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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주의자의 감사와 배려

신민형 | 기사입력 2023/12/27 [08:03]
하늘소풍길 단상-감사한 한해를 정리하며

쾌락주의자의 감사와 배려

하늘소풍길 단상-감사한 한해를 정리하며

신민형 | 입력 : 2023/12/27 [08:03]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즐거워하며 지낸 한해를 정리하면서 내 생활의 버팀목과 활력소가 된 것은 감사와 배려, 절제와 평정심이었음을 느낀다. 고통과 즐거움이 서로 교차하며 결국 쾌락으로 마무리된 거 같은데 감사와 배려, 절제가 평정(平靜)주의자로서의 쾌락을 충족시킨 듯하다.

 

#1.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내려 가는데 한 소녀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꼭 껴안고 탔다. 아직 아내가 돌보고 있지만 아내만큼 커진 초등학교 손녀가 떠올라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돌보시다가 이젠 손녀가 할머니를 보호하는구나. 참 보기 좋다라고 말을 건넸다. 아내가 주민들에게 실없는 배려같은 허튼 말을 건네지 말라고 충고한 바 있지만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말이 저절로 나온 것이다. 소녀와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져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실감했다. 아파트 앞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는 나를 연신 뒤돌아 보며 감사의 눈길을 준다. 내가 오히려 감사했다. 허튼 말이 아닌 진심의 말이 감사의 이심전심이 된 것이다. 

 

▲ 호수공원 체육센터 수영장과 신년맞이 장식, 추한 욕망을 절제하면 날씬하고 예쁜 여인을 보는 것과 귀여운 신년맞이 장식을 보는 것에 마찬가지 아름다움이 있었다  © CRS NEWS

 

#2. 독감으로 기진맥진하다가 몸을 추스려 호수공원 체육센터 수영장을 둘러 보았다. 예쁘고 날씬한 여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살아나는 듯했다. 자연과 하느님이 주신 숫컷 본능에 감사했다. 본능에 대한 수치감을 갖기보다는 본능을 인정하니 검은 욕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본능을 인정하고 추한 욕망을 절제하면 체육센터 수영장의 여인을 보는 것과 로비의 귀여운 새해맞이 장식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스스로 은총이라 여기고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은폐하는 것일게다. 독실한 신앙인인 주부가 남편의 접근에 유혹에 들게 하지 마소서하고 되뇌는 것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본능을 부끄러워 해 스스로 죄인으로 낙인 찍는 것이다. 빌리그레험 목사나 미국 펜스 부통령처럼 부인 이외의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안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슷컷 본능을 인정하되 절제된 생활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들은 절제된 쾌락과 본능에 감사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3. 올 화이트크리스마스엔 모처럼 아내의 교회에 함께 출석했다, 범종교 인듯 무종교인 나에게 신천지OUT’처럼 신민형OUT’이란 팻말이 걸릴 것이란 농담을 했으나 아내는 전혀 개의치 않고 감사해 했다. 교회의 분위기에 내가 감흥이 일어 예수님 영접을 할수 있다는 기대가 컸을 것이다. '말 구유에서 나신 아기 예수'를 통해 구원을 받은 것에 감사하며 열광하는 교인들과 더불어 아내는 더욱 찬양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배 후 짓굳은 생각이 들어 당신 따라 천국에 가려고 출석했다고 하자 아내는 천국은 덩달아 가는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 따라 천국에 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함께 동행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천국이오라고 답했다. 크리스마스가 바로 우리 결혼 41주년 이었는데 아내가 나의 교회동반에 감사해했고 나는 아내의 천사같은 보호로 41년 고락을 함께 하며 살아온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지상 천국 아니겠는가. 감사로써 우리의 천국을 건설한 것이다.

 

▲ 교회 가는 길. 결혼 41주년을 맞는 올 화이트크리스마스에 아내는 내 교회출석에 감사했고 나는 함께 고락을 해온 아내에게 감사했다. 모든 거 초월해 감사로써 우리의 천국을 건설했다.  © CRS NEWS

 

사람마다, 나이에 따라 필요한 지혜와 취미, 사고 방식이 달라진다. 그것을 인정할 때 종교, 민족, 세대, 남녀, 쾌락주의자와 금욕주의자의 갈등과 불화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자기 것만이 절대적이라 우길 때 갈등과 불화는 심화된다.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된다’(牛飮水成乳 蛇飮水成毒)고 한다. 똑같은 것이 환경과 궁합에 따라 누구한테는 득이 되고 누구한테는 독이 된다, 세상 이치다.

 

다만 어떤 환경과 궁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자세에 따라 모든 상황이 변한다. 고통과 수난 속에서도 감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낙원 속에서도 불평불만인 사람이 있다. 지저분한 골목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호화 저택에서 아름다움을 전혀 못느끼는 사람이 있다.

 

남의 고통을 자기고통으로 갖는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감사와 아름다움을 느낀다. 본능에 감사하며 절제하는 쾌락주의자는 향락주의 이닌 평정주의자이다. 무소유와 욕망 절제서 얻는 쾌락이 있다. 또한 자신보다 주위의 쾌락을 증진시키며 고통이 완화되고 평정을 찾을 수 있다. 마음으로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상황이나 사실이 달라진다.

 

감사와 쾌락에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더욱 감사와 쾌락을 진화시킬 수 있다. 논어 위령령공편(衛靈公篇)’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란 가르침이 있다. ‘자기가 싫어하면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성경에도 이런 의미의 구절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 712)가 있다. 논어와 성경뿐만이 아니다. 세상 어느 종교와 경전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배려정신이 있으면 쾌락은 절제되고 평정한 상태가 되며 모든 것에 감사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지 않을까. 혼란, 고통, 괴로움, 근심, 걱정 등이 없는 평정한 상태인 아타락시아(ataraxia)’에 이를 수 있는거 아닐까.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 학파의 대표적 개념이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범종교인이자 무종교인인 나도 에피쿠로스 주의, 쾌락주의자가 되고 싶다. 그것이 행복의 필수 조건이자 모든 종교와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생각을 하며 감사한 한해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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