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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의 ‘생활의 발견’●1초의 여유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기사입력: 2020/06/21 [17:3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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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산본 신도시, 초등생 아들의 봄 학기를 맞이할 때다. 이사를 하여 집들이 겸 학부모를 초대했다. 십 여 명이 모였는데, 훈이 엄마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온다 고 한다. “준서 엄마! 그 일 모르세요? 몇 달 전 훈이 엄마가 아파트 앞 4차선 횡단보도에서 자동차와 부딪히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라고 혜리 엄마가 전한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둔 소스와 샤부샤부 육수에 얇게 썬 소고기, 주꾸미, 야채를 넣어 먹으며, 아이들 자라는 이야기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삼십 대 중반의 큰 키에 세련된 모습인 훈이 엄마는 예쁜 티스푼 세트를 선물이라고 건넨다. 친화력이 좋고, 빠른 템 포로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멜로디처럼 들린다.

 

훈이네는 옆 동에 살고 있어 자주 왕래를 하며 지냈다. 어느 정도 친밀하게 되면서 사고 정황을 자세히 듣게 되었다. 오전 10 시쯤 스포츠 센터로 운동을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도로 건너에는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신호 교차와 동시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가다 꽝! 이후로 생각이 나지 않았고, 이틀 후 깨어났을 땐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 다리가 있는 것에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사고 조사 과정에 운전자는 황색등이라 빨리 지나가려고 속도를 냈는데 사람이 뛰어들어와 정지하려고 애쓰다 결국 부딪히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면서, 과실이 훈이 엄마 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서로 합의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졌고, 그녀는 몇 달간 물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비는 자비로 부담하고 있었다. 가장 힘든 건 사고를 낸 운전자가 훈이 엄마의 과실을 강하게 주장한다는 것이다. 항변해보았지만,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재판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애를 태웠다.

 

훈이 엄마!”

 

재판에서 증인의 증언이 있으면 유리해요. 그때 스포츠 센터 셔틀버스가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잖아요?” “셔틀버스 기사에게 증인을 서달라거나, 탑승해있던 회원들의 녹색 신호에 건넜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아 제출해보면 어떨까? 사실 확인서를 많이 받을수록 유리하겠지요.”

 

그 기사에게 증인 출석을 부탁해봤는데, 근무 시간 핑계를 대며 곤란해하네요.”

그럼 기사의 사실 확인서라도 받아 제출해요. 재판에서는 그 게 제일 중요한 증거니까!”

교통사고 원인은 대부분 운전자가 법규를 위반해서 일어나는 데 법규만 잘 지키면 사고는 나지 않아요.”

훈이 엄마도 문제는 있어요! 보행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앞만 보고 뛰는 것은 사고를 유발하는 행동이거든요.”

 

그녀는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재판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 다녔다. 셔틀버스 기사가 증인도 서주고 회원들이 사실 확인서를 써주었다고 한다. 일 년여 재판 끝에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되 어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받았지만, 일주일에 2번 물리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사고로 인해 허리 통증이 몰려올 때는 불편한 자세로 오랜 시간 버텨낼 수 있을까? 불안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세상의 질서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조금씩 건강이 회복되어 가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위로해주었다.

 

일상 속에서 간혹, 좁은 건널목을 만만히 보고 설마 나에게 무슨 일이! 이 정도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단횡단을 한다. 하지만 차량 운전자가 미처 피하지 못하여 불행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라는 말이 있다.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등이 점멸됐을 때, 건너기 전 1초만 양 옆을 주시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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