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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홍매화
“코로나 공포 천지에도 봄은 왔다”
기사입력: 2020/04/18 [21:3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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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 천지에도 봄은 왔다” 

 

봄은, 까맣게 말라 죽어버린 줄 알았던 앙상한 매화 잔가지 마른 껍질 속에 웅크린 채 소리 없이 숨어있다가 발갛게 솟아나는 검붉은 홍매화 겹꽃을 볼 때, 까칠해진 마음속에서 새삼 꿈틀대는 신선하고 아련한 전율일 것 같다. 음력 설을 쇤 지 얼마큼 지난 어느 날, 모처럼 일찍 퇴근해 찬 날씨에도 홀가분한 기분으로 삥 돌아오던 한적한 금강 변 외딴 농가 앞에서 난데없이 흐르듯 터져 나온 한 그루 홍매화 검붉은 핏빛에서 나는 끈질긴 생명의 희망이 우주의 당연한 순리인 양 단정하고 싶었다.

 

코로나 위기 정국이라,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미풍에도 두렵고 놀라서 가슴 졸인다. 설마 자신에게도 봄은 오리라 상상조차 못 하는데, 또 이번만은 무슨 일이라도 행여 일어나면 절대 안 된다는 괜한 조바심에 개인적으론 잔뜩 긴장하게 된다. 위축된 일상이라 그저 까닭 없이 매사 걱정스러운 심사 어쩔 수 없고 심란해진 마음이 무기력하게 무겁기만 하여, 매년 똑같이 반복될 뻔한 계절 따위는 아예 관심도 없었다. 모자를 깊이 눌러쓴 채 마스크로 온 얼굴 푹 가리고, 사람 없는 곳만 찾아서 나다니며 출퇴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근심걱정 떨쳐버리려고 틈만 나면 온몸을 나대며, 먼 강변길 구석진 길로 일부러 돌아 돌아서 다녔다. 온 세상 사람들도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자각하면서, 스스로 자가 격리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 언젠가부터 맑은 하늘이 높고 푸르기만 했다. 내 소심한 마음도 점차 이상스러울 정도로 까닭 없이 한가롭더니, 별안간 새삼스러운 훈풍과 묘한 설렘을 느꼈는데, 기약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눈에 헛것이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따스한 부드러움까지 느낄 수 있을 듯싶었을 때, 금강 변에서 조금 떨어진 조그마한 농가 슬레이트집 앞에 덩그러니 서 있던 엉성한 나무가 속살이 빨간 생명의 피보다 더 붉은 꽃을 토해내고 있었다. 고난의 겨울을 건넌 홍매화가 봄을 느꼈던 모양이다. 코로나 공포 천지에도 마침내 봄이 온 것이다.

 

차갑고 스산하기만 하던 연초(年初)가 코로나 전쟁 속에서 정신 없이 지났고, 음력 정월도 이미 달포를 훨씬 더 넘겨버렸다. 외딴집 둔덕에 꽂혀 초라하던 나뭇가지에서 생각해본 적도 없던 빨간 생명이 피어났다. 홍매화 어린 나무 한 그루는 영하의 차갑고 혹독한 날을 무던히 잘 견뎌냈고 홀로 봄을 맞았다. 그리고 포근했던 4월의 봄날, 그는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희망의 열정으로 파란 새싹 가슴까지 활짝 열어 젖혔다. 절규하던 인고의 격정으로 세파의 험로를 헤치고 건너온 그의 새로운 삶을 우왕좌왕하는 여린 인간에게 내보였던, 피빛 붉은 꽃이 참으로 비장한 듯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만물이 동면하던 이른 봄의 찬 대기 속에서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었던 생명의 새빨간 고결함이야말로 분연(奮然)히 새 세상을 맞이했다는 표시였다.

 

4월 연분홍 벚꽃 잎이 함박눈처럼 떨어질 때, 홍매화 귓가에도 어느새 파란 싹이 돋아났다. 검붉던 겹꽃은 아직 창창한 듯해도, 이제 봄이 절정에 이르렀는지, 초록의 풋풋함이 더 강렬한 듯싶다. 세상을 휘젖고 다니던 인간 사회의 강적 코로나19 확진세가 많이 꺽였다고 한다. 우리 인간들도 이제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나 건강한 홍매화 나무처럼 삶의 새 질서를 다시 찾으면 좋겠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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