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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 ‘생활의 발견’●백치 아다다
말 한마디에 감동하기도 하고, 화를 부르기도
기사입력: 2020/10/27 [08:27]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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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감동하기도 하고, 화를 부르기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침묵을 지켜야 할 때와 자기표현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를 잘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만 해서는 모임이나 단체 활동에서 빛을 보기 힘든 것처럼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 알아봐주길 바라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어렸을 적에는 말수가 적어서 눈에 띄지 않았고, 단체 활동 과정엔 그 자리에 없는 존재처럼 투명인간이 되었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뛰어들면서 모임이나 사회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려고 노력했었다. 선천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20138월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J대학원에 입문하였다. 오후 430분 입학식이 11층 세미나실에서 거행되었다.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들뜬 기분으로 입실을 하니, 남 자 한 사람이 먼저 와있었다. 한 사람, 두 사람 도착한 30여 명의 입학생을 살펴보니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오리엔테이션 1시간을 하고, 교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게 되었다.

 

식사는 4인 기준으로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았다. 주임 교수님과 나이가 위로 보이는 화려한 치장의 센 언니 포스가 뿜뿜 풍기는 여자분, 연예인이라는 멋진 남자, 네 사람이 식사를 같 이하게 되었다. 약간의 긴장감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식사가 끝날 무렵, 같은 동기라도 위, 아래는 가려야 될 것 같아 연예인이라는 남자에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그는 머뭇거리다 그러는 분은 올해 어떻게 되는지요?” 물어온다. 나이를 말하였더니 내 나이보다 11살이 많다고 말한다.

 

식사 후, 2부 수업이 시작되었다. ‘부동산 시장이 바뀌고 있다라는 주제로 강의가 끝나고, 신입생 원우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변호사, 방송인,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각계각층의 전문인들이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대학원 원우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어 소개자가 말하는 요점과 인상착의를 적어 내려가니 옆에 앉은 원우가 쳐다보며 웃음을 짓는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어 달변가들이다. 개중에는 소개가 길어질 때도 있었다. 5, 10분 시간은 흘러간다. 별 내용도 없는데 방만하게 소개를 하니 지루감 마저 들었다. 정리가 안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시간을 3분쯤으로 압축해서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수업은 매주 화요일 오후 630분부터 3시간씩 이루어졌다. 입학식 때 같이 식사했던 센 언니와 친해지고 싶어 주위를 맴돌았지만, 찬바람이 쌩쌩 불어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태국 치앙마이로 34일 해외연수를 가게 되었다. 룸은 21조로 구성되었고, 센 언니랑 같은 조였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눌 기회가 되었다. 그녀는 입학식 날 연예인 대학원 원우에게 나이를 묻는 것을 보고 ! , 당돌하네!”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초면에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가 되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오해를 할 수도 있겠구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로 인해 예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보이지 않게 왕따를 당했다.

 

다음 날, 원우들과 코끼리 트레킹과 고산족 마을을 둘러본 후 특별하게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저녁 식사가 마련되었다. 식사를 먼저 끝낸 십여 명의 원우들이 모닥불을 쬐면서 무 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듯,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가가니,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끔 얼굴을 보이는 원우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한다. “박현선 원우를 보고 있으면, 백치 아다다가 생각나요!”라고 말하자 원우들은 또, ~ 하며 한바탕 폭소를 터트렸다.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웃었지만, 연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그리 썩 좋은 말뜻은 아닌 것 같았다. 늘 웃음이 생활화되다 보니, 항상 웃는 모습이 속이 없어 보였는지, 아니면 농담을 해도 잘 속아 넘어가서일까? 나름 좋게 해석해보았지만 아직 그때 들었던 말이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살다보면 무심코 하는 말이 듣는 상대에겐 무기가 되어 칼처럼 찌르고,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말은 곧,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 자신의 감정대로 말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좌 절감을 주기도 한다. 반면 좋은 말이 전해질 때는 하늬바람이 되어 싸늘한 분위기를 녹여주거나, 궁지에 빠져 있을 때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은 몸짓이나 표정으로도 표현되지만, 대부분은 마음속의 생각이 씨가 되어 듣는 이들의 마음속에 전해져 싹을 틔운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 감동하기도 하고, 화를 부르기도 하나보다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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