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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의 ‘꽃길 기도회’가 평화시위 정착시킬 수 있나?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2/07 [21:57]
종교계에도 도사린 진영다툼, 과격 진압·시위의 화근

종교계의 ‘꽃길 기도회’가 평화시위 정착시킬 수 있나?

종교계에도 도사린 진영다툼, 과격 진압·시위의 화근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2/07 [21:57]
종교계에도 도사린 진영다툼, 과격 진압·시위의 화근
보수진영 “국민들 여론의 압박이 평화 시위 이끌어 내”
진보진영 “공권력 과잉진압이 없으면 폭력시위 없다”
한 위원장의 은신 계속 선언에 종교계도 보혁 이견
 
5일 오후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 보력세력의 평가가 제각각이다. '평화집회의 이정표‘라는 등 추켜 세우면서도 각 진영의 공으로 돌리고 있어 평화란 화두를 놓고 또 다른 화근이 되는 듯하다.
 
보수진영은 국민들 여론의 압박이 '평화 시위'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하는데 반해 진보진영은 공권력 과잉진압이 빚어냈던 폭력시위였다며 평화시위를 통해 민심의 분노를 보여주었다고 해석한다.
 
▲ 불교, 개신교, 성공회,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단 성직자와 신도로 구성된 종교인평화연대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평화의 꽃길 기도회’     © Focusnews
 
한편 종교계는 2차 민중총궐기에 앞서 그들이 벌인 ‘평화의 꽃길 기도회’가 평화시위에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불교, 개신교, 성공회,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단 성직자와 신도로 구성된 종교인평화연대가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열고 평화 집회를 염원했다. 평화 집회 개최를 중재해 온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폭력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며 제안한 이날 기도회는 ‘위헌적 차벽 설치 반대와 안전한 집회 및 행진 보장을 위한 종교인 호소문 발표’를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스님 50여명과 중앙승가대 학인 스님 100여명을 비롯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원불교 인권위원회, 천도교청년회,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소속 인사 등 10여개 단체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이를 앞세운 배제와 다툼, 분열과 갈등의 논리는 이제 지양돼야 한다”며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ㆍ존중할 때 다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비는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함께 하는 것”이라며 “오늘 이 호소와 작은 몸짓이 사회갈등을 녹여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위헌적 차벽 설치 중단할 것 ▲헌법이 보장하는 안전한 집회 및 행진의 자유를 보장할 것 ▲백남기씨에 대한 폭력진압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각 종단별로 평화를 위한 기도 및 발원문 낭독도 이어졌다.
 
화쟁위 정웅기 대변인은 이날 “차벽이 사라진 그 현상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라고도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로간에 미워하고 편 가르는 것이 팽배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이러한 바람에 종교인들이 조금이나 힘을 보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가 여러 가지 이슈들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며 "(폭력이 일어나는) 구태가 반복될 수 있지만, 평화로운 집회라는 큰 흐름을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유시경 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은 "차벽이 다시 등장하면 꽃길로 충돌을 막으려고 준비해 왔다"면서 "이번 집회는 사회가 발전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집회에 사용된 보라색 스카프에 대해 "기독교에서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절기의 색깔이 보라색으로, 인권을 상징하는 색상이기도 해서 다른 종교가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대성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사무국장은 종교의 공통분모는 평화와 생명이라면서 "종교에는 민초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갈등 상황을 중재하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평화 시위를 열망하는 사회적 요구가 나온다면 종교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 역시 “선진국에서 마땅히 보장돼야 할 표현의 자유가 우리 사회에서는 차벽 설치라는 왜곡된 상태로 억압 통제됐던 것이 종교계의 노력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여론을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우리가 선진국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종교계는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데 안도하는 동시에 종교인평화연대는 앞으로도 평화로운 소통을 위한 문화 정착을 위해 뜻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보혁진영이 각자 평화시위의 원인가 다르듯이 종교계의 보혁갈등으로 인한 과잉진압, 폭력시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평화집회 개최를 중재해 온 화쟁위에서부터 화근이 도사리고 있다.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7일 "지금 당장 조계사에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조계종과 조계사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한 위원장이 피신해 들어놀 때 진퇴양난의 입장에서 시한부 피신을 전제한 임기응변의 방편인 것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한 위원장이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이 철회 될 때까지 조계사에서 지낼 것”이라고 버티고 노동투쟁과 연계시킴으로써 종교계 내외의 보혁갈등의 골도 깊어지게 되고 결국 과격한 진압과 시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쟁위는 지난달 16일 조계사에 은신한 한 위원장이 중재를 요청하자 각계 인사와 만나 대화를 해 왔으며, 지난 5일과 6일에도 각각 두 차례 한 위원장을 만나 거취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
 
반면 신도회 측에 6일 퇴거를 약속한 조계사는 한 위원장이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는 데 대해 당황해하고 있다. 조계사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처사는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다"면서 "앞으로 일정이 많아 대승적 결단을 원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체류 시한을 넘겨 조계사에 머무르면서 그의 은신에 반대했던 신도회의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진보적 불교진영에선 한 위원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계의 분위기는 각 교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종교계의 보혁갈등과 정치·사회의 진영다툼이 맥을 같이 함으로써 ‘평화시위의 정착’은 공염불이 될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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