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차라리 정책과 설교는 원칙에 충실한 알파고에 맡겨라”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6/03/15 [07:13]
총선 앞두고 극심해진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

“차라리 정책과 설교는 원칙에 충실한 알파고에 맡겨라”

총선 앞두고 극심해진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6/03/15 [07:13]
총선 앞두고 극심해진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
"정치 압박하고 빌붙는 종교, 종교의 표 의식해 굴복하는 정치"
사욕과 진영편에 선 정책,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성전과 교리
"정치와 종교의 기본정신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되새길 필요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정계는 분당, 여야 공천을 놓고 막장 드라마식 갈등과 설전을 빚었다.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묘수와 꼼수들이 속출했다. 이에 덩달아 종교계도 이편저편에 서서 목소리를 냈다. 정치가 자신과 진영편의 입장과 이익에 따른 고착된 신념을 드러내는 종교화가 이루어졌으며 종교는 그에 빌붙거나 압박을 가하는 정치화를 보여준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최근 펴낸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인물과 사상사 刊)에서 ‘친노’ 대해 ‘종교적 정치공동체’라며 “공산주의 같은 이념의 종교화는 정치의 종교화로 이어지는데,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정치의 종교화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친박’ ‘노사모’ ‘박사모’ 등도 유사 종교적 열정으로 승화시킨 집단이라고 했다. 집단운동권에 대해서는 ‘자기성찰 대신 무작정의 보수비판을 자기정당화의 근거로 삼는다’고 비판했다. “정당은 물론 정당 내의 각 계파 또는 패거리가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종교집단화 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이성적 논의도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의 이성을 마비시킨 종교화에 대한 강 교수의 정확한 지적이랄 수 있다. 게다가 권모술수와 임기응변란 정치의 속성을 발휘하니 더욱 더 복잡한 묘수·꼼수가 된 정치판인 것이다.
 
▲ 김무성, 박영선 의원의 차별금지법 반대입장으로 굴복 논란을 빚었던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     ©
 
종교계의 압박과 정치인의 표심을 의식한 굴복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29일 보수개신교계의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서 "개화기부터 함께하며 민족을 사랑한 기독교 정신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동성애와 이슬람 확산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며 특히 동성애는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3년에 발의됐던 동성애 차별 금지법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던 그가 임기응변으로 표를 의식해 한 발언이랄 수 있다. 이날 기도회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참석해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에 대해 여러분이 원하는대로 당에서도 방침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다. 이에 주최측 전광훈 목사는 “여러분들이 모인 이 위력 앞에서 두 당 대표님이 항복선언을 하신 것 같다”며 보수 개신교계의 압박 효과에 만족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3월 13일 전남 목포에 있는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 뒤 “목사가 동성결혼 반대에 대해 확고한 신념으로 말씀하셔서 공감하고 감명받았다”라는 트위터 글을 올려 누리꾼들에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이단과 동성결혼에 대해 교회 목사를 추켜세우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트위터 화면.     ©
 
물론 이러한 발언들이 개인적인 종교나 이념에 따른 확고한 주장이라면 그 용기를 살만하다. 그러나 표를 의식해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임기응변식 발언이라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개신교계의 거대집회를 통한 정치인 압박이 있는가 하면 불교계의 이들에 대한 압박도 진행되고 있다. 불교계 단체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은 국회기도회에서의 발언을 놓고 3월 7일 “특정집단의 이익에 따라 종교행사의 장에서 반대한다는 것은 국민 인권이나 행복에는 관심 없이 오로지 선거를 앞두고 표를 구걸하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종자연은 2월 26일 기독교 편향 발언과 행동을 하는 의원에 대해 공천배제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종교적 신념 표현과 종교인 과세 반대 의원이 대상이었다. 지난 2011년 “모든 대법관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한 황우여 의원, “신정정치를 통해서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김진표 예비후보, ‘사랑의교회’ 건립과 관련해 ‘불법특혜’ 의혹이 있었던 이혜훈·박성중 예비후보, 인천‘성시화운동’에 적극 나섰던 안상수 의원, 종교인과세를 반대한 이재오, 김을동, 이석현 의원 등을 콕 찍어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이례적인 낙천운동을 벌였다.
 
한편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은 1월 29일 ‘병신년 합동 국운 발표회' 행사를 개최하며 재수굿판을 벌였다는 개신교단체와 언론의 비판을 받았는데 김무성 대표까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급기야 낙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비록 유승민 의원 계열로 분류된 탓도 있지만 개신교의 반발도 낙천의 빌미로 작용했을 것이다.
 
정치권력과 그에 아부하고 빌붙는 종교인
 
종교의 정치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종교가 권력에 밀착해 비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군사독재 시절 국가조찬기도회는 독재를 정당화하고 면죄부를 주는 자리였으며 이후에도 정책 전파의 도구로 할용된 것이다. 3월 3일 48회를 맞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가 설교 중 여타 외국 여성정치인과는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여성으로서의 미와 그리고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십니다”라고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성소수자와 이슬람 혐오,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 등을 서슴없이 주장했다.
 
▲ 소강석 목사가 박는혜 대통령의 외모를 거론해 네티즌들의 비판을 산 제 48회 국가조찬기도회.     ©
 
종교의 정치참여와 정치행태와 같은 진영싸움
 
아예 종교가 정치 개입을 넘어 참여를 시도한다. 보수 개신교계의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은 4.13 총선에 뛰어들었다. 3월 3일 창당한 기독자유당은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반기독교 악법 저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총선에서 최소 5명 이상을 국회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로 ‘10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명을 많이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비례대표 후보 추천권을 받는데 동성애대책위원장인 김지연 약사, 한교연, 장경동 목사, 당의 경북대표·부산대표·전남대표 순으로 서명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등 진보 개신교계에서도 ‘투표 짱! 기독인 선거대책연대’를 발족하고 정치참여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구호는 보수 개신교계와 완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들은 개신교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며 총선에서 뽑아야 할 인물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는데 지지하는 후보는 보수 개신교계와 차이를 보였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정책, 테러방지법 철회, 사상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보수와는 다른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정치진영과 같은 대립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종교의 정치화’를 느끼게 한다.
 
神政·王政·民主政의 변천, 정교분리를 위한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견제와 균형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가 민주주의 시대의 자연스런 양상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대에서 ‘완벽한 정교분리’란 것도 불가능 할 것이다.
 
홍수 가뭄 역질 등 자연재해에 대한 제사를 지냈던 고대시대에는 제주가 세속 권력도 행사하는 완벽한 정교일치를 이룰 수 있었다. 차츰 그러한 종교권력에 도전하는 세속권력이 생겨 군주제가 생겨났을 것이다. 서로 세력다툼을 하며 센 세력에 빌붙고 때론 견제하고 압박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정교분리의 ‘민주주의‘가 서서히 인류사회에 정착했으며 신정(神政), 왕정(王政)도 입헌군주제란 이름으로 변화되어 왔다.
 
그러나 ‘정교분리의 민주국가’란 이상론일 수 밖에 없다. 마치 애초 완벽했던 신정, 왕정이 막강해진 권력으로 말미암아 부패했듯이 민주주의 이념도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로 인해 변질되고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모세의 신정(神政) 국가, 중국 삼황오제(三皇五帝)와 요순(堯舜) 시대, 단군의 홍익인간 등 바람직한 선정(善政)을 이제는 기대할 수 없는 것거ㅘ 같을 것이다. 이제는 단발령에 목숨을 내놓거나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사육신(死六臣)이 되는 일도 없다.
 
다만 민주정(民主政)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완벽하게 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을 발휘함으로써 차선책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익을 염두에 둔 시녀노릇, 빌붙고 눈치를 보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상호 역할을 벗어나 신정, 왕정시대의 각기 바람직한 기본정신을 기본으로 상호 존중하고 대등한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면 현재와 같이 비뚤어진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는 개선될 것이다. 종교가 자신의 이익과 근본적 교리에 따라 정치와 같이 진영으로 나뉠게 아니라 신정시대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적인 양심과 도덕정신을 찾으면 정치에 아부할 것도 시녀역할을 할 것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종교정신이 정치가 지향하는 규범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는 종교를 신뢰하게 될 게 틀림없다.
 
“정책과 설교는 입력된 대로의 원칙에 충실한 알파고에 맡겨라”
 
그러나 현실은 종교와 정치의 기본 정신을 져버리고 각기의 권력과 사욕에 집착해 빌붙거나 압박하고 눈치하는 모습만 넘쳐난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연패를 기록했을 때 SNS에서는 ‘공천심사를 비롯해 정부정책 입안과 실행을 알파고에 맡겨라’ ‘성전(聖典)에 의거한 설교를 알파고에 맡겨라’ 등 정치인과 종교인을 비아냥거리는 내용이 쏟아졌다. 사욕과 진영편에 선 정책, 나름의 신념에 빠져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성전과 교리보다는 모든 기본자료들을 컴퓨터에 입력함으로써 알파고가 원칙대로 정확하게 분석, 판단한다고 했다.
 
더욱이 알파고가 패배했을 때도 “적어도 알파고는 정치·종교인의 엄청난 버그보다는 적기 때문에 오작용이 덜할 쪽으로 원칙을 준수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정치인와 종교인은 애초 정치와 종교가 목표로 삼는 원칙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가 이루어져도 현재와 같은 사회의 오작동은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발행·편집인)
  • 도배방지 이미지

신민형 범종교시각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