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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이제 끝내야한다
정부 개편안, 미래세대 부담 고민 안해…보험료 인상 불가피성 설득해야
기사입력: 2019/01/12 [08:0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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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편안, 미래세대 부담 고민 안해…보험료 인상 불가피성 설득해야
        

국민연금은 언제쯤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벗어날까.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26일 국민연금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란이 뜨겁다. 국민연금 개혁을 책임지지 않고 사지선다형으로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떠넘긴 탓이다. 단일안을 제시하지 않아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고 세대 간 갈등만 조장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모두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우려된다.

연금 개편안은 총 4개다. 1안은 현행 유지, 2안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다. 1안은 개편안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다. 문재인정부도 개혁 없이 넘어가고 싶다는 뜻이다. 2안은 기초연금 인상안일 뿐이다. 그나마 3, 4안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에 손을 댔다. 3안은 소득대체율 45% 상향과 보험료율 12% 인상, 4안은 50% 상향과 13% 인상 조합이다. 개편안은 노후 소득보장에 중점을 뒀을 뿐 재정안정화 방안이 없다. 심지어 기초연금 지급에 대한 재정추계조차 내놓지 않았다. 정부위원회 민간위원 2명은 재정안정화 방안이 빠진 데 반발해 사퇴했다. 정부가 사실상 개혁을 포기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개혁 측면에서 볼 때 11월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초안(草案)보다 훨씬 후퇴했다. 당시 제시한 5개 안 중 하나는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보험료율을 대폭 올리는 ‘더 내고 덜 받는’ 안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연금 문제를 ‘정치리스크’로 보는 대통령의 시각이 염려된다. 정부가 다시 만든 방안은 사진선다형이다.

이렇게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자녀세대에게 보험료 부담이 돌아간다. 연금 소진 예상 시점은 1, 2안이 2057년, 3안 2063년, 4안은 2062년이다. 기금이 바닥나도 연금이 지속되려면 미래세대가 부담할 보험료율이 1, 2안은 24% 안팎이다. 하지만 ‘더 내고 더 받는’ 3, 4안으로 시행하면 기금 소진으로 현행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될 경우 미래세대는 소득에서 31.3∼33.5%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현재 9%인 보험료율 저항도 만만치 않은데 미래세대에게 3배가 넘는 보험료를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몰염치하다. 아마 연금 보이콧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두 번의 성과를 냈다. 1997년 1차 개혁 때 70% 수준이던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췄다. 60세였던 수급연령도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했다. 2007년 2차 개혁 때는 우여곡절 끝에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했다. 나머지는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흔히 연금개혁을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된다. 덩치가 크고 국민의 관심도 많아 함부로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역대 정부는 무책임하게 ‘폭탄 넘기기’만 해왔다. 20년 동안 보험료율이 9%에 묶여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성세대와 현세대, 미래세대가 고통을 분담하려면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더 이상 ‘덜 내고 더 받는’ 마법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보험료율은 13.0%, 일본은 18.3%, 독일은 18.7%이다. 일본은 국민을 설득해 연금개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10년이 걸렸다.         

공무원연금 개혁모델이 ‘답’… 정부 개혁안 발표 후 7개월 만에 확정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인기 없는 연금개혁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앞으로 선거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어 개편안이 국회에서 확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제도개편은 그 자체가 '표'를 떨어뜨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치인 그 누구도 먼저 나서려하지 않는다. 국회가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해선 안 된다. 보험료는 안 올린다면서 뒤로 세금으로 막는 눈속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제대로 손봐야 한다. 그것이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다.

보건복지부의 개편안 발표는 국민연금 제도개편 과정의 '시작점'이다. 개편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12월26일 국회에 제출됐다. 여기까지는 정해진 일정대로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그 뒤 국민연금 제도개편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치고, 무대를 국회로 옮겨 추가 논의 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확정된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2의 개편안'이 만들어졌다 해도 최종안은 국회 입법 과정을 통해 확정되기 때문에 정당별 입장이 반영된 '제3의 개편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국민연금 개편이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고, 재정 안정과 노후 소득보장 간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어 모두가 동의하는 방안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복지부가 4개의 방안을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개편 폭의 차이는 있지만 스웨덴은 연금 제도개편에 15년, 영국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또한 국민연금 제도개편은 국민적 저항이 거센 '보험료 인상'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정당에서 논의 자체를 꺼린다. 또 국회에서 제도개편을 논의한다 해도 당장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보험료 인상 등은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협의체를 꾸려 최대공약수를 찾고 책임을 분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제도개편을 위해 정부와 여야는 물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책임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연금을 개혁한 '성공적'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10월17일 정부는 '기득권 타파'를 내세워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당시 공무원들은 연금 개혁을 할 때 협의를 거친다는 단체협약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 연금액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는 점 때문에 극렬하게 반발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연금액 삭감폭이 커 노후 소득보장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정부 개혁안을 반대했다.

민주당은 11월19일 사회적 합의에 따른 연금 개혁 원칙을 제시했고, 이에 여당이 동의하며 국회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와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설치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대타협기구에서 개혁안을 만들고, 특위에서 입법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대타협기구는 여야 추천 각 6명(의원 2명, 전문가·시민사회계 4명)과 정부 관계 공무원 4명, 공무원단체 대표 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특위는 여당이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고 여야 각각 7명이 속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회적 협의를 거치며 노후 소득 보장성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개혁을 통한 정부 재정 절감 효과는 당초 정부안보다 확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같은 합의안은 2015년 5월29일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 후 7개월 만이었다.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가 노후보장 방안이다 

이번 개편안의 특징은 재정안정화에 대한 고려 없이 노후소득보장에만 중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제도개선위에서 제시한 안에는 노후소득보장 강화안과 함께 재정안정화 방안이 제시됐는데 이번에는 빠졌다.

정부안에 대한 여론은 비교적 차가운 편이다. 무엇보다 단일안이 아닌 무려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은 연금보험료 인상에 회의적이다. 연금보험료를 인상하면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난 국민연금 제4차 재정 재계산 결과,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적립기금이 2057년쯤 고갈되는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물론 적립기금이 없다 하더라도 매년 노년세대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그 당시의 근로세대 보험료로 부담시키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서구 연금 선진국도 그렇게 하고 있어 우리도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점이 있다. 평균수명은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과 유사하지만 우리나라 출산율은 1.0 수준에 불과해 2060년쯤이면 노인인구 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된다. 반면 이들 국가의 노인인구 비율 전망은 30% 내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가 현재 9%에서 26.8%로 세 배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 3안과 4안이 시행되면 그 부담이 30% 내외로 높아져 미래세대가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이에 가능한 적립기금을 유지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안은 연금급여율을 오히려 인상해 불균형구조를 악화시켰다. 노후가 불안한 국민에게는 솔깃한 대안일 수 있지만 급여율을 인상한 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신중함이 요구된다.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안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현 정부 들어 월 20만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25만원으로 인상했고 2019년부터는 하위 20% 노인에게 30만원으로 인상하며 2021년에는 70% 노인으로 확대된다.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기에 재정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 부부 감액을 고려하더라도 64만원이 되기에 월 200만원 소득자가 30년 보험료를 납입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액 60만원을 초과해 국민연금의 가입 유인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현행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구조개편을 함께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현행 국민연금의 수급부담 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지 당장 연금급여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노후소득보장 강화 약속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 연금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과 평균수명의 연장에 상응한 수급개시연령 상향조정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반가워할 국민이 많지 않음에도 선진 외국 지도자 대부분은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개혁을 추진했다.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박근혜정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현세대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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