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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총회에 개신교인들 정체성 혼란
세계화 계기인가, 선교 모라토리움인가
기사입력: 2013/10/29 [13:2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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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계의 유엔총회라 불리는 WCC 총회를 두고 개신교계가 복잡한 양상의 갈등을 보이면서 개신교인들의 정체체성에 혼란을 주고 있다.     ©


개신교인들이 오는 30일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를 두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역사적인 교회일치·연합기구 총회를 앞두고 한국 개신교 내에 종교다원주의와 개종전도금지, 동성애, 용공 등 쟁점에 대한 혼란이 생긴 것이다. 
개신교계의 유엔총회라 불리는 WCC 총회는 해외 참가자 2800여 명 등 국내외 8500명의 기독교 지도자, 교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리·신학 차이를 넘어서 일치를 도모한다.
즉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원칙을 존중하면서, "성경에 따라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세주로 고백하며, 한 하나님 곧 성부와 성자, 성령께 영광을 돌리도록 부름 받은 공동의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교회들의 공동체"라는 WCC 헌장 1조에 따라 1948년 창립총회 이후 꾸준히 사역해 왔다.


그러나 한국 전통 개신교계의 입장으로선 조금이라도 다원주의를 표방하며 일치를 도모하는 자체가 정체성을 해치는 행위이다. WCC의 기본정신을 위장된 전술이라고까지 여기며 오직 ‘예수만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본교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WCC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유일성’(요 14:6, 행 4:12)을 떠나 타종교와의 대화와 협력 뿐 아니라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다원적 구원의 가능성을 쉽게 용인함으로 신앙의 혼란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비판이 드센 것이다.


이로써 '선교의 필요성을 해지시킴으로써 한국교회로 하여금 전도의 문을 닫고 교회의 본래 사명을 상실하게 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결국 한국교회가 WCC를 통해 세계 교회와 만나 선교의 문이 크게 열리고 하나님 나라 확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 하지만 신앙의 일치보다 기구적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WCC의 근본 구조를 볼 때 한국교회에 득보다 실이 되리라며 우려하고 있다.


WCC 가입을 놓고 벌인 갈등의 역사
내부 분열의 확산으로 교인들도 혼란


WCC는 1948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며, 아픔과 분쟁의 현장을 지키고 자유가 없는 나라를 향해 정의의 외침을 외쳐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CC는 주로 유럽의 루터교와 성공회를 중심으로 하여 만들어졌으며, 여기에 감리교나 침례교, 개혁교회 중에서도 상당수가 가입해 있다. 더 나아가 개신교만의 연합조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서 개신교와 함께 3대 종파 중 하나인 정교회도 가입시켰다.


예장합동 등 보수교단이 WCC를 반대하고, 분열의 세력으로 규탄하는 이유는 WCC 가입 문제를 놓고 둘로 나뉜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본래 한 몸이었지만, WCC 가입 문제를 놓고 분열된 것이다. 1959년 대전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WCC 가입 문제를 두고 극렬한 논쟁이 일었다. 논쟁은 1958년 박형룡 박사가 ‘신학지남’에 기고한 WCC의 신학적 좌경화 경향에 대한 비판 논문 때문에 촉발했다. 제44회 총회는 WCC 지지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뉜 채 정회했다.
그러다가 WCC 지지 측이 9월 29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총회를 독자적으로 개최하면서 예장통합이 탄생하게 됐다. 이와 달리 예장합동은 11월 23일 총회를 속회해, 'WCC 영구 탈퇴와 에큐메니컬 운동 반대'를 결의했다.


부산 총회에 대해서도 예장합동을 비롯한 예장고신·예장합신 등 주요 보수 교단이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WCC 총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이 보수와 진보 구도로 확연히 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분열은 분열을 낳고 있다.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각 진영 안에서도 이견이 생겨나는 것이다. 


보수 진영 갈등의 단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과 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가 지난 1월 13일 WCC 부산 총회를 지지하는 공동선언문을 한준위 김삼환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와 함께 채택했기 때문이다.


WCC대책위는 1월 30일 성명을 통해 공동선언문은 정치적인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선언문을 채택한 길 목사와 홍 목사는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의 결의를 따르라고 했다. 예장합동 내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역시 1월 23일 성명을 내고, 총회 결의에 반대 결정을 한 두 목사를 교단에서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영국과 미국의 보수 개신교 교단들은 WCC의 가입을 거부하고서 자체적으로 WEA를 결성하였으며, 한국의 경우에는 WEA에 한기총이 가입되어 있다. 특히 한국은 개신교단들의 보수적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WCC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삼환  WCC총회 준비위 상임위원장이 담임목사인 명성교회에서는 교인들의 분뇨 투척사건이 발생하는 등 보수 교인들의 반발과 갈등, 혼란도 야기시키고 있다.


얼키고설킨 WCC에 대한 이견과 갈등
‘인권, 평화운동’ VS ‘용공, 게릴라’ 지원단체


이렇게 얼키고설킨 WCC에 대한 이견과 갈등에는 WCC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와도 깊은 인연을 맺어온 WCC는 1984년 도잔소 회의를 주선하면서 남북한 교회의 역사적인 만남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이후 1986년 남북교회는 WCC 주최로 스위스 글리온에서 만나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성찬예식을 나누기도 했고 이 만남은 결국 1988년 발표된 '88선언'의 모체가 됐다.
WCC는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했다. WCC에 가입되어 있는 국내 교단들은 해외교회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한국의 사정을 해외에 알렸고 엄혹했던 시절의 빛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도 돋보였다. WCC가 공산권 국가의 민주화에 끼친 공헌은 인정받고 있다. 60년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체코의 봄을 가져온 둡체크,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개혁운동, 그 결과로 나타난 80년대 말 동구권 민주화 등을 지원했다. 용공세력이란 비난을 벗어나는 업적이다. 이밖에도 WCC는 인종차별 철폐운동, 인권운동, 사회정의운동, 평화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반대세력들은 WCC의 활동을 용공세력, 게릴라 지원 등으로 보고 있다.
WCC는 ‘반인종 차별 투쟁 사업’을 진행해 70년부터 86년까지 17년 동안 약 250만 달러를 반백인 통치 투쟁 단체들과 테러 기구들에게 지급했다. 이렇게 전 세계 30개국 100개 이상 기관에 모두 7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원조를 받은 단체들의 다수는 소련의 무기 지원을 받는 나라나, 마르크스주의 영향권 아래 있는 행동주의 단체들이었다. 이 막대한 돈은 WCC의 예산과 후원 기금으로 지급됐다. 그리고 75년 나이로비 총회에서 WCC는 백인 인종차별 정권과 싸우는 130개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총회적으로 승인했다. 그런데 실제 이 기금의 절반 이상이 공산 게릴라 반군에 넘어갔다. 이 사건 때문에 WCC 창립회원인 구세군과 아이레 장로교회가 “도착된 인종주의”라고 항의하면서 일시적으로 탈퇴한 일이 발생하는 등 갈등을 겪기도 했다.


“종교다원주의자는 유일신 부정하는 것” vs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 것”


WCC에는 동방 정교회 같은 극보수주의가 있는가 하면 상당수는 예장 통합이나 감리교처럼 중도적 보수주의다.
그러나 WCC를 주도하는 소수 그룹 가운데는 성경의 영감과 권위를 부인하는 자유주의적·종교다원주의적 경향을 지닌 이들도 있다. WCC는 1970년대부터 인도 신학자 사마르타 등을 종교대화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임명하여 종교대화를 시작했다.
이들은 성경을 타 종교의 경전과 같이 취급하고, ‘타 종교에도 그리스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타 종교의 구원을 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자들이다. 90년 스위스 바아르에서 발표된 “타 종교인들의 삶과 전통 속에 성령이신 하나님께서 활동하심을 고백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WCC 바아르-선언문은 유일신을 부정하고 종교다원주의를 시사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편 종교다원주의가 유일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바아르 문서에는 “종교 간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신학적 이해는 만물을 창조하시고 태초부터 만물 속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 따라서 WCC가 성경 권위를 부인한다거나 다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개종전도금지는 선교 포기’ vs
‘부적절한 방법의 전도 경계’


WCC는 천주교 등 다양한 교파들이 비공식 회원으로 들어오면서 종교 간 개종전도가 종교 간 화합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개종전도(proselytism)를 금지하기로 했다.
개종전도 금지는 WCC 중앙위원회가 97년 채택한 문서에 공식적으로 설명됐다. 이때 WCC는 ‘개종 강요’가 기독교의 ‘증언에 반하는 행위’인 동시에 ‘증언의 타락’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WCC는 전통적 의미에서 선교(회심 선교)를 유예시키고 있다.
그리고 개종 선교보다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눌린 자들의 인권 개선과 사회적 소외를 막기 위한 인간화·사회화 선교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독교 선교의 일차적인 과제인 불신자 회심 전도를 등한히 하고 있다. 그 결과 WCC 회원 교회의 신자 수는 보수적인 회원 교회를 제외하고 늘지 않거나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WCC는 이를 속임수, 물질공세, 강압적 수단과 같은 부적절한 방법을 쓰는 전도방법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복음주의권에서 ‘개종전도금지’로 이해하는 ‘개종전도(proselytism)’는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양 훔치기식 전도’를 뜻한다. 이것은 복음을 배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WCC가 82년에 발표한 공식 선교선언문인 ‘선교와 전도-에큐메니컬 확언’에는 “선교의 유예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좋은 선교를 위한 선교유예는 언제든지 가능하며 어떤 때는 필요할 것이다”라고 돼 있다는 것이다.


‘WCC가 동성애 지지 결의 했다’ vs
‘인권차원에서 제기했을 뿐이다’


WCC는 동성애 결의를 공식적으로 한 것은 없다. 그러나 WCC 교단에 속한 여성단체인 재-이미지화(Re-imaging)는 WCC의 후원을 받아 93년 11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미네아폴리스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WCC 회원 교단에 속한 2000명의 여성 대의원들이 동성애 축제를 벌인 것이 물의를 빚었다. 결혼 문화를 동성애 문화로 바꾼다는 것이다.
현재 WCC 회원교단인 미국 장로교, 감리교나 영국 성공회에 속한 진보주의자들이 동성애를 지지하고 동성애 성직자 안수를 허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WCC는 제7차 캔버라 총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제기됐으나 ‘교회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라는 판단 아래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지속적인 연구와 대화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제8차 총회를 기점으로 WCC는 개인의 성윤리, 혼외정사, 유전자 공학과 성, 에이즈, 콘돔 사용 문제, 성폭력 문제 등을 인권차원에서 제기했다. WCC가 다룬 성 문제는 인간의 성 전반에 관련된 것이었다. 동성애 문제는 주로 북미나 유럽에 의해 제기되고 있지만 남반구 교회 대부분은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동성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료하게 표명하고 있다.


‘사회구원보다 개인구원이 우선’vs
‘좋은 사람이 좋은 크리스찬 되기보다 어렵다’



결국 WCC를 놓고 벌이는 갈등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쟁같이 겉돌게 되고 개신교인들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즉, ‘개인구원이 우선이냐, 사회구원이 우선이냐’ 하는 논란을 벌이는 셈인 듯하다.


현재 한국 개신교계에서는 “구원받은 자로서 이 땅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철저히 반성하고, 과감히 가시적인 교회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내실을 기하여 성경적인 바른 역사의식과 바른 신앙·삶·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기복신앙적 태도와 대형교회화, 세습, 교회의 권력과 금력다툼 등에서 생겨난 회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WCC가 2천년 교회 역사에서 발생된 분열의 벽을 헐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교제나 이 땅에서의 정의와 인권, 평화 등 ‘사회구원’에 대한 노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기본은 사회구원보다 개인구원이 우선이랄 수 있다. 재림신앙으로 무장하고, 성결의 복음으로 거듭나 각자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며, 본연의 사명인 복음화와 선교를 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WCC가 벌이는 행동을 “대중영합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종교다원주의로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고 사람을 기쁘게 하며, 대중의 칭찬과 호응을 얻기 위해 복음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정직, 순결, 진실, 친절 등을 갖추고 사회의 선량한 구성원이 되는 것은 개인의 존엄성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고 또한 종교가 추구하는 목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기독교인들도 그렇게 살고 싶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기가 좋은 크리스챤 디는 것보다 어렵다’는 크리스찬, 종교인, 비종교인들이 많다.


로잔언약(1974년)에서 강조했듯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부과된 두 가지 책무로써 사회봉사가 영혼구원의 복음전도를 우선할 수 없다’고 하는 기본교리를 따르느냐, 사회구원을 앞세우느냐의 논쟁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처럼 계속될 것이다.


결국 교단의 입장, 그리고 지도자의 입장에 따라 WCC에 대한 견해가 다르듯이 각 교인들은 자기 나름의 논리로 선택하고 정체성 혼란을 극복할 수 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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