단풍의 노년- 가을을 거치고 편안하게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버지도 그러한 모습이십니다.
아버지가 온갖 기억들을 잊으셨을지라도 가슴속에 잃어버리지 않으신 분들과 함께하는 평안한 영혼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정해긴 기념일 아닌 꽃피는 봄에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찾아 뵙고 아버지가 잃지 않으신 주변 모든 사람들을 회상하는 소풍의 날을 마련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추모기도 전 법화산 단상-봄비에 젖어 땅으로 스며드는 낙엽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네요"
 
법화산 산책에 나섰는데 하산하는 팀 일행의 대화가 귀에 들렸다. 얼른 털모자를 벗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내복과 외투는 어제부터 벗어던졌지만 미처 캡을 찾지 못해 귀가리개가 있는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온 것이다.
 
산책 도중에 봄비가 쏟아진다. 쉼터에 앉아 비 그치길 기다린다. 그리고 비에 담뿍 젖은 낙엽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지난 봄, 여름, 가을에 신록의 청춘과 녹음의 장년, 아름다운 단풍의 노년을 거치고 흙으로 스며드는 모습이 보인다.
 
내일 17주기를 맞는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떠오른다.
 
비가 그치고 있다. 빨리 내려가 추모사를 작성해야겠다. 내일 아침 아들 며느리 손녀와의 추모기도시간에 읽고 중국의 딸과 사위에게도 보내주어야겠다.
 
추모기도 후 단상- 인생은 아름다워라
 
어제 봄비가 쏟아지는 법화산에서 페북에 글을 올리며 아버지를 회상하는 추모기도문을 구상했다. 오늘 아침상을 마련하는 동안에 기도문을 작성해놓고 보니 결국은 아버지 회상을 통해 우리 가족과 세상의 평안함을 위해 기도하는 글이 되었다.
 
아름다웠던 아버지의 인생을 추억하며, 낙엽처럼 흙으로 돌아가 영원히 평화롭게 계시라는 기도밖에는 들일 수 없었다. 결국 기념일이란 것이 그를 통해 살아있는 사람들의 행사인 셈이다. 아마도 아버지도 생전의 삶을 기억하신다면 이러한 우리의 기도내용을 원하실 게다.
 
나는 다시 법화산 올라 내일부터의 활동을 위해 심신을 충전하고 아내는 교회에 가서 경건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생활의 기쁨을 찾을 것이다. 애들은 그들대로 지난 주일의 피로를 풀고 쫓기는 반복 일상에 되돌아갈 채비를 할 것이다. 그 인생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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