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모든 종교와 이념에는 사랑이 있다. 그러나 사랑에는 종교와 이념이 없다”

신민형 | 기사입력 2023/09/28 [14:05]
2023 癸卯년 추석에 10여년 차례상 등 추모감사 기도문을 다시 읽어보며

“모든 종교와 이념에는 사랑이 있다. 그러나 사랑에는 종교와 이념이 없다”

2023 癸卯년 추석에 10여년 차례상 등 추모감사 기도문을 다시 읽어보며

신민형 | 입력 : 2023/09/28 [14:05]

 


아버지가 고희를 앞둔 제야(除夜)TV에서 중계하는 제야의 종소리 타종을 보시며 이걸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나하시며 감회에 젖으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며 4남매 모두 출가해 8명의 손주를 보신 넉넉함과 편안함으로 생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3년뒤 육신과 영혼을 대자연 우주 속으로 옮겨 가셨습니다.

 

이제 제가 고희를 앞둔 계묘년 추석날 추모감사기도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하며 기도문을 준비합니다. 아내와 며느리가 마련한 차례상을 놓고 퓨전식으로 올릴 기도에는 가장 실질적인 의미기 있는 아내의 기독교식 의식이 중심이지만 모든 가족의 종교를 초월한 생사관, 인생관, 가치관, 우주와 역사에 대한 인식 등을 담아놓으려 노력합니다. 물론 저의 생각들을 강조하고 정리하는 데 그친다고도 생각합니다.

 

애들이 출가하고 가정을 이룬 10년 동안의 기도문에는 그런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제가 그동안 수십건 작성해 블로그 등 SNS나 신문칼럼 등에 쓴 것을 보며 느끼게 됩니다. 초기엔 제 삶과 죽음, 조상에 대한 생각, 종교관과 신념 등을 정성껏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전부터는 내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보다는 조상들 영혼의 평안함과 가족들의 행복을 위한 기복기도에 흘렀고 그게 가장 합리적인 기도란 걸 깨달아 간단한 덕담기도로 일관합니다.

 

제가 그렇게 고심해 작성하고 강조했던 생각들이 이미 수천년, 수백만년전 인간세계에서 이어져온 것으로 새로운 것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저 인간역사 이래 내려온 것 중 제가 선호하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내가 믿는 예수는 위대한 성자지만 로마제국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플라톤의 이데아론부터 이어져온 사상을 통치이념과 결합해 기독교를 공인하지 않았다면 서양의 역사와 종교흐름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플라톤 이전에도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 같은 통치 이념과 어울리지 않는 사상이 있었고 그들의 사상도 면면히 이어져옵니다. 그들의 원자론은 현대 우주 탄생의 비밀까지 거론하는 듯 하고 불교의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논리와도 같습니다. 만약 그들 사상이 득세했다면 오늘날 동서양의 사상은 비슷해졌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불교는 종교 아닌 철학으로 보는 게 마땅합니다. 국가이념에 어울려 대승불교가 종교화됐지만 부처님은 우상화 아닌 깨달음의 표상으로서 재인식돼 현대사회에 더욱 번질 전망이 있다고 봅니다.

 

공자 맹자의 윤리, 도덕의식이 국가 통치에 적합해 득세했으나 그들 통치자로부터 배척당했던 노자 장자 사상도 면면히 이어져옵니다. 아마도 자본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가 국가주의를 극복한다면 이들 노장 사상은 매력적이고 포괄적인 현대사상이 될거라 믿습니다.

 

13세기 이란의 시인 잘랄알딘 루미는 모든 종교에는 사랑이 있다.그러나 사랑에는 종교가 없다(In every religion there is love, yet love has no religion)”고 했습니다. 아마 오늘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루미를 본다면 무함마드를 풍자한 샤를리에브도편집자를 살해한 것처럼 처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번질 때 루미의 이념은 세상의 큰 이념으로 남을 것입니다. 현재도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줍니다. 

 

 

아버지는 회고록에 할아버지의 유언 시대에 역행하지 말라말씀을 소중하게 기록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말씀대로 사셨습니다. 할머니의 뿌리깊은 무속사상과 할아버지의 불교적, 유교적 사상과 실천을 존중하셨으며 시대가 흘러 며느리와 아내가 신봉하게된 교회에도 열심히 다니셨습니다. 예수를 서양귀신이라 폄하하거나, 그 존재를 무시했던 불과 100년전 조상들을 모르시는 바 아니었지만 시대조류에 따르셨습니다.

 

또한 북한 인민군 장교였다가 국군 장교로 이적하면서도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장점을 모두 인정하셨습니다. 애초에 모든 종교와 국가조직이 인간을 위해 노력하고 성립됐다는 것을 아셨고 그런 신조를 몸소 생활현장에서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에 가족과 인간을 위하지 않는 사람과 종교가 어디 있겠냐는 건전한 신념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제가 10년 동안 기도문을 작성하면서 가장 큰 줄기는 세상과 인간이 소멸해도 사랑의 DNA 는 영원하다라는 것입니다.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생각하는 가장으로서의 가족운영의 방침과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저 나름대로의 생사관에서 위안을 받으려고 누차 강조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들은 이미 수천년 종교와 수백만년 인간세계에서 다 나온 말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의 생각을 뛰어넘는 대자연과 우주관, 종교관이 넘쳐납니다. 태어남도 죽음도 없는 불생불멸의 원리에서 그저 존재하는 자체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인간의 노력을 더욱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계묘년 추석 기도문에서는 루미의 시 모든 종교과 이념에는 사랑이 있다. 그러나 사랑에는 종교와 이념이 없다를 긑맺음으로 하겠습니다. 종교와 이념이 각자 다른 조상들과 가족들을 위한 위로와 감사에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자연 우주에도 이만한 헌사가 없음을 나타내고 싶습니다.

 

*2023 癸卯년 추석 기도문에서 장황한 넋두리는 모두 배제하고 앞부분과 뒷부분만을 차례상에서 올리며 애들에 대한 덕담을 간단히 덧붙인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말씀을 이어가듯이 내 생각을 혹시 알아줄까 하여 10년 기도문 중 몇편을 첨부해본다.

 

<블로그>

2010 조부모 추모:하나님은 마음안에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hosabi55/110093373757

2013 추석:제사와 차례 대신 정성담긴 추모의 세리모니

https://blog.naver.com/hosabi55/110176331768

2020 부모추모 기도문:세 손주와 딸 가족도 함께 한 부모님 추모기도

https://blog.naver.com/hosabi55/221863932002

2021 설기도문: 애들 가정을 위한 기도

https://blog.naver.com/hosabi55/222240961488

2022壬寅年 설날 아침 차례상 감사 기도문

https://blog.naver.com/hosabi55/222635965584

 

<칼럼>

2014년 추석: 맑은 마음과 영혼

http://www.crs-news.com/5140

2015 설날: ‘기돗발궁합과 우리들의 하나님

http://www.crs-news.com/5890

2015년 추석: 부모님과 조상, 대자연·대우주와 하나님을 추모하고 경배하며

http://www.crs-news.com/7438

2016 설날:육신 부활 아닌 사랑의 DNA가 영원불멸, 영혼의 구원

http://www.crs-news.com/8022

2016 아버지 17주기 추모:기억은 머리에 회상은 가슴에

http://www.crs-news.com/8135

조부모 63주기: 제사 절충식 추모예배와 동영상 제수품

http://www.crs-news.com/9130

2016년 추석: 바이칼 호수 답사와 추석 기도문

http://www.crs-news.com/9203

2017년 설날:일상의 안식과 영원한 안식

http://www.crs-news.com/9823

2017 추석:‘不知生焉知死-주변 삶이나 행복하게 챙겨라

http://www.crs-news.com/11081

2018년 설: 감사·추모기도에서 다시 기복기도로

http://www.crs-news.com/11661

2018년 추석: .5대조·시조를 뛰어넘는 기도로

http://www.crs-news.com/12704

2019년 추석: 말귀 알아듣기 시작한 손녀 위한 추석날 추모감사기도

http://www.crs-news.com/14437

2021년 추석:추석날 나의 사도신경, 나의 반야심경감사기도

 

 

  • 도배방지 이미지

신민형 범종교시각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