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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반도 성지순례단 폭탄테러 논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2/18 [15:25]
‘용납못할 반인륜적 테러행위’ vs ‘과잉신앙 자제 필요’

시나이반도 성지순례단 폭탄테러 논란

‘용납못할 반인륜적 테러행위’ vs ‘과잉신앙 자제 필요’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2/18 [15:25]
순수 성지순례라도 자제가 필요하다 
 
시나이반도 성지순례단 폭탄 테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와 위로가 이어지고 있다. 인류평화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인륜적 테러를 응징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에 못지않게 안티개신교인들의 매도·왜곡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시나이반도로 단체 성지순례하는 것은 무모한 한국광신자뿐’ ‘자업자득’ ‘천당가서 좋겠네’등 반인륜적이고 잔인한 악플들이 넘쳐나고 있다.

왜 이런 안타까운 지경이 되었을까. 이러한 사자엔 대한 예의없는 소리를 18일 경주서 발생한 젊은 부산외대생들의 참사사건에 대해서도 쏘아댈 수 있을까. 과연 개신교인들은 죽어서까지 이런 비난 받을 행동을 했을까. 개신교 자체가 이렇듯 싸잡아 욕을 먹어도 되는 것일까. 일부 개신교와 일반사회 풍조 모두 비난과 아울러 반성 해야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편집자 주)


한 성직자의 ‘비난과 회개’


“이집트 시나이반도 성지순례단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정말 기독교가, 교회가, 신자들이 잘못해서 하는 것입니까?
욕먹을 짓을 했다면 먹어야겠지요.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남은 가족의 슬픔마저 비난받아야 할 만큼, 우리가 끝까지 갈 데까지 간 것입니까?
故 노무현 대통령의 말 "자, 이 쯤 되면 이제 막 가자는 거지요?"(평검사와의 간담회에서)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터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기독교가 마지노선도 없을만큼 그렇게 형편없는 종교가 되었습니까? 부패한 교회와 목사가 몇이나 됩니까?
우리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도 몸부림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마지막 예의만큼은 지켜주세요. 우리 교인들, 더 잘하겠습니다. 우리 이웃이고 형제고 아버지이며 오라버니가 죽었습니다. 연계성 없는 폭력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을 우리 스스로 다시 폭행하고 있습니다. 손쉬운 SNS로 아주 편리하게 말입니다.
참 슬픕니다. 오늘은 기도하고 자렵니다. 이 모든 반목과 저주와 불신과 폭력이 모두 내 탓입니다. 회개합니다!”

한 성직자가 네티즌의 비난을 비판하는 가운데서도 기독교인의 행적을 자성해본 글이다. 일부 개신교인의 자세와 일부 네티즌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경종을 울리는 지적이랄 수 있다.
 
▲ 성지순례단 폭탄테러를 놓고 교계의 위로와 대응책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안티개신교 네티즌들의 악플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시진은 이집트 버스테러의 현장모습.     ©
 
교계,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강력한 대응 요구


16일 발생한 성지순례객 폭탄테러와 관련해 교계는 잇따라 위로와 대응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연합은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이 민간 성지 순례객 다수가 희생된 반인륜적 테러행위라는 점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잔인무도한 만행을 규탄한다” 며 격렬하게 성토했다. 이어 “지구촌의 평화를 깨뜨리는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행위를 비롯해 어떠한 폭력이나 테러행위도 절대 반대 한다”면서 “외교당국은 조속한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 엄정한 조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집트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해 “희생자와 유가족에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며, “중동의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가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이 된 만큼 국제사회가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이어 “이번 사건이 종교적 대립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사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테러는 인류평화에 대한 도전이자 배신행위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며 “테러는 어떤 명분일지라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라며 “국제사회는 이들을 규탄하고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이번 테러로 슬픔을 당한 유족들과 교회를 향한 인터넷 등에서의 악플은 같은 민족으로서, 이웃으로서는 할 수 없는 또 다른 테러”라고 밝혔다.


도를 벗어나는 악플과 그 원인은?


폭탄테러 사고에 대해 악의적으로 조롱하거나 비난을 퍼붓는 글이 인터넷과 SNS 등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무리한 선교 활동’이라는 사실과 벗어난 비난이 있는가 하면 기본 예의를 벗어난 내용도 잇따르고 있다. 이를테면 “성지에 가서 죽었으니 축하드립니다”,“대책 없이 간 구정물 교회의 전철” “광신자들의 자업자득” 등 입에 담지 못할 비아냥도 넘쳐난다.
평소에 가졌던 개신교에 대한 반감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분출시키는 것이다. 일부 개신교인들의 공격적 전도와 배타적 성향에 대해 싸잡아 비판을 하는 것이다. 교계에선 안티기독교 세력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글 때문에 기독교 전체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회언론회가 ‘악플은 또 다른 테러’라며 악플 자제를 촉구한데 이어 NCCK가 “이번 사건이 종교적 대립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사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그러한 우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진천중앙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도 총회장 명의의 성명서에서 “네티즌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감정적 댓글로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사태를 폄훼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성지순례라도 정부권고 따르자"


그러나 예장통합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장 테러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도 “성지여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교우들은 해외여행 안전에 관한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길 간곡하게 요청한다”며 조심스런 당부를 했다.
"평화순례를 위한 순수한 성지여행이라 할지라도 분명한 현실인식을 가지고 반드시 정부의 권고를 따라서 안전하게 진행해 불미스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아닌게아니라 "시나이반도로 단체 성지순례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여행업계의 지적도 있어 왔다.
또한 테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시나이반도에 한국인 단체관광 행렬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예방적 대응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이집트 관광 성수기인 1~2월 중 성지순례차 시나이반도를 이미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인 한국인 성지순례객은 2천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평균 30명 이 상 시나이반도를 찾는 것이다. 2년 전 이곳에서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시나이반도 성지순례를 희망하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적지 않았다는 게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정부는 2012년 2월 한국인 성지순례객이 무장 세력에 납치된 뒤 시나이반도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여행제한)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우리 외교부가 운용하는 1~4단계 여행경보 제도에서 4단계(여행금지·여권법상 여권사용허가 필요)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지만 '권고'이기에 여행 제한을 강제할 수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도 17일 오후 '이집트 성지순례단 폭탄테러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개신교 연합단체와 여행 및 관광업계 관계자들에게 특별여행경보 발령 지역에 대한 성지 순례 및 선교 목적 출국 등의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위험이 예상되는 모든 국가를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결국 예장통합이 당부한대로 ‘불미스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교인들의 자발적 자제’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부터의 자제가 한 성직자의 ‘비난과 회개’에서 보여주는 내용처럼 개신교인 전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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