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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두려운 죽음…‘해피엔딩’ 교육 필요하다
수서교회 ‘죽음 논문’ 당선자 발표…교회에서 체계적인 죽음 교육해야
기사입력: 2020/10/30 [07:4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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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교회 죽음 논문당선자 발표교회에서 체계적인 죽음 교육해야 

 

그는 서재로 돌아가 자리에 누워 다시 혼자 죽음과 대면해야 했다. 죽음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젖어 들 뿐이었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가 의사로부터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인 반응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죽음을 자기 일로 여기지 못하고 두려움 무력감 고독감을 느끼는 주인공을 내세운다. 이어 그가 죽는 순간을 정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야기를 완결한다.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주는 방식에 대한 고찰(考察)이다.

 

다가올 죽음 인정할 때 삶의 새 지평 열린다

 

서울 수서교회(황명환 목사)는 교회 부설 수서문화재단 이폴(EPOL)연구소와 함께 20191028일부터 이틀간 제5차 죽음 세미나를 열었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주제의 논문 공모 결과 발표를 겸한 세미나에서 성남 예수소망교회 박인조 부목사가 불멸을 통한 죽음의 두려움 극복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톨스토이의 글로 논문을 시작한 박 목사는 죽음의 두려움을 품고 사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죽을 존재인 것을 인정하며 살라는 것이라며 인간은 거기로부터 내가 누구이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게 된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이어 죽을 존재임을 인정할 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삶이 회복된다면서 하나님의 주권 속에서 경험하는 영원한 삶,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죽음의 두려움을 이용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통로로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 기조 강연하는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    

 

세미나에선 한국호스피스협회 사무총장 김도봉 목사가 죽음을 앞둔 가족과의 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배려와 돌봄이 담긴 말을 건네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원목(院牧)인 최형철 목사는 환자들의 영적 돌봄에 대한 경험을 나눴다. 두 목회자 모두 병원 사역을 통해 수많은 임종(臨終)을 지키며 얻은 성찰을 풀어냈다. 세미나에는 평소 죽음에 관해 관심이 있는 성도와 교회 차원에서 죽음 교육을 해보려는 목회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폴연구소장인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는 교회마다 죽음 관련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데 신학적 성찰이 담긴 교재가 말 그대로 전무해 죽음 인문학’(두란노)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인생은 죽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사는 삶이란 모토로 죽음과 복음을 연결한 책이다.

 

황 목사는 고령사회 속에서 죽음 문제에 답해야 하는 지역교회 담당자들이 왜 죽음을 생각해야 하고, 죽으면 어떻게 되고, 부활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인지를 답할 수 있도록 12강으로 나눈 워크숍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회 죽음 논문공모 최우수상 수상자 김영효 목사우수상 수상자 박미경 목사

 

현대사회는 죽음을 의료진의 일로 축소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더라도 병실에서 홀로 임종을 맞는 일이 낯설지 않다. 교회 역시 죽음을 상조회 등에 넘긴 채 뒷전에 물러나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으로만 역할을 축소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죽음교육을 통해 교회의 본질인 신앙을 되돌아보고 교회에서 체계적인 죽음 교육을 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수의 성도가 원하지만, 교회의 준비 부족으로 다루지 못하는 죽음 교육의 세부 내용 역시 공유됐다.

 

수서교회(황명환 목사)는 수서문화재단 부설 이폴(EPOL)연구소와 함께 1020일 서울 강남구 교회에서 3회 죽음 논문공모 당선자 시상 및 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수상자만 참석했고, 외부엔 발표회 영상을 편집해 시차를 두고 공개할 예정이다.

▲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가운데)가 10월20일 서울 강남구 교회에서 죽음논문 공모 수상자들과 함께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서교회 제공  

 

최우수상은 공적 신앙을 위한 죽음 준비교육이란 제목의 논문을 투고한 광주 생명의숲교회 김영효 목사가 받았다. 김 목사는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음은 생산과 반대되는 개념이기에 금기시되고 터부시되며 은폐됐다면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피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교회도 뒤따라가면서 과거 교회가 맡았던 죽음 교육이 매우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또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죽음을 단순히 소중한 사람을 잃고 애도하는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신앙공동체 전체의 공적 사건으로 여기면서 좋은 죽음을 목표로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교육의 시간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신앙 형성을 위한 죽음 준비교육의 모델로서 생명의숲교회에서 10주간 진행한 해피엔딩스쿨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성찰,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 생각해보기, 내 인생의 감사 리스트와 버킷 리스트, 내가 남긴 신앙의 유산 되돌아보기, 믿음의 선조들 순교지 답사, 가족과 성도들과 함께 공유 등의 순서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김 목사는 죽음의 영역을 사적 공간에서 공적 신앙 형성의 장으로 끌어올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우수상은 박미경 목사의 죽음 교육을 실천하는 교회의 교육목회 커리큘럼논문이, 장려상은 박인조 목사의 기독교 교육과정에 따른 신앙교육으로서의 죽음 교육과 이숙희 목사의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 교육논문이 각각 받았다.

 

수서교회는 2018과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2019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나등의 주제로 논문을 공모했다. 황명환 목사는 교회가 죽음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듯하지만, 성숙한 사회인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기독교의 핵심이 죽음과 천국인데 이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목사는 교회 안에서 신앙이 강화된 죽음준비 교육이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구축돼야 한다면서 내년에도 죽음과 관련된 주제로 논문 공모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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