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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 성관계·대통령 모독'에 징혁형 인니 형법에 거센 반대 시위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19/09/25 [18:26]
온건 이슬람에서 근래 이슬람 원리주의 득세, 이슬람 관습법 반영

'혼전 성관계·대통령 모독'에 징혁형 인니 형법에 거센 반대 시위

온건 이슬람에서 근래 이슬람 원리주의 득세, 이슬람 관습법 반영

이중목 기자 | 입력 : 2019/09/25 [18:26]

젊은층과 시민사회 반발 내 아랫도리는 정부에 속한 게 아니다

 

혼전 성관계와 대통령 모독을 징역형으로 다스리겠다는 인도네시아의 형법 개정안이 젊은층과 시민사회로부터 극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개정안의 상당수 조항이 이슬람 관습법을 반영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24(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가 2014년부터 작업해 만든 형법 개정안이 의회 표결을 앞두고 시민들의 거센 반대 시위에 직면했다. 개정안에는 결혼한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할 경우 가족이 고소하면 징역 1년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을 마을 촌장이나 가족이 고소·고발하면 징역 6월 또는 1000만 루피아(85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행 법으로는 배우자가 있는 남녀의 간통만 처벌하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혼전 성관계와 혼전 동거는 물론 결혼을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애도 처벌 대상이 된다. 생명이 위험하거나 강간에 의한 임신 등의 사유 없이 낙태를 하면 최대 징역 4년을 선고할 수 있게 한 조항, 미성년자의 피임을 제한하는 조항,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부랑자로 간주하는 조항 등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들도 있다.

 

개정안에는 대통령과 부통령, 종교, 국기와 국가 등 국가 상징물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대통령 모독죄는 2006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폐지됐던 적이 있다. 시민사회에선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이슬람 외의 다른 종교에 대한 박해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형법 개정의 명분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법을 그대로 차용한 현행법을 인도네시아식으로 바꾸자는 논리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슬람 관습법의 내용을 대거 개정안에 집어넣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7000만명 중 무슬림이 87%로 절대 다수지만 온건하고 개방적인 나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이슬람 원리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수마트라섬 아체주의 호텔·식당에서 애정표현을 하다 체포된 세 커플이 공원에서 1m 길이의 라탄 회초리에 20대씩 맞는 이슬람식 공개 태형이 진행됐다.

 

젊은층과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특히 수도 자카르타의 국회의사당 밖에는 수천명이 모여 국회에 돌을 던지고 국회 문을 부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위대는 “(1998년 축출되기까지 32년간 대통령을 지낸) 수하르토의 철권통치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내 아랫도리는 정부에 속한 게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참여한 여성도 있었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려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여성과 종교인, 성소수자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인 모두에게 재앙과 같은 법이라고 밝혔다.

 

의회는 지난 24일로 예정됐던 법안 처리를 미루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의회가 법안 통과를 바라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과 법안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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