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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연의 종교 시 산책
임보의 ‘쓸쓸한 비결’
문학작품의 부활을 꿈꾸다
기사입력: 2014/09/19 [05:2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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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비결
임 보 
 
이제껏 세상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죽음이 내 육신을 물어 뭉그러뜨린 뒤에도
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내가 뿌린 문자의 씨가 한 톨이라도
이 지상에 남아 있는 한
나는 활자의 어두운 창을 열고 부활할 것이다
 
그리하여 선량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몰래 파고들어
곤충처럼 수억 만개의 알을 슬 것이다
 
어느 날 그들의 육신을 뚫고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를 수억 만 마리의 나방의 떼
 
그날에 내 활자를 지닌 자는 복을 누릴지니
나방이와 더불어 천국에 이르리라
 
문학작품의 부활을 꿈꾸다
 
우리가 시를 감상할 때는 시의 내부를 들여다 볼 창이나 통로를 찾아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른 말로 시에 맞는 코드 즉, 단서를 찾을 때 그 작품에 담겨진 진정한 아름다움과 참다운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단서가 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로써 우선 제목을 주목할 수 있다.
 
인용시의 제목은 ‘쓸쓸한 비결’이다. ‘비결’이란 단어가 새삼 낯설다. 무슨 비결이란 말인가? 또한 왜 쓸쓸한가? 이에 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작품의 코드가 될 단서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시적화자는 삶에 관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육신의 죽음에 순응하면서도 영혼이 부활하듯 그는 글 즉, 문학작품을 통해 환생을 꿈꾼다.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삶은 궁극적으로 작품을 통한 환생 즉, 시 쓰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은 삶에 관한 부활을 나방이란 이미지에 비유하고 있다.
 
나방은 알을 낳은 후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나방이 낳은 알은 부화하여 새로운 생명체로 부활한다. 화자의 소망은 나방이 알을 낳듯 ‘선량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토양으로 하여 자신의 작품이 부활하여 날아오르기를 소망한다. 그것도 ‘수억 만 마리’라고 표현한 것은 끊임없는 영생을 의미한다.
 
마지막 연에서 작가는 “그날에 내 활자를 지닌 자는 복을 누릴지니/ 나방이와 더불어 천국에 이르리라”며 작품을 끝맺고 있다. 이는 성서의 복음을 패러디한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구절을 사용한다고 하여 기독교시 즉, 신앙시라고 간주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 행간의 전반적으로 흐르는 것은 부활과 영생이다. 이런 사상적 배경을 터로 하여 작품 가운데 기독교의식이 내재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학작품의 부활이야말로 일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비결로써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 1940년, 전남 순천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문학』에 「자화상」(1959)과 「야사(野舍)에서」(1962)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우이동』(1987), 『은수달 사냥』(1989), 『날아가는 은빛 연못』(1994), 『겨울, 하늘소의 춤』(1997) 등을 간행한 바 있다. 임보는 자연 및 계절의 변화에서 경쾌한 이미지를 포착하여 서경과 서정을 관조와 형식미의 격조를 살려 표현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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