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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 칼럼
한국의 복지국가 지향점과 선진 복지국가의 척도
크고 작은 위기를 국민 스스로 잘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기사입력: 2018/09/07 [16:2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양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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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경제 발전 정도에 비해 복지 수준이 뒤져 있는 편이다. 정부가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 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소득 보장에 힘쓰면서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복지정책을 펴서 노동의 부가가치를 올려야 한다.”

김영삼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로 일했던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가 제자들인 정무권(연세대), 신동면(경희대), 양재진(연세대) 교수와 함께 연구서 『복지국가와 사회복지정책』(다산출판사)을 최근 출간했다. 안 교수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지금은 ‘저(低)부담 중(中)급여’이지만 앞으로 ‘중부담 중급여’로 가야 한다”며 “받는 수준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 교수는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서구에서도 많은 정부가 다음으로 미루고자 했고, 쉽게 개혁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시간을 끌다가 시기를 놓친 나라도 많다”며 “그러나 어느 정부인가는 반드시 해야 하고,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이 책에서 앞으로 복지 급여뿐만 아니라 사회 서비스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인·영유아 돌봄 서비스와 같은 것을 말한다. 안 교수는 “한국의 복지는 소득 보장 측면에서는 일정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데, 사회 서비스는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국가와 사회복지정책』은 역사적 측면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한국의 사회복지가 어디쯤 와 있는가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국가나 사회복지 정책이 쟁점으로 부각될 때 논의가 실용적·실질적 정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함께 탄탄한 소득보장 제도를 확립하고, 시민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게 성인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 교수는 “그러나 국민 합의도 없이, 좌·우파의 고정된 이념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면 정책적인 뒷받침을 못한 채 허둥댄다”고 비판했다.안 교수는 또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퇴직연금을 종합해 노후소득을 강화하는 다층적(多層的) 소득보장이란 목표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노후소득보장제도는 외견상 다층구조를 이루고 있긴 하다. 1층엔 조세로 운영되는 기초연금을 둬 기초보장 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있고, 2층엔 국민연금을 둬 저축과 보험기능을 맡기고 있다. 3층엔 임의적용 방식의 사적 연금이 있어 중상층 이상 노후소득을 보장케 한다. 앞으로의 개혁방향은 국민연금이 다층구조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게 하면서 층별 연금제도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재정부·복지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지향하는 복지국가가 스웨덴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선 “한국과는 여건이 다르고, 복지국가의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웨덴과 같은 제도를 그대로 이식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스웨덴도 시대변화에 따라 적응하고 있다. 다만 1990년대부터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지향하고 있는 사회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로 방향을 잡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투자복지국가란 인적 자원 투자를 계속해 성장과 고용을 유지하면서, 적정 수준의 소득 보장을 통해 구성원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을 병행하는 구조를 말한다. 그는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제3의 길’이나,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신(新)중도 노선처럼 적정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 복지국가의 척도와 사회복지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23일 ‘복지 위기가구 발굴 대책’을 발표했다. 다양한 경제·사회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복지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대책은 2014년 발표한 ‘복지 사각지대 대책’을 지난 4월 증평 모녀 사건을 계기로 대폭 보완한 것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복지 위기가구 발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및 현장 전문가 등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다. 저출산·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가족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관계 단절, 소외 등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정부는 경제적 빈곤 문제 이외에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복지 위기가구 지원을 위해 ‘사회보장급여법’ 제정 등 관련 복지 법령을 정비하고 행복e음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구축과 ‘긴급지원 제도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실직, 휴·폐업, 질병, 소득상실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 및 사회적 고립 위험 증가에 따라 차상위 계층, 비수급 빈곤층, 한부모, 독거노인을 ‘위기예상 가구’로 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이웃주민이 함께 할 일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위기에 처한 개인과 가족을 찾아내고, 사정을 소상히 들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단기적 응급조치와 장기적 근본문제 해결이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 인력이 지역 곳곳에서 상시 이를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대책은 최근 이어지는 취약 가구 사고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여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력해야 할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에 도달하는 사례를 줄이는 일이다. 문제를 잘 감지하고 스스로 해결 의지가 있을 때 일상에서 손쉽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는 대체로 일, 주거, 육체건강, 정신건강, 가족관계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 문제를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대응할 준비와 함께 국민이 일상에서 신뢰하며 가까이에서 상담할 공적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현재 전국 시군구청과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3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쉽게 다가가 충분한 정보와 도움을 얻을 공적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복지전문직이 일하지만 담당업무가 많아 상담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기 어렵고 분야별로 전문성을 지닌 인력 확보는 아직 미진하다. 복지국가라고 자부하려면 일상에서 복지문제를 의논할, 신뢰할 만한 기관과 전문가를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다양한 복지서비스 제공처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아동 보육에 대한 투자, 노인 장기요양서비스의 보험 운영 등으로 핵심적인 서비스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아동·청소년의 양육, 취업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실업과 빈곤으로 불화를 겪는 가족, 노년에 홀로 지내며 삶의 의미를 잃은 어르신, 장애로 인해 당사자와 가족의 꿈을 펼치기 어려운 다수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가 주변에 충분한지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흔히 복지국가를 판단하는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공공사회지출 수준을 비교한다. 내가 스스로, 우리 가족이 알아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사회적 시스템, 국가적 제도로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복지라고 한다면,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일생 동안 크고 작은 위기를 스스로 잘 극복해가도록 예방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 선진복지국가를 가늠하는 보다 유용한 척도가 될 것 같다. 이는 두툼한 사회적자본의 축적을 통해 가능하기에, 위기 가구를 돕거나 줄이는 일은 참으로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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