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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 ‘생활의 발견’●달빛 소나타
불행한 삶을 무기 삼아 선처를 호소하다니…
기사입력: 2020/10/05 [07:4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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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삶을 무기 삼아 선처를 호소하다니… 

 

오래전에 TV에서 방영된 코미디 프 로그램에 달빛 소나타라는 밤도둑 이야기가 있었다. 밤만 되면 남편은 남의 집 담장을 넘는다. 아내는 담장 밖에서 망을 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다 팔푼이 같은 행동에 매번 실패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그맘때쯤 생긴 일이다. 낮엔 들짐승처럼 숨어있다 밤이 되면 사냥을 시작하는 밤도둑에게 당했던 일.

 

늦은 밤, 집에 도착하여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손잡이가 뚝 떨어졌다. 불길한 예감이 덜컥 들었다. 급히 들어가 거실의 불을 켜니 집에서 신던 신발 한 짝이 화장실 앞에 떨어져있어 꺼 림칙했다. ‘이상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안방 문을 여는 순간 으아악이게 무슨 일이야? 도둑이 왔다 갔구나!’ 현기증이 일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서랍장과 화장대에 들어있던 옷과 물건은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안방 화장실 천장에 붙어있는 환풍기까지 뜯어내 시커멓게 속을 드러내고 있었다. 화장대 위에 있는 패물함은 텅 비어있었다. 나갈 때 카드 1개만 들고 나갔었는데,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방에 들어가보니 은행에서 통장 개설할 때 받은 자료도 없어졌다. 돈 되는 건 모두 탈탈 털렸다. 경찰서에 연락해 지문 채취를 하였지만,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주위에서 위로한다.

 

이십 일쯤 지났을까! 근처 은행 CCTV에 범인 얼굴이 찍혔다고 경찰서에서 확인 요청 연락이 왔다. 젊은 남자가 챙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돈을 찾는 범인의 앞, 옆모습이 선명히 찍혀있었다. ‘~ 확인하지 말걸!’ 모자 쓴 남자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몇 달이 지나 범인이 잡혔다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남편은(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되어 경찰서에 혼자 다녀왔다고 한다. 이십 대 초반으로 3명이 한 조가 되어 한 달을 예의주시하며, 매일 같은 시간에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매번 올 때마다 비어 있어,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 용접기를 사용하여 손잡이를 절단하고 들어왔다. 2명은 망을 보고 1명이 집안을 이 잡듯이 뒤졌다. 훔친 돈은 유흥가를 돌며 전부 탕진하였다.

 

범인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하여 조그만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음식 배달을 하다가 범인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장애인이 되었다. 아들을 홀로 키웠고, 식당에서 궂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쁜 친구들을 만나 병든 무처럼 바람이 들었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범인의 어머니가 울면서 애원을 했다. 그녀의 아들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포기한 인생을 살다가 죄를 저질렀다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도둑이라도 할 말이 있다고 했던가! 남의 것을 빼앗아 방탕한 생활로 온통 거짓부리로 살면서, 불행한 삶을 무기 삼아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거기서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그들은 오직 과거를 반복할 뿐이다. 새롭게 일어날 것이 없다. 감성이 없는 기계적인 인간들이다. 쇠창살을 끊어내듯, 다시는 도둑의 길을 걸을 수 없게 해야 하지! 용서라니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당시 참으로 무서운 공포에 떨어야 했었다. 잠을 잘 수도, 일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서운 느낌이 아닌, 무서운 통증이 엄습해왔다. 어지간한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데 나도 모르게 몸 밖으로 눈물을 흘려보냈다.

 

외출 준비 중, 노이로제 증상이 암 덩어리처럼 몸에 붙어 산다. 주문을 외우듯 소리를 내 중얼거린다. ‘창문 잠갔고, 가스 밸브는? 현관문은! 잘 잠겼나.’ 다시, 문을 따고 들어가 확인을 한다.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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