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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키나의 그림자 아래에14.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주형식 | 기사입력 2019/08/28 [21:37]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섰을 때에 염병이 그치니라”

쉐키나의 그림자 아래에14.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섰을 때에 염병이 그치니라”

주형식 | 입력 : 2019/08/28 [21:37]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섰을 때에 염병이 그치니라”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시절, 우리 가족은 유타주의 자이언 국립공원을 여행하다가 한 산을 등반하게 되었다. 어린 딸아이들은 맨날 바위와 돌만 본다고 이미 불만이 조금 있는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아빠가 이끌고 가는 산행이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리가 올라가는 길은 거칠었고,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하여 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바람을 막고 있는 큰 바위 뒤로 가서 명령했다. “바람아, 멈춰라!” 주문을 외우자 신기하게도 정말 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이내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린 막내는 나에게 주문을 했다. “아빠, 다시 주문을 외워서 바람 좀 멈춰 줘!” 하지만 산바람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마법의 주문을 외우지도 않고, 바람이 없어지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불자 아이들의 원성이 폭발했고, 결국 우리는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고라와 동료들이 죽은 다음날, 어린 아이같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이 여호와의 백성으로 부른 반역자들을 죽인 것에 대해 모세와 아론을 비난하였다(16:41). 이것은 국가적인 반란이었다. 수백 명의 반역자들이 아니라, 이제는 다수의 백성들이 고라와 그의 동료들의 정신에 동조하였고, 그 사건들이 기적적인 성격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역할을 인정하기를 거절하였다. 땅이 모든 가족들을 집어 삼킨 것이 모세의 능력에 의해서였단 말인가? 아론이 250인을 사른 불을 붙였단 말인가?

 

또 다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났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즉시 이스라엘 백성들을 진멸시킬 수 있도록 물러서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백성들은 고라와 그의 동료들 편에 있었으므로,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었다(19-21절 참조). 다시 한번 모세와 아론은 엎드렸다(42-25; 19-22절 참조). 그러나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보응을 특정 반역자들에게만 국한하시도록 탄원함으로써 백성들을 방어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22-24절 참조). 이스라엘 백성들은 중보자들이 그들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온갖 논증들을 다 파괴해 버렸던 것이다.

 

여호와께서 이제 더 이상 참으실 수가 없었다. 모세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죽음의 명령이 하나님의 입술(말씀으로 세상을 존재케 했던)을 떠나자마자, 치명적인 전염병이 공동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황폐화시켜 말살시키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순식간에 죽어가고 있었다.

 

즉각적으로 속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모두 멸망할 것이다. 희생제물을 드릴 시간이 없었다. 속죄는 성소 밖으로 나가서 죽어나가는 백성들에게로 나아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모세는 대제사장 아론에게 향로를 들고, 향불을 피우고, 백성들을 위한 속죄를 위하여 신속히 가져가라고 말했다. 80대 노인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구하려고 향로를 들고 뛰어 다녔다(16:46,47). 그의 중보의 향연이 미친 곳에는 백성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속죄의 향로가 다다르지 않은 곳에서는 백성들이 저주로 죽어 나갔다. 아론이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섰을 때에 염병이 그치니라”(48).

 

14,700명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49). 모든 다른 이들은 그들이 생존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할 대상이 오로지 모세와 아론의 동정심과 신속한 반응, 그리고 하나님의 자비뿐이었다. 그들이 살인했다고 비방하면서 비난했었던 모세와 아론에 대하여 저지른 악의적 거짓 증거로 인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형을 받아 마땅했다(19:16-19 참조).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악의적으로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사람들이 사실상 그들의 생명을 구했던 것이다. 이 모습은 마치 십자가에서 자신을 못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23:34)라고 탄원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나게 한다.

 

베드로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은 왕 같은 제사장”(벧전 2:9)으로서 하나님께 속한다. 제사장직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사람들을 위하여 중보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향로를 가져옴으로써 중보하라고 요구하지 않으시지만, 하늘에 계신 중보자의 도우심으로 기도하면서 그렇게 하라고 명하신다.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들과 합하여 보좌 앞 금단에 드리고자 함이라”(8:3).

 

모세와 아론의 중보가 큰 차이가 만들어 낸 것처럼, 우리의 중보기도는 다른 사람들의 구원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의 하늘 향연에 의해 능력을 받아 중보가 미치는 곳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산다. 우리 역시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서 있는 왕같은 제사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께서 제사장직을 위해 오직 아론과 그의 아들들만 택하셨다는 기적적인 증거를 얻었다. 다른 이들은 분향을 하는 동안 하나님의 불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살아남았다. 뿐만 아니라, 아론의 분향에 대한 하나님의 인정이 그 나라를 보호했다.

 

끔찍한 전염병 이후에, 여호와께서는 제사장직을 행하도록 그분께서 아론의 가족을 선택하신 일을 더욱 공고히 해주시기 원하셨는데, 이번에는 그분의 창조력을 적극적으로 나타내심으로써 그렇게 하셨다. 그분께서는 모세에게 12지파를 대표하는 족장들로부터 받은 나무지팡이들을 가지고 시험을 설정할 것을 지시하셨다. 아론의 지팡이는 레위 지파를 대표할 것이었다. 각자의 지팡이는 각자의 신원(身元)을 상징했다(38:18 참조). 모세는 그들의 이름을 그들의 지팡이에 썼다. 하나님께서는 제사장직을 위하여 선택된 그 사람에게 속한 지팡이의 죽은 나무에 기적적으로 싹이 나도록 하실 것이다. 이 명확한 방식으로 그분께서는 아론 가계의 제사장직의 권위에 대하여 남아있는 일말의 의심조차도 영원히 잠재우기로 계획하셨다(17:1-5).  

▲ 북프랑스 히브리문집(1277-1286)의 ‘아론의 지팡이’. 런던국립도서관  

 

모세는 성막 안에 그 지팡이들을 놓았다. 바로 이튿날 아론의 지팡이는 싹이 났을 뿐 아니라 완숙한 살구 열매를 맺혔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모든 지팡이들을 보여주어서 그들 자신이 두 눈으로 그 증거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아론의 지팡이를 성막으로 도로 가져가 성막의 증거궤 앞에, 즉 여호와와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언약의 증거, 혹은 증인인 십계명을 안치하고 있는 법궤 앞에 놓았다. 이 특별한 지팡이는 이스라엘에 대하여 예배 리더십을 행사할 아론과 그의 자손들의 권한에 관하여 여하한 의심도 잠재울 수 있는 영구한 표징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6-11). 제사장직을 통제하심으로써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의 예배를 규정하셨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세상에서 그분을 거짓되게 나타낼 예배 행습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시는 섭리였다.

 

이제 한 가지를 빼놓고 모든 것은 명백해졌다. 왜 하나님께서 아론의 지팡이에 싹을 틔워 살구열매를 맺도록 하셨는가? 한 가지를 말하자면, “여호와께 성결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황금색 꽃, 혹은 로제티 (장미 모양의 리본)가 대제사장의 두건 앞에 장식되었다(28:36; 39:30). 게다가 성소에 있는 램프 받침대의 촛대들은 살구꽃 모양이었다(25:33,34; 37:19,20). 그처럼 기적과 그것이 의미하는 것 사이에 강력한 연관성이 있었다.

 

또 한 가지 의미가 있는 것은, “살구나무를 뜻하는 히브리 단어는 지켜보다”, 또는 계속 지켜보다를 의미하는 어근에서 유래되었다. 고대 근동지방에서 살구나무는 매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구나무를 지켜보는 것들로 간주하게 되었다. 살구나무와 지켜보는 것 사이의 이 같은 관계는 여호와께서 젊은 예레미야에게 주신 한 가지 실물교훈을 설명해 준다.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 대답하되 내가 살구나무 가지를 보나이다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네가 잘 보았도다 이는 내가 내 말을 지켜 그대로 이루려 함이니라“(1:11,12).

 

이제 우리는 하나님께서 항상 그분의 백성들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하여 밤새도록 빛을 제공한 등대 위에 있는 살구꽃 상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121:4; 127:1 참조). 우리는 또한 아론의 지팡이에 핀 살구꽃에 어떤 경고가 내포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 여호와께서는 그분께서 분명하게 경고하신 대로 아론의 제사장직을 보호하시기 위하여 지켜보실 것이다. “아론의 지팡이는 증거궤 앞으로 도로 가져다가 거기 간직하여 패역한 자에 대한 표징이 되게 하여 그들로 내게 대한 원망을 그치고 죽지 않게 할지니라”(17:10,).  

 

주형식 목사는 다수의 교회와 교단행정직에서 봉사를 하다가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Andrews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Doctor of Ministry)를 취득한 후 귀국하여 현재 묵동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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